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때도 오늘2: 꽃신'에서 '여자2'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안소희 /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때도 오늘2: 꽃신'의 프로그램 북 속에는 여섯 명의 배우가 서로에게 쓴 짧은 단상이 적혀있다. 그중 이상희가 안소희에게 쓴 한 줄의 글이 너무나 강렬했다. "저는 소희 배우님과 함께 레전드를 찍어보겠습니다."

약 2달의 시간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연습실에 모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배우들은 주말에도 모였고, 6시가 지난밤 8시, 10시, 11시까지 연습은 이어졌다. '여자 1' 역은 배우 김혜은, 이지해, 이상희가 '여자 2' 역은 배우 홍지희, 안소희, 김소혜가 맡았다. 단 두 명이 서 있는 무대 위에 여섯 명의 배우가 어우러졌다. 안소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진짜 반가운 언니를 만나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매번 무대에 올랐다. [인터뷰②]에서는 그런 '그때도 오늘2: 꽃신'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안소희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봤다.

연극 '그때도 오늘2: 꽃신' 포스터 / 사진 : 극단 간다 제공

Q. '그때도 오늘2: 꽃신'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이번에 진짜 아쉽다. 사실 쉽지 않은 작품이었고, 같이 겨울도 지내며, 한 번씩 몸도 아팠다. 힘든데 너무 아쉽다. 2주 전부터 계속 세었다. '이제 8회 남았어, 이제 7회차 남았어'하고. '꽃의 비밀' 때 관객에게 웃음의 힘을 엄청 많이 배우고 느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뭔가 뜨거움을 많이 받았다. 관객들의 뜨거운 눈물과 에너지."

Q. 무대 위에서도 객석의 박수가 각기 다른 에너지로 느껴지나.

"느껴진다. 그래서 연극이 재미있다. 사실 가수로 활동할 때도 저는 무대에 서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콘서트, 행사 등의 무대의 맛이라고 해야 하나. 저희도 관객에게 드리지만, 관객도 저희에게 주시는 에너지가 있다. 가수 때는 환호성으로 받았다면, 연극에서는 숨죽이는 웃음, 집중력 등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커튼콜 때 불이 탁 켜지면 관객들을 볼 수 있지 않나. 그때의 이야기가 되게 좋다."

연극 '그때도 오늘2: 꽃신' 공연 모습 / 사진 : 안소희 인스타그램

Q. 세 번째 장은 와이에이치(YH) 무역 사건을 기반으로 잡화점을 운영하는 여성과 갑자기 잡화점에 들어온 수희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때 잡화점 주인이 수희의 발을 막 쓰다듬는 그 장면이 굉장히 마음이 아릿하게 남았다. 그런 케미를 만든 연습 과정이 궁금하다.

"연습 기간은 2달 정도였다. 2달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나왔다. 원래 주말은 연습이 없는데, 주말에도 배우들이 다 나왔다. 2시부터 6시까지 연습인데, 제시간에 간 적이 없었다. 10시, 11시까지 나머지 연습을 하며 치열하게 준비했다. 제가 연극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도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운다. 여자 1과 2에 세 명씩 캐스팅됐다. 같은 이야기를 두고 다 같이 공유하다 보니, 해석도 혼자 하는 것과 다르게 더 풍부해졌다. 일단 제가 맡은 '여자 2'를 고민하는 사람이 두 사람이나 더 있는 거 아니냐. 처음에는 어색한 지점도 있었는데, 더 단단하고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이해가 안 되면, 같이 고민해 주는 사람이 다섯 명이나 더 있는 거예요."

Q. 이해가 되지 않았던 지점이 궁금하다.

"4장은 2025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암 말기의 엄마 명신과 딸 서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겪을 이야기라, 그 이야기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정도로 싸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싸움도 집안마다 스타일이 다르지 않은가. 저는 화가 나면 오히려 차분해지는 편이고, 우리 가족이 모두 말이 많거나, 톤이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4장 속 엄마와 딸은 쉬지 않고 싸운다. '이 정도로 싸운다고?' 싶었는데, 연출님께서 '더 세게'라고 계속 주문을 하셨다. 그래서 저희끼리 '4장'의 부제로 '개싸움'이라고 붙여놨다. (웃음) 자료를 엄청나게 찾아봤다. 요즘에는 다양한 관찰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 우리의 단체 창에서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의 싸움을 공유했다. 부부 사이의 싸움부터 자매 사이의 싸움, 부녀 사이의 싸움 등을 함께 보고 나눴다. '진짜네요'라며 '더 싸워야겠네요'라고 했다. 그리고 제가 떠오르는 대사나 연기가 있는데, 사투리에 막힐 때는 늘 (이)상희 엄마와 (김)혜은 엄마가 있어 줬다. 두 분이 경상도 말을 쓰신다. 그 두 분을 만나면 이해가 된다."

연극 '그때도 오늘2: 꽃신' 공연 모습 / 사진 : 안소희 인스타그램

Q.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다.

"사실 2인극이 욕심이 나면서도 걱정이 많았다. '클로저'와 '꽃의 비밀'이라는 연극을 두 번 경험해 봤지만, 두 작품은 모두 등장인물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 두 명이 무대 위에서 끌고 가야 하는 작품이지 않나. 그런데 '여자2'는 저 혼자만이 아니었다. (홍)지희 언니는 연극, 뮤지컬에서 훨씬 경험이 많다. 그리고 (김)소혜 배우도 에너지가 엄청나다. 또 '여자1'을 맡은 세 분의 선배님이 너무나 든든해서 용기를 냈던 것 같다. 언니들에게 진짜 많이 기댔다."

Q. 그래서 이상희 배우가 '레전드를 찍어보겠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한 건가. 실제로 본 '그때도 오늘2: 꽃신'의 무대에 이상희, 안소희 배우가 올랐기에, '레전드 무대'를 본 듯한 뿌듯함이 있다.

"(이)상희 언니가 실제로도 그 얘기를 많이 해줬다. 그 말이 되게 힘이 되더라. 언니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나랑?'이라고 물음표가 생기면서도 되게 고마웠다. 항상 저를 좋게 봐주시고, 예쁘게 봐주셨다. (이)상희 언니가 애정이 엄청 많다. 본인 연기를 준비하기도 어려운데, 항상 모니터를 같이 해주셨다. 그리고 피드백을 엄청 꼼꼼하게 해주셨다. 제 첫 공연날이 (이)상희 언니는 공연이 아니셨다. 언니는 전날 공연해서 힘들 텐데, 저에게 녹음 파일을 보내주셨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하고 싶은 말을 녹음해서 보내'라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3장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가늠할 수 없는 마음 같았다. 그런데 언니가 제 첫 공연 전에 '아무도 똑같은 일을 겪을 수는 없어, 나에게는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눈물이 났다. 그렇게 제게 힘을 실어주려고 하셨다."

연극 '그때도 오늘2: 꽃신' 공연 모습 / 사진 : 안소희 인스타그램

안소희는 '그때도 오늘2: 꽃신'에서 "언니야"라는 대사에 가장 애정이 간다고 이야기했다. "언니야"라는 대사는 무대 위에 오른 안소희의 첫 대사이기도 했고, 공연의 첫 대사이기도 하다. 남다른 애정과 연습이 녹아있는 그 대사에 더 애정이 가는 건 함께했던 '사람들'을 향한 말이었기 때문일 거다. 함께 공연을 한 민준호 연출과 스태프들, 그리고 배우 김혜은, 이지해, 이상희, 홍지희, 김소혜, 그리고 관객들에게 안소희는 그렇게나 뜨거운 애정을 느낀다. 그 사랑이 앞으로의 안소희를 지탱해 줄거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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