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웰니스 프로그램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안마 의자와 사우나로 상징되던 스파 시설 중심에서 벗어나, 청각 몰입·야외 러닝·가족 요가·음식 큐레이션 등 투숙 경험 전반을 촘촘히 채우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엇을 즐기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태로 돌아가느냐'를 기준으로 콘텐츠를 설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눈을 감고 소리에 기댄다
가장 이색적인 접근은 제주에서 나왔다.

사진=JW메리어트제주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는 음악 레이블 안테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과 손잡고 사운드 기반 웰니스 프로그램 'JW 사운드스케이프: 청음회'를 5월 9일부터 9월 30일까지 투숙객 대상 무료로 운영한다.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은 안테나 소속으로 제주에 거주 중인 뮤지션 루시드폴이 맡았으며, 공개곡 외에 미공개 트랙도 일부 포함된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보지 않는 것'이다. 참여자는 스팀베이스 아이마스크를 착용한 채 뱅앤올룹슨의 '베오랩 50' 스피커가 채운 사운드에 오롯이 집중한다. 시각 자극을 차단함으로써 청각 집중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공연이나 음악 감상과 결이 다르다. 호텔이 직접 만든 수제 레몬에이드와 레몬첼로가 함께 제공되어 청각과 미각이 맞물린 감각 경험이 완성된다. 공간은 6층 베이커리 카페 '댄싱두루미'로, 낮에는 제주 풍경을 품은 카페지만 야간에는 조도를 낮추고 청음 전용 공간으로 전환된다.

도심 야외가 요가 스튜디오가 되다
공간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는 호텔은 또 있다.

사진=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는 브랜드 프로그램 '리츄얼 허브'의 연장선에서 야외 가든 요가 클래스 '패밀리 요가 앳 더 가든'을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운영한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연령 제한 없이 참여 가능한 구성이 특징으로, 요가 동작 이후에는 싱잉볼 명상 세션이 이어진다. 투숙 중 함께하는 사람들과 호흡과 동작을 맞추며 정서적 연결을 경험하도록 설계된 점이 다른 웰니스 클래스와 구분된다.

목시 서울 인사동은 향기 브랜드 오브제그랑스와 협업해 여름 웰니스 프로그램 'LOVE MYSELF'를 운영한다. 클래스 장소는 16층 바 목시로, 남산과 도심이 겹쳐 보이는 파노라마 뷰 앞에서 명상과 요가가 진행된다. 참여 고객에게는 오브제그랑스 기프트가 제공되며, 한정판 괄사·마사지 오일·핸드크림으로 구성된 객실 패키지도 병행 운영된다. 호텔에서의 웰니스 경험을 퇴숙 이후 일상의 셀프 케어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힐링 요가 클래스는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8층 피트니스 센터 그룹 스튜디오에서 운영된다. 퇴근 이후 시간대를 공략한 편성으로, 주중 도심 투숙객의 피로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러닝 프로그램의 확산
신체 활동 기반 프로그램도 호텔 웰니스의 주요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파르나스호텔제주

파르나스 호텔 제주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오전 7시 30분 에스추어리 풀 일대에서 '러닝 POOL 코스'를 운영한다. 제주 자연의 소리와 경관을 마주하며 달리는 이 프로그램은 6월 말까지 진행되며, 같은 시간대 목요일부터 일요일에는 '에스추어리 아로마 회복 요가'가 이어진다. 수업 전 아로마 오일로 긴장을 풀고 전문 강사 지도 아래 요가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러닝과 회복 요가를 한 스테이 안에서 경험하는 구조다. 두 프로그램 모두 투숙객 무료 운영이며, 12월 말까지 지속된다.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야외 잔디 광장 '디스커버리 파크'를 활용한 '디스커버리 런'을 상시 운영한다. 러닝 앱으로 5km 또는 10km를 완주하는 방식이며, SNS 인증샷을 통한 경품 이벤트도 병행된다. 금·토요일 저녁 8시에는 같은 공간의 글라스 하우스에서 이브닝 요가 클래스가 50분간 열린다. 통유리 너머 야외 경관을 배경으로 요가를 진행하는 구성으로, 낮의 러닝과 밤의 요가를 하나의 체류 경험 안에 배치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을 위한 웰니스
세대를 아우르는 웰니스 수요도 호텔 프로그램에 반영되고 있다.

사진=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브랜드 철학 '마인드풀 럭셔리'를 기반으로 5~12세 어린이 대상 'Fitness Workout'을 매주 일요일 오전 운영한다. 성인 웰니스 프로그램과 병행 편성해 부모와 자녀가 각각 자신에게 맞는 신체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투숙객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는 웰니스 마켓
가장 개방적인 형식을 택한 곳은 호텔카푸치노다. 강남에 위치한 이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웰니스 마켓 '웰웰웰(WEL WEAL WELL)'을 통해 투숙객이 아닌 일반 방문객에게도 웰니스 경험을 열었다.

사진=호텔카푸치노

글루텐프리·비건 디저트, 자연 재료 그래놀라 등 웰니스 푸드 브랜드가 참여하는 플리마켓, 루프탑 요가, 와인병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플라워 클래스가 함께 운영된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호텔 웰니스를 폐쇄적 투숙객 전용 서비스가 아닌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재정의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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