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피라미드·곤돌라·홍학까지…6.8km 스트립이 품은 세계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전경

라스베이거스를 이해하려면 먼저 스트립(Strip)을 알아야 한다. 라스베이거스 대로(Las Vegas Boulevard)를 따라 남북으로 약 6.8km 뻗어 있는 스트립 위에는 현재 37개의 대형 호텔 리조트가 밀집해 있고, 그 객실 수만 약 8만6000개에 달한다. 라스베이거스 전체 호텔 수는 278개, 총 객실은 약 15만 개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1941년 엘 랜초 베이거스(El Rancho Vegas)가 스트립 최초의 리조트 호텔로 문을 열며 시작된 이 곳은 80여 년에 걸쳐 세계 최대의 호텔 경쟁 무대가 됐다. 피라미드가 서 있고, 에펠탑이 솟아 있고, 베니스의 운하가 흐른다. 각자의 세계관을 구현한 호텔들이 스트립 위에서 밤낮없이 경쟁한다. 그 경쟁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수십 년 된 호텔들이 리모델링에 들어가고, 새로운 콘셉트의 호텔들이 속속 등장한다. 스트립의 오랜 명물이었던 미라지(Mirage)의 화산 분수 쇼가 2024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자리에는 기타 모양의 하드락 호텔 타워가 올라가고 있다. 

스트립의 황제 ‘씨저스 팰리스’
스트립 정중앙에 자리한 씨저스 팰리스(Caesars Palace)는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대명사다. 1966년 개관 이래 60년 역사를 이어온 이 호텔은 올해 개관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총 3980여 개의 객실을 보유했으며 콜로세움, 팰리스, 어거스터스, 옥타비우스, 줄리어스, 노부 타워 등 6개 타워가 85에이커(약 34만㎡)의 부지 위에 펼쳐져 있다.

씨저스 팰리스 호텔 내부(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씨저스 팰리스 안에서는 숙박과 식사, 공연, 쇼핑이 모두 해결된다. 셀러브리티 셰프들의 레스토랑만 수십 곳에 달한다. 세계 최초 고든 램지 헬스 키친을 필두로 보비 플레이의 브라세리 B와 아말피, 세계적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가이 사부아(Restaurant Guy Savoy), 미스터 차우(Mr. Chow), 노부(Nobu)까지 한 건물 안에서 세계 미식 여행을 즐길 수 있다. 500여 가지 메뉴를 자랑하는 바카날 뷔페(Bacchanal Buffet)는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뷔페로 정평이 나 있다. 

씨저스 팰리스에는 포럼 샵스(The Forum Shops)에는 약 160개의 명품 브랜드와 레스토랑이 입점한 포럼 샵스가 있다.(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쇼핑도 마찬가지다. 포럼 샵스(The Forum Shops)에는 약 160개의 명품 브랜드와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쇼핑 명소 역할을 한다.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도 씨저스 팰리스는 라스베이거스 최정상급이다. 4300석 규모의 콜로세움(The Colosseum) 공연장에서는 블레이크 셸턴, 데프 레파드, 로드 스튜어트 같은 월드 클래스 아티스트들의 레지던시 공연이 연중 이어진다. 야외 로만 플라자에서는 성인 대상 서커스 버라이어티 쇼 '압생트(ABSINTHE)'가 상설 공연 중이다. 143피트 크기의 HD LED 스크린과 최첨단 음향 시스템을 갖춘 시설은 스트립 내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이다.

씨저스 팰리스의 야외 수영장(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수영장과 스파도 씨저스 팰리스가 내세우는 자랑거리다. 5에이커(약 2만㎡)에 달하는 '가든 오브 더 갓즈 풀 오아시스(Garden of the Gods Pool Oasis)'는 로마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7개의 야외 수영장으로 구성된다. 각 수영장마다 콘셉트가 달라 투숙 기간 내내 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50개 트리트먼트 룸을 갖춘 퀘 배스 앤 스파(Qua Baths & Spa)는 로만 배스 수치료 회로와 인공 눈이 내리는 아틱 아이스 룸을 갖추고 있어 사막 한복판에서의 이색적인 힐링을 선사한다.

60주년을 맞은 씨저스 팰리스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로 새 챕터를 열고 있다. 현재 어거스터스 타워 객실 약 1000개에 대한 리노베이션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며, 타오 그룹 호스피탈리티와 협력한 4만 6000평방피트 규모의 '오미니아 데이클럽(OMNIA Dayclub)'이 2026년 풀 시즌 오픈을 앞두고 있다. 옥타비우스 타워의 프레지덴셜 빌라는 루프탑 테라스에서 라스베이거스 스카이라인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역대 대통령과 세계 정상들이 투숙한 것으로 유명한 이 공간은 씨저스 팰리스가 반세기를 넘어서도 스트립의 정점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세계 최대 콘래드 ‘힐튼 콘래드’
라스베이거스에서 투숙한 두 번째 호텔은 스트립 북쪽에 자리한 힐튼 콘래드(Conrad Las Vegas)다. 리조트 월드(Resorts World Las Vegas)에 다가서자 건물 외관이 시선을 압도했다. 

힐튼 콘래드(Conrad Las Vegas)(사진촬영=서미영 기자)

59층 높이의 곡선형 건물 전면을 뒤덮은 대형 LED 파사드가 라스베이거스 대로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약 9300㎡(1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이 LED 전광판은 미국 내 최대 규모 중 하나로, 밤이면 스트립의 새로운 볼거리가 된다.

2021년 문을 연 리조트 월드는 스트립에 20년 만에 들어선 신규 대형 리조트다. 총 투자액 43억 달러(약 6조2000억원)가 투입된 이 복합 리조트는 힐튼, 콘래드, 크록포드 세 개 브랜드가 하나의 단지 안에 공존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중 콘래드 라스베이거스는 1496개 객실로 세계 최대 콘래드 호텔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전용 프라이빗 로비와 VIP 전용 체크인 카운터를 갖춰 처음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격이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힐튼 콘래드 객실 내부(사진촬영=서미영 기자)

기본 객실 면적은 51㎡(550평방피트)로 스트립 내 호텔 중에서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창문 너머로는 스트립 또는 사막 계곡의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객실 인테리어는 미드센추리 모던 감성에 최신 기술을 접목했다. 화이트 톤의 깔끔한 공간에 금속과 유기적 소재를 혼합해 시각적인 세련미를 더했다.

리조트 월드는 스트립에서 '베이거스 루프(Vegas Loop)' 정류장과 직접 연결되는 유일한 호텔이다.(사진촬영=서미영 기자)

호텔 단지 내에는 50개 이상의 식음료 매장과 7개의 야외 수영장, 대규모 스파가 들어서 있다. 특히 스트립에서 '베이거스 루프(Vegas Loop)' 정류장과 직접 연결되는 유일한 호텔이라는 점이 큰 장점이다. 지하 터널을 통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까지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어 대형 컨벤션 참가자들에게 최적의 입지를 제공한다. 

리조트 월드 66층에 위치한 '알레 라운지 온 66(Allē Lounge on 66)'(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리조트 월드 66층에 위치한 '알레 라운지 온 66(Allē Lounge on 66)'에서는 스트립의 야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으며, 야외 테라스에서는 최근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스피어(Sphere)'의 화려한 조명도 눈에 담아볼 수 있다.

구경만 해도 즐거운 테마 호텔의 향연
스트립의 호텔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벨리지오 호텔의 호수에서 펼쳐지는 분수 쇼(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씨저스 맞은편의 벨라지오(Bellagio)는 스트립의 아이콘이다. 인공 호수에서 펼쳐지는 분수 쇼는 무료이지만 도시에서 가장 화려한 광경을 선사한다. 

파리 라스베이거스 호텔(Paris Las Vegas)(사진촬영=서미영 기자)

파리 라스베이거스(Paris Las Vegas)는 프랑스의 낭만을 그대로 옮겨왔다. 실제 에펠탑 높이의 절반인 165m 규모로 재현한 에펠탑이 호텔 외관을 장식하고 있어, 스트립 어디서든 금세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의 전망대에 오르면 스트립과 벨라지오 분수를 동시에 내려다볼 수 있다. 파리 라스베이거스의 진짜 매력은 1층 테라스에 있다. 프렌치 비스트로 '몽 아미 가비(Mon Ami Gabi)'에 자리를 잡으면 왼쪽으로는 에펠탑이, 정면으로는 벨라지오 분수가 동시에 시야에 들어온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이 두 가지 뷰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다.

베네시안 리조트(The Venetian Resort)(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베네시안(The Venetian Resort)은 이름 그대로 이탈리아 베니스를 스트립 위에 재현한 호텔이다. 운하 위로 실제 곤돌라가 오가고, 뱃사공이 이탈리아 칸초네를 흥얼거리며 노를 젓는다. 운하는 호텔 쇼핑몰 '그랜드 카날 샵스' 안을 가로지른다. 호텔 투숙객은 운하를 따라 걸으며 쇼핑몰과 레스토랑, 공연장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3000개가 넘는 전 객실이 스위트 구조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플라밍고 호텔(Flamingo)(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스트립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 중 하나인 플라밍고(Flamingo)는 1946년 개관해 8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호텔 이름 그대로 정원 안에서 실제 플라밍고 새가 살고 있다는 것이 이 호텔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칠레산 홍학 무리가 서식하는 야생동물 서식지 '와일드라이프 해비타트(Wildlife Habitat)'는 투숙객과 방문객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사막 한복판의 카지노 호텔에서 진짜 플라밍고와 눈을 마주칠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라스베이거스답다.

플라밍고 호텔 내 플라밍고 서식지 '와일드라이프 해비타트(Wildlife Habitat)'(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지난 3월에는 만취한 캐나다 관광객이 이 서식지에 무단 침입해 홍학 한 마리를 잡아 14층 객실로 데려가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물 학대 혐의로 체포된 이 남성은 "날개를 제자리에 맞춰주려 했다"고 진술했지만, 피해를 입은 홍학 '피치(Peachy)'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전 세계 뉴스를 장식한 이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플라밍고 호텔에 진짜 홍학이 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럭소 호텔(Luxor)(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스트립 남쪽의 럭소(Luxor)는 이집트 고대 신화를 테마로 한다. 30층 높이의 검은 유리 피라미드 건물과 그 앞을 지키는 대형 스피크스 상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호텔 입구가 스핑크스 내부를 통과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마치 탐험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멈추지 않는 변화, 스트립은 진화 중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

미라지 호텔 자리에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기타 호텔(사진촬영=서미영 기자)

30년 넘게 스트립의 명물이었던 미라지 호텔의 화산 분수 쇼가 2024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라지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하드락 인터내셔널이 새 호텔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한창 공사 중인 '기타 호텔(Guitar Hotel Las Vegas)'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기타 모양을 한 타워 건물이다. 높이 200m(660피트), 42층 규모로 완공되면 약 675개의 객실을 품게 된다. 두 가지 색조의 블루 글라스로 외벽을 마감한 기타 형태의 실루엣은 이미 스트립을 지나는 여행자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2월 방문 당시에도 스트립에서 철골이 올라가는 공사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오픈 예정은 2027년 4분기다. 완공되면 스피어와 함께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새로 쓸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크롬웰(Cromwell) 호텔 역시 리얼리티 스타 리사 반더펌과 손잡고 '반더펌 호텔'로의 리브랜딩을 준비하는 등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경쟁은 멈춘 적이 없다. 스트립 6.8km 위에서 80여 년을 이어온 이 경쟁은 오늘도 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다. 오래된 것은 새롭게 거듭나고, 새로운 것은 더 대담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어느 호텔에 머무느냐는 어떤 라스베이거스를 경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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