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K 2026] 표창희 IBM 상무 “양자 상용화까지 3년, 준비해야 이긴다”
IMB, 2029년 ‘스타링’으로 양자 오류 장벽 돌파
퀀텀 AI 시대 온다 “준비된 기업이 가치 90% 선점”
수개월이 걸리던 연산을 2시간 만에 끝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에 구축된 IBM의 퀀텀 중심 슈퍼컴퓨팅 시스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표창희 IBM 퀀텀 상무(아태지역사업본부장)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DSK 컨퍼런스’에서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시한은 3~4년이다. 실제로 지금 현대자동차는 양자컴퓨터로 전기차 배송 경로를 최적화했고,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는 신약 개발에 양자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연세대에 설치된 IBM 양자컴퓨터는 바이오·항공 분야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그는 “3~4년 내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약점인 오류 문제가 해결되고,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양자 시대 장벽 ‘오류’, 3~4년 내 넘는다
양자컴퓨터는 원자보다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물리 현상을 이용해 계산하는 컴퓨터다. 우리가 쓰는 일반 컴퓨터가 0과 1로만 정보를 처리한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덕분에 일반 컴퓨터로는 수백 년이 걸릴 계산을 단 몇 분 안에 끝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양자컴퓨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오류다. 양자컴퓨터는 외부 환경에 극도로 민감해서, 아주 작은 충격이나 온도 변화에도 연산 결과가 틀려진다. 아무리 빠르게 계산해도 답이 틀리면 의미가 없다. 이 오류 문제가 지난 수십 년간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가로막아 온 핵심 장벽이었다.
IBM은 이 장벽을 3~4년 안에 넘겠다고 밝혔다. 2029년 출시 예정인 ‘스타링(Starling)’이 그 첫 번째 시스템이다. 스타링은 200개의 ‘논리 큐비트’를 탑재한다. 논리 큐비트란 오류가 자동으로 수정되는 양자 연산 단위로, 현재 양자컴퓨터에 쓰이는 물리 큐비트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IBM은 스타링이 현재 양자컴퓨터보다 약 2만 배 빠른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2033년에는 논리 큐비트 2000개를 탑재한 ‘블루제이(Blue Jay)’가 뒤를 잇는다.
IBM이 이 로드맵을 자신 있게 내놓는 데는 근거가 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매년 공개한 기술 로드맵을 실제로 달성해 왔다. 2023년에는 양자컴퓨터가 특정 문제에서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효율적이라는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며 ‘퀀텀 유틸리티’ 단계 진입을 공식 선언했다.
◇ AI 혼자서는 한계… 퀀텀+AI가 이끈다
양자컴퓨터는 AI 시대에도 꼭 필요한 존재로 평가된다. AI는 전력과 연산에 한계가 있다. 분자 구조 시뮬레이션, 수천 개의 변수가 얽힌 물류 최적화, 신약 후보 물질 탐색처럼 경우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많아지면 아무리 좋은 그래픽처리장치(GPU)여도 이를 소화하지 못한다. 더 많은 서버를 사고, 더 많은 전기를 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표 상무는 이 지점에서 양자컴퓨터가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IBM이 제시하는 미래 컴퓨팅 구조는 QPU(양자처리장치)·GPU·CPU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복잡한 최적화 연산은 양자컴퓨터가, AI 학습은 GPU가, 전체 흐름 관리는 CPU가 나눠 맡는다. AI와 양자컴퓨터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함께 돌아가는 구조다.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다. IBM은 모더나와 협력해 mRNA 염기서열의 에너지 상태를 양자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했다. mRNA는 코로나19 백신에서 이미 입증된 기술로, 앞으로 암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염기서열이 길어질수록 가능한 조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 자체가 어려웠는데, 양자컴퓨터가 이 문제를 최적화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4세대 mRNA 치료제 개발의 신뢰성을 높이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성과라고 IBM은 평가했다.
◇ 한국, 양자컴퓨터 시대 시작… 기업 준비 필요
국내에서도 양자컴퓨터 활용은 이미 시작됐다. IBM은 2024년 연세대에 양자컴퓨터를 직접 설치했다. 클라우드로 접속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내에 실제 장비를 들여놓은 것으로, 현재 바이오·항공 분야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IBM과 전기차 배송 환경 최적화 프로젝트를 진행해 기존 최적화 솔루션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얻었다. 항공·항만처럼 수많은 변수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분야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표 상무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팅은 도입만 한다고 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어떤 문제에 양자컴퓨터를 써야 하는지 판단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표 상무가 인용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분석에 따르면 시장이 성숙했을 때 준비된 기업이 전체 가치의 90%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늦게 시작할수록 따라잡기가 어려운 구조다.
표 상무는 “양자컴퓨터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부터 준비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격차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