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프로필 이미지,'휴민트' 속 박정민 (왼쪽부터) / 사진 : 유튜브채널 '청룡영화상 · 청룡시리즈어워즈'영상캡처,샘컴퍼니,NEW

* 해당 인터뷰에는 영화 '휴민트'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겨울을 달군 무대가 있다. '청룡영화상' 특별 무대에서 'Good Goodbye'를 함께 선보인 가수 화사와 배우 박정민이다. 고개를 숙여 무대 위 화사를 바라보는 박정민의 시선부터 천천히 걸어 나가는 걸음, 함께 추는 잠깐의 댄스, 그리고 함께 부른 마지막 소절까지 그 어떤 서사보다 몰입하게 했다. 그때부터 간절해졌다, 박정민의 멜로가.

영화 '휴민트'에서 그 갈증은 선명하게 걷힌다. '휴민트'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 박정민이 맡은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은 그곳에서 가장 목적이 분명한 인물이다.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현장에 왔지만, 그의 시선은 계속 채선화(신세경)에게 있다. 그로 인해 '휴민트'는 첩보 '멜로' 액션 영화가 됐다. 그리고 '멜로'의 중심에서 박정민은 '사랑의 화신'이 됐다.

영화 '휴민트'에서 박건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 / 사진 : 샘컴퍼니

Q.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MC를 맡은 이제훈이 화사와의 특별 무대 후 "박정민씨, 당신도 훌륭한 멜로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많이 써먹어 주세요"라고 이야기했다. 스스로에게도 '멜로' 갈증이 있었을까.

"갈증은 없었다. 선물처럼 찾아오는 거로 생각한다. 멜로 장르의 제안이 오지 않아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웃음) 영화 '휴민트'도 처음에 멜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액션 영화이고, 누군가를 구해내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박건과 채선화(신세경)의 감정이 이렇게 깊게 표현될 줄 몰랐다. 촬영하면서, 채선화로 신세경이 합류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함께 호흡하며 조금 더 짙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이 어쩌면 '멜로일 수도 있겠다'라는 것을 촬영 중간에야 알았다. 멜로를 선택한 건 아니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Q. 스스로 해석한 박건과 채선화의 서사가 있을 것 같다.

"박건과 채선화가 영화 속에서 하는 행동 중 우리끼리만 전사를 가지고 생각하는 행동이 있었다. 예를 들면 무릎베개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행동은 과거 두 사람이 사랑할 때 했던 행동이고 동시에 마지막 순간에 두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알아주실 필요까지는 없지만, 우리끼리는 그런 전사를 가지고 있을 때, 연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비슷하게는 박건이 핸드폰 속 녹음된 채선화의 목소리를 들을 때, 함께 녹음된 박건의 목소리와 말투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박건의 목소리와 다르다. 과거 채선화를 사랑했던 순수한 시절에는 이렇게 자기 일밖에 모르는 폭력적인 인간은 아니었을 거다. 그런데 인간이 변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게 됐다. 이별하면 그 사람이 그립기도 하지만, 함께 보냈던 그 시간 때문에 괴롭기도 하지 않나. 채선화와 동시에 그 기억이 물밀듯이 찾아왔을 것 같다. 그리고 박건과 선화는 싫어서 헤어진 게 아니니까, 다시 뭔가를 부여잡아 보고 싶은데, 결국에는 실패하고 마는 어떤 한 사람의 선택들이 계속 꼬여가며 벌어지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휴민트' 스틸컷 / 사진 : NEW

Q. 채선화가 일하는 식당 '아리랑'에는 그의 존재를 알고 간 걸까.

"그 지점이 어려웠다. 저와 감독님이 정한 건, 박건은 채선화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리랑'에 있는 건 모르고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박건은 임무를 하는 동안 빨리 임무를 수행하고 그 외 시간에는 채선화를 찾으러 다니는 인물로 설정했다. 그러다가 황치성을 따라간 '아리랑'에서 우연히 채선화를 만난 거다."

Q. 사실 박건과 채선화는 어떤 신체접촉이나 애정 장면이 없었다. 단지 시선과 온도로 애틋함을 더했다. 특히, '휴민트'의 말미 옷을 벗어주거나, 신발을 신겨주는 등 박건의 큰 품으로 채선화를 품어주는 모습이 설렘을 더했다.

"명분 없는 스킨십은 박건을 더 힘들게 했을 것 같다. 박건답지 않았을 것 같다. 저도 그런 고민을 안 한 건 아니다. '아리랑' 뒷골목에서 만났을 때, 손이라도 한 번 잡아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명분이 없고, 목적이 없는 행동은 어색하다. '채선화의 손을 너무 잡고 싶어'라고 생각할 때와 '손을 잡으면 더 애절해 보일까'라고 생각할 때는 같은 손을 잡는 장면을 촬영하더라도 무드가 완전히 달라진다. 리허설 때, 다가가서 해보려다가 어색해져서 포기한 기억이 있다. 박건은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어야 더 박건스럽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 '휴민트'에서 박건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 / 사진 : 샘컴퍼니

Q. 우연찮게 '박정민 표 멜로'에 두 곡이 나란히 서게 됐다. 한 곡은 가수 화사의 'GOOD GOODBYE'이고, 다른 한 곡은 극 중 신세경이 부른 '이별'이다. 각기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화사의 곡 'GOOD GOODBYE'는 너무 좋다. 그런데 이제는 듣지 않는다. 너무 많이 들어서, 전주 1초 듣고 맞추기를 해도 제가 가장 먼저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저에게도 화사에게도 감사한 노래이고, 복덩이 같고, 선물 같은 노래일 거다. 그저 고맙다. 이제는 찾아 듣지 않고, 가끔씩 들리면 기분 좋게 들린다. 신세경이 부른 '이별'도 공통점이 있다. 그 당시 엄청나게 흥얼거리고 다녔다. 그런 매력이 있는 곡들 같다. 신세경의 '이별'을 처음 들었을 때 '왜 이렇게 노래를 잘해?', '사투리로 노래도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휴민트'를 보면서는 마음이 아팠다. 내가 이 노래의 진가를 알았다면, 더 애절한 연기가 나왔을까 싶었다. 신세경의 '이별'은 참 좋더라. 둘 다 이별하는 곡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영화 '휴민트'에서 박건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 / 사진 : 샘컴퍼니

Q.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잠깐 등장한 홍산오의 존재감이 강했다. "나 너 때문에 고생깨나 했지만 사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라는 대사가 길게도 남았다. 그 여진을 이어주는 박건이 반가웠다. '박정민'의 '사랑'에 대한 어떤 지점이 드러났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할 때, 자기 안에 없는 것이 나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차분하게 발견해 내는 싸움 같다. 박건이라는 인물이 가진 '순애보'를 찾아보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구체적으로 '박정민'의 어떤 모습을 찾기보다, 기억 속에 있는 무언가가 발현된 거로 생각한다. 박건은 모든 표현이 거칠다. 무언가를 구출하기 위해 싸우고, 뛰고, 총 쏘고, 하지만 정작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표현하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제 안에서, '그 언젠가의 박정민'에서 찾으려고 계속 노력한 것 같다. 결론은 제 안의 어떤 것이라고 추측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을 꺼내어 썼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거짓말 같다."

과거 박정민은 자신의 에세이집 '쓸만한 인간'에서 소설 '상실의 시대' 속 사랑을 이야기하며 "늘 상실하고 상심하는 이 젊은이처럼, 그리고 나처럼, 그리고 또 당신처럼 말이다"라고 적어 내려갔다. 짧은 무대로 수많은 이의 가슴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 것은 늘 '박정민'의 사랑에는 '나처럼, 또 당신처럼'이라는 이야기가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나도 당신도 순간 훅 빠져버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박건도 또 하나의 얼굴로 남았다.

* [인터뷰①]에서 '멜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인터뷰②]에서는 박정민의 '휴민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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