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나면 체중계 숫자부터 확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며칠 사이 늘어난, 이른바 ‘급찐살’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식단이나 운동보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먼저 검색하는 이도 늘었다.

GLP-1은 최근 임상시험에서 15% 안팎의 체중 감소 효과가 보고되면서 대중적 관심이 빠르게 높아졌다. 그렇다면 설 이후 늘어난 체중도 GLP-1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질문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얼마나 빠지느냐’보다 먼저 따져야 할 기준이다.

이미지=AI 생성

숫자 너머의 맥락

GLP-1은 식욕을 조절하고 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 작용을 기반으로 한 약물이다. 기존 치료제보다 체중 감소 폭이 크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단기간 감량을 기대하는 심리와 맞물렸다. 위고비, 마운자로, 오젬픽 등 제품명이 빠르게 알려진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GLP-1은 애초 2형 당뇨병 치료에서 출발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심혈관 질환과 신장 합병증 위험 감소 등 대사 전반의 개선 효과가 보고되면서 치료 범위가 넓어졌다. 체중 감소는 이런 대사 조절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 가운데 하나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Endocrine Reviews에 발표한 리뷰 논문 역시, GLP-1 기반 치료제가 복합 기전으로 진화하며 체중 감소 효과를 높이고 있지만, 치료 목적을 단순 감량에 둘 수 없다고 정리했다. 효과가 커질수록 장기적인 관리 전략과 부작용 관리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는 분명 인상적이다. 그러나 숫자가 곧 적합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효과 뒤에 따라오는 관리

일부 임상시험에서는 전체 체중 감량분의 20~30%가 근육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된다. 가령 체중이 10kg 줄었다면 그중 2~3kg은 근육이 빠진 결과일 수 있다는 의미다. 체중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건강이 개선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심·구토·설사 등 위장관 증상도 비교적 흔한 부작용이다.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증량하는 전략이 권장되는 배경이다. 장기 치료 여부와 중단 판단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동반 질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GLP-1은 복용만으로 끝나는 약이 아니라, 의료적 모니터링이 전제된 치료에 가깝다.

약을 둘러싼 환경의 문제

‘남용’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약물의 성능보다 이를 둘러싼 환경이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체중 감량 경험이 빠르게 공유되면서 치료제가 소비 선택지처럼 인식되기 쉽다. 단기간 변화를 기대하는 심리가 적합성 판단을 앞지르는 순간, 혼선이 발생한다.

2025년 American Journal of Medicine Open에 발표된 미국 전국 보험 청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집계된 360만 건 이상의 GLP-1 처방 가운데 중앙값 기준 약 38%가 당뇨 진단 없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급증으로 오젬픽·위고비 등 주요 GLP-1 계열 약물은 2022년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약품 부족 목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당뇨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사용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커졌다.

비만은 체질량지수(BMI) 수치만으로 단순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동반 질환 여부와 대사 상태, 장기적인 관리 계획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처방 여부와 유지 기간, 중단 판단은 의료진의 영역에 속한다.

설 연휴 이후 늘어난 체중에 GLP-1을 떠올렸다면,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나 빠지느냐’가 아니다. 지금 내가 의료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그리고 장기적인 관리 계획을 세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다.

GLP-1은 유행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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