프랑수와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 /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제공

르노그룹이 한국 시장을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자율주행과 전동화 시대의 핵심 전략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과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CEO는 지난 3일 JW메리어트 서울 호텔에서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퓨처레디(futuREady)'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의 역할 확대를 공식화했다.

"모든 걸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자율주행 전략의 전환

프로보 회장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방식부터 기존 완성차 업계의 접근법과 선을 그었다.

그는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려 하기보다 고객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부 테크 기업들과의 스마트 파트너십이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르노그룹은 이러한 방향 아래 르노코리아를 글로벌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개발의 핵심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울 연구소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차량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외부 기술을 최적화하는 '통합 능력'을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프로보 회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며, "르노코리아는 센서와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프랑수와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 /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제공

부산공장, 생산 넘어 '엔지니어링 거점'으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역시 대대적인 변화를 맞는다.

니콜라 파리 CEO는 "부산은 르노코리아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며, "내년 2분기부터 파일럿 테스트와 일부 엔지니어링 기능을 부산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제조 중심 공장을 개발·검증까지 수행하는 통합 거점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전기차 생산 확대와 함께 글로벌 수출 기지로서의 역할도 강화된다.

다만 과제도 분명히 짚었다. 프로보 회장은 "부산공장은 품질과 역량은 뛰어나지만 비용 경쟁력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유연한 근무 체계와 생산성 향상을 주문했다.

'퓨처레디' 전략…한국 포함 5대 글로벌 허브 구축

르노그룹의 중장기 전략 퓨처레디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글로벌 확장이 핵심이다.

프로보 회장은 "2030년까지 르노 브랜드 연간 200만대 판매, 이 중 100만대를 유럽 외 시장에서 달성할 것"이라며 한국을 인도, 중남미 등과 함께 5대 핵심 허브로 지목했다.

또한, 지리그룹, 사우디 아람코 등과의 협력을 통해 '홀스 파워트레인' 합작사를 설립, 하이브리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밝혔다.

2년 개발 사이클·36종 신차…한국은 중대형 전동화 핵심

제품 전략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르노그룹은 신차 개발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고, 2030년까지 총 36종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르노코리아는 D·E 세그먼트 중심의 중대형 차량 개발을 담당한다. 최근 성공을 거둔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가 대표 사례다.

프로보 회장은 "르노코리아는 다양한 글로벌 기술을 결합해 최적화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조직"이라며, "상위 세그먼트 차량 개발의 핵심 기지"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열린 르노그룹 기자 간담회 현장 /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제공

"배터리는 직접 만들지 않는다"…K-배터리와 동맹 강화

전기차 시대의 핵심인 배터리 전략에서도 르노그룹은 차별화를 택했다.

프로보 회장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계획은 없다"며, "대신 배터리 밸류체인과 화학 기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핵심 축으로 삼는다. 차량 한 대에 복수 배터리를 적용해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니콜라 파리 CEO 역시 "한국의 배터리·부품 기업들과의 협력은 르노코리아 성장의 핵심"이라며 LG전자, 포스코 등과의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한국은 실험장이 아닌 핵심"…역할 격상

이번 발표는 한국 시장에 대한 르노그룹의 시각 변화를 분명히 보여준다.

과거 생산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동화, 글로벌 수출, 중대형 차량 개발까지 전방위 핵심 거점으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프로보 회장은 "르노코리아는 단순한 지역 조직이 아니라 글로벌 전략의 중심축"이라며, "앞으로 한국이 르노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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