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 필랑트, 강렬한 첫인상에 정교한 주행 감각 더하다
르노코리아가 새로운 글로벌 전략 모델로 내놓은 필랑트는 단순한 신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르노의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 2027' 전략 아래 한국을 중심으로 개발된 E세그먼트 크로스오버이자,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담당할 플래그십 모델이다.
경주 일대에서 시승한 필랑트는 한마디로 "르노가 생각하는 프리미엄"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차였다. 디자인, 실내 감성, 정숙성, 그리고 스포티한 주행 감각까지 전반적인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었다.
첫 대면에서 느껴지는 외관은 꽤 강렬하다. 전통적인 SUV보다 낮고, 세단보다 높은 독특한 비율이 시선을 끈다. 단순히 크기만 큰 SUV가 아니라 세단의 우아함과 SUV의 존재감을 절묘하게 섞은 크로스오버라는 인상이 강하다.
전장 4915mm의 차체는 실제로 보면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루프 라인이 쿠페처럼 부드럽게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실루엣은 생각보다 날렵하다. 차체의 비율이 길고 낮게 설계돼 있어 정지 상태에서도 마치 앞으로 달려 나갈 듯한 역동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전면부의 입체적인 로장주 로고와 그릴 라이팅은 야간에 특히 존재감이 강하다. 빛이 켜지면 로고를 중심으로 퍼지는 조명이 전면부를 입체적으로 강조하며 차량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풀 LED 헤드램프는 차체와 정교한 일체를 이루면서도 하나의 독립된 형상으로 차량의 기술적 진보와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시동을 켜고 끌 때 주간 주행등(DRL)을 포함한 전면 및 후면 램프들에서 펼쳐지는 '웰컴·굿바이 라이팅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조명 연출을 넘어 감성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 특히 어두운 터널이나 야간 환경에서 보면 빛의 흐름이 차체를 따라 퍼지면서 반짝이는 별똥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차명의 의미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인상적인 연출이다.
측면부는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루프 라인이 특징이다. 긴 측면 윈도우와 뒤쪽으로 이어지는 스포일러 라인은 차체를 더욱 길어 보이게 만들며 전체적인 비율을 균형 있게 잡아준다. 차체 하단의 볼륨감 있는 휠 아치와 대비되는 매끈한 캐릭터 라인은 차체에 입체감을 더한다.
19인치 또는 20인치의 대형 휠은 시각적으로 단단한 인상을 주며 차체와의 비율도 안정적이다. 큰 휠이지만 과하게 과시적인 느낌보다는 전체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프리미엄 크로스오버다운 존재감을 만든다.
후면부는 섬세한 디테일 속에서 역동성이 돋보인다. 또렷하게 살아 있는 숄더 라인과 기울어진 루프 라인은 플로팅 리어 스포일러로 이어지며 세련된 실루엣을 완성한다. 차체가 뒤로 갈수록 날렵하게 좁아지는 형태라 정지 상태에서도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가파른 경사각의 리어 윈도우는 와이퍼 없이도 깔끔한 실루엣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높인다.
전면의 헤드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차체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LED 리어램프는 차폭이 더욱 넓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만든다. 점등 시 좌우로 길게 퍼지는 빛의 그래픽이 후면부를 더욱 안정감 있게 보이게 한다. 범퍼와 디퓨저 디자인 역시 정교하고 기술적인 이미지를 더해 차량의 스포티한 성격을 강조한다.
또한, 필랑트 에스프리 알핀 트림에 적용된 메탈릭 블랙 루프와 글로시 블랙 어퍼 테일 게이트는 차량 상단과 후면을 하나의 블랙 라인으로 연결해 준다. 이 덕분에 차체가 더욱 낮고 길어 보이며, 최상위 트림에 걸맞은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분위기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실내는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일반적인 SUV의 실내라기보다 고급 라운지에 들어온 듯한 차분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먼저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수평적인 레이아웃을 강조해 공간이 한층 넓어 보이며, 부드러운 소재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헤드레스트 일체형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다. 탑승자를 감싸는 형태로 설계된 이 시트는 실제로 앉아보면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부드러운 쿠션감을 제공해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가 적다.
또한, 탁월한 지지력으로 편안함을 강화했다. 헤드레스트를 포함한 시트 전반에 적용된 기하학적 패턴과 타공을 결합한 디자인은 시각적으로도 세련된 인상을 주며, 지지력과 통풍 기능을 모두 최적화했다.
특히 에스프리 알핀 트림의 라이팅 로고와 삼색 라인 데코는 실내 공간에 특별한 포인트를 더한다. 은은하게 빛나는 로고와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컬러 포인트는 차량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프리미엄 감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운전석에 앉으면 인체공학적으로 잘 설계된 레이아웃이 눈에 들어온다. 상단과 하단을 평평하게 처리한 새로운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느낌과 동시에 시야 확보에도 도움을 준다. 그립감도 뛰어나다.
중앙 콘솔에 위치한 변속기는 직관적인 사용성을 고려한 배치다. 운전 중 자연스럽게 손이 닿는 위치에 자리해 조작이 편리하다.
대시보드는 수평으로 길게 뻗은 송풍구 디자인을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여기에 플로팅 중앙 스피커와 일체형 트위터가 자연스럽게 통합돼 기술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전체적으로 복잡한 버튼을 최소화해 시각적으로도 정돈된 느낌을 준다.
필랑트는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를 고려한 친환경 설계를 적용했다. 실내 전반에는 품질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친환경 소재를 적극 적용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했다. 촉감 역시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고 고급스러워 친환경 소재라는 점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실제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 저감과 자원 효율성을 우선시했다. 특히 필랑트를 생산하는 부산공장은 주요 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제조 기술 체계를 구축해 제조 전 과정에서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했다. 이는 단순히 차량의 친환경성뿐만 아니라 지역 산업 생태계와 ESG 가치까지 고려한 생산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내 마감 역시 사용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감성 품질에 초점을 맞췄다. 정밀한 스티치와 새틴 장식 인서트, 레이저 각인 장식, 그리고 부드러운 폼 소재가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분위기를 완성한다.
특히 에스프리 알핀 트림은 블루 컬러 액센트가 곳곳에 적용돼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다.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세 가지 색상이 반영된 스티칭 안전벨트와 시트에 새겨진 백라이트 A 로고 등 세심한 디테일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요소들은 실내 공간에 특별한 개성을 부여하며 플래그십 모델다운 차별화를 보여준다.
그랑 콜레오스에서 먼저 선보였던 openR 파노라마 스크린도 필랑트의 실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요소 중 하나다. 세 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이어진 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은 기존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 성능이 적용돼 반응 속도와 그래픽 표현이 더욱 매끄러워졌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배치된 세 개의 디스플레이는 시각적으로도 상당한 존재감을 만든다.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 동승석 디스플레이가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면서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실제로 운전석에 앉아 보면 마치 하나의 대형 디지털 패널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다.
세 개의 디스플레이는 풍부한 주행 정보와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 디스플레이는 모두 독립적으로 기능하면서도 뛰어난 연결성을 갖추고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동승석 디스플레이에 각각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으면서도, 실행 중인 어플리케이션을 터치해 좌우 스크린으로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 사용성이 상당히 직관적이다.
특히 동승석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장식 수준을 넘어 실제 활용도가 높다. OTT 서비스나 웹 브라우저, 게임 등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장거리 이동 시 동승자가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 기능을 제공한다. 블루투스 헤드폰을 연결하면 운전자에게 소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사용할 수 있어 주행 중에도 방해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게임 중 실제 주행 도로와 연동해 즐기는 R:레이싱은 마치 도로 위에서 레이싱을 하는 듯한 실감 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디지털 경험을 한층 확장하는 요소로는 AI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 '에이닷 오토'가 있다. 에이닷 오토는 운전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평소 주행 습관과 주행 환경을 분석해 경로를 추천하고 차량 기능을 제어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음성 명령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인식한다. 전화나 뉴스 안내 기능은 물론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공조 시스템, 창문 개폐 등 다양한 차량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어 실제 운전 중 조작 편의성을 높여준다.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옮길 필요가 줄어드는 만큼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다.
내비게이션은 티맵 시스템 기반의 실시간 내비게이션이 적용됐다. 클라우드 데이터와 연결돼 교통 상황과 도로 안전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경로 안내 역시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티맵 오토 내비게이션은 단순한 지도 기능을 넘어 차량의 오디오 시스템이나 음성 명령 등 다양한 기능과 통합돼 있어 보다 편리한 운행 환경을 제공한다.
필랑트는 FOTA(Firmware Over The Air) 업데이트 기술도 지원한다. 주행 보조 기능, 공조 기능, 라이팅, 멀티미디어, 안전 기능 등 차량 제어 유닛의 약 85%를 별도의 정비소 방문 없이 원격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차량을 구매한 이후에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은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외에도 1·2열에 각각 2개씩 총 4개의 USB 포트, 모든 스마트폰과 호환되는 무선 충전 패드,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5G 데이터 테더링 서비스, 두 대의 스마트폰을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멀티포인트 블루투스 시스템 등 다양한 커넥티비티 솔루션을 제공한다.
2열은 휠베이스 2820mm, 레그룸 320mm 덕분에 무릎 공간이 여유롭고,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로 개방감도 뛰어나다. 60:40 폴딩이 가능한 2열 시트는 입체적인 지지력과 탁월한 측면 안전성을 제공한다. 1열 등받이 후면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장착할 수 있는 히든 포트가 적용돼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표면적 1.1m²로 동급 최대 수준의 개방감을 자랑한다. 특히 2중 은(Ag) 코팅과 솔라 필름 덕분에 햇빛과 열은 차단하면서도 실내는 밝고 쾌적하게 유지됐다. 진동과 소음도 효과적으로 억제해 주행 내내 정숙성이 탁월하다. 또한, 3-zone 독립 풀 오토 에어컨 시스템과 실내 공기 자동 정화 기능(PM2.5), 애프터 블로우 기능 덕분에 1·2열 모두 쾌적함을 유지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633L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050L까지 확장돼 캠핑이나 가족 여행에도 손색이 없다.
필랑트의 최신 하이브리드 E-테크 파워트레인은 기존 그랑 콜레오스를 통해 검증된 직병렬 듀얼 모터 시스템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결과물이다. 100kW의 구동 모터와 60kW 시동 모터가 가솔린 1.5L 터보 직분사 엔진과 결합해 시스템 최고출력 250마력과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공인 연비는 19인치와 20인치 타이어 동일하게 복합 기준 15.1km/L이며, 1.64kWh의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도심 구간 운행 시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다.
실제 도로에서 시동을 켜면 모터와 엔진의 조화가 매끄럽게 이어지며, 저속에서의 부드러운 출발과 고속 구간에서의 안정적인 가속 모두 부담 없이 느껴졌다.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종종 들리던 모터 회전음이나 엔진의 거친 소음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요철 구간에서도 실내 진동이 최소화돼 정숙성이 돋보였다.
파워트레인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설계된 멀티모드 오토 기어박스와 결합해 더욱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구현한다. 총 3단 기어로 구성된 멀티모드 오토 기어박스는 두 개의 전기 모터, 이중 유성기어 트레인, 고압 유압 모듈, 듀얼 클러치를 통합한 구조로 변속 과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만들어 낸다. 특히 전기 주행, 내연 엔진 주행, 복합 주행 등 각각의 작동 모드가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전환되고, 변속 과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감쇠 성능과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멀티링크 리어 서스펜션과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가 적용돼 도심에서는 편안한 승차감을, 고속도로에서는 안정적인 차체 거동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과속 방지턱이나 굽은 도로를 지날 때도 차량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유지되며, 부드럽게 차체가 흘러가듯 움직이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노, AI 모드 등 다섯 가지가 제공된다. 특히 AI 모드는 운전자의 운전 패턴과 도로 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모드를 자동으로 선택해 주어, 장거리 주행에서도 손쉽게 최적의 주행감을 즐길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기존 그랑 콜레오스보다 좀 더 스포티한 느낌을 선사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승차감과 정숙성이 한층 강조돼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가는 동안 피로감이 적다.
안전과 편의성 면에서도 진일보했다.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보조 기술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를 활성화하면 차선 안에서 일정하고 정확하게 차량 위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확실히 피로가 줄어들고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풀 오토 파킹 보조 시스템은 알아서 주차할 공간을 찾아주고, 원하는 주차 공간을 선택하면 차량이 페달 및 핸들 조작을 해주어 편리하다.
결과적으로 필랑트는 스포티함과 정숙함, 부드러운 승차감과 첨단 하이브리드 기술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한다.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도심과 고속도로, 코너링과 직선 주행까지, 운전자에게 주는 안정감과 만족감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필랑트의 판매 가격은 테크노 4331만9000원, 아이코닉 4696만9000원, 에스프리 알핀 4971만9000원이다. 1955대 한정 런칭 에디션인 에스프리 알핀 1955는 5218만9000원이다.(개별소비세 인하 및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