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셰프와 손잡고 ‘한 끼’에서 ‘미식 경험’으로 높인다
“줄 서야 먹던 셰프의 요리를 이제 집 앞과 회사 식당에서도 즐긴다.”
패스트푸드 업계가 메뉴와 경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버거킹, 맘스터치, KFC, 맥도날드 등 주요 프랜차이즈가 스타 셰프와 협업한 메뉴를 잇따라 선보이며 단순 신제품 출시를 넘어 브랜드 전략 전반을 재편하는 흐름이다. 빠르고 저렴한 식사를 의미하던 QSR(퀵서비스레스토랑)은 이제 셰프의 레시피와 철학을 반영한 ‘경험 중심 소비’ 공간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미식 콘텐츠 확산과 맞물려 나타난다. 방송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셰프 개인의 서사와 조리 방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셰프는 레스토랑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외식업계는 이를 활용해 메뉴 차별화와 스토리텔링을 결합하는 전략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 셰프 손잡은 QSR, 메뉴에서 경험으로 승부
버거킹은 유용욱바베큐연구소의 유용욱 셰프와 협업해 4월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버거킹의 직화 패티와 셰프의 훈연 기법을 결합한 것이 핵심으로, 개발 전 과정에 셰프가 참여해 시그니처 메뉴의 풍미를 구현했다.
버거킹은 이를 통해 프리미엄 버거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갈릭불고기 맥시멈 시리즈와 참여형 이벤트를 병행하며 소비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맘스터치는 셰프 협업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중식 대가 후덕죽 셰프와 함께 선보인 메뉴는 어향소스와 두반장 등 중식 요소를 기존 버거와 치킨에 접목해 맛의 층을 넓혔다. 대표 메뉴를 기반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요리형 메뉴라는 차별화를 시도한 점이 특징이다. 협업 관련 비용을 본사가 부담하는 구조를 통해 가맹점 운영 부담을 낮춘 점도 눈에 띈다.
KFC는 최현석 셰프와 협업해 출시한 투움바 켄치밥을 통해 치킨 중심 메뉴를 식사형으로 확장했다. 맥도날드는 신메뉴와 한정 메뉴 재출시를 통해 비프 버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써브웨이 역시 프랑스식 햄을 활용한 신제품으로 글로벌 미식 트렌드를 반영하는 등 메뉴 구성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프리미엄 버거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진다. 쉐이크쉑은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아 손종원 셰프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단순히 메뉴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미식 방향성을 함께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외식 경험 자체를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집·회사 식탁까지… 미식 경험의 경계 허문다
이 같은 흐름은 외식업계를 넘어 식품과 급식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짜파게티’에 중식 셰프 후덕죽의 레시피를 접목한 라초 짜파게티를 선보였다.
제품 패키지에 조리법을 반영하고 콘텐츠와 연계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소비자가 일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단순 모델 기용을 넘어 레시피 자체를 경험 요소로 확장한 사례라는 평가다.
단체급식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본푸드서비스는 구내식당에서 외식 브랜드와 짹짹이 셰프와 협업 이벤트를 진행하며 경험형 급식을 선보였다. 셰프가 직접 조리에 참여하고 브랜드 콘셉트를 현장에서 구현해, 기존 급식 공간을 외식형 다이닝 공간으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급식의 외식화와 프리미엄화가 본격화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이처럼 셰프 협업은 패스트푸드를 넘어 가정과 직장 식당까지 일상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가격 중심이던 외식·식품 시장은 점차 경험 가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합리적인 비용으로 새로운 미식 경험을 찾으려는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패스트푸드는 단순한 식사 수단을 넘어, 브랜드와 셰프, 콘텐츠가 결합된 하나의 경험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외식은 물론 식품과 급식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를 재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