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후지필름 신제품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 체험기
15초 영상에서 원하는 순간을 골라 인화하는 하이브리드 구조
사진·영상·인화를 하나로 묶은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

사진은 본래 멈춰 있다. 하지만 어떤 순간은 움직이고, 소리와 공기가 느껴진다. 짧게 웃던 표정, 고개를 돌리며 흘린 말, 살짝 흔들린 손짓까지 함께 담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는 바로 그 상상에서 출발한 카메라다.

처음 손에 쥐었을 때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조작의 즐거움이다. 다이얼을 돌리고 셔터를 누른 뒤 레버를 당겨 인화하는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손끝으로 전달되는 감각이 뚜렷하다. 클릭과 레버의 움직임이 촉각적 피드백으로 이어지며, 촬영과 인화가 각각의 단계로 경험된다.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의 외형. 각진 바디와 다이얼 중심의 구성으로, 조작을 전제로 한 디자인이 특징이다./사진=김경희

외형은 전형적인 즉석카메라보다는 초기 영상 촬영기를 연상시킨다. 각진 바디와 다이얼 중심의 배치는 장식보다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 사진을 빠르게 찍는다는 느낌보다는, 장치를 조작하며 장면을 다룬다는 감각이 먼저 온다.

카메라는 가볍고 두께가 얇아 손안에 딱 들어오며, 10가지 시대별 스타일을 다이얼로 선택하는 과정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같은 장면을 1930년대와 2020년대 스타일로 사진으로 촬영해 보니, 컬러와 질감에서 차이가 확연했다. 1930년대 필름 톤은 따뜻한 입자감과 자연스러운 흔들림이 살아 있었고, 2020년대 스타일은 색감이 또렷하고 선명했다.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시대와 스타일에 따라 장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모드와 영상 모드는 버튼 하나로 전환된다. 영상 촬영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에라스 다이얼(Eras Dial™)이다. 193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10개 시대로 나뉜 영상 스타일과 오디오 효과를 다이얼로 선택할 수 있다. 동일한 장면을 서로 다른 시대로 설정해 촬영해 보면 색감뿐 아니라 질감과 분위기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필터를 적용하는 방식과 달리, 촬영 단계에서부터 영상의 성격을 결정하게 된다.

같은 장면을 1930년대와 2020년대 스타일로 인화해 비교했다. 영상 촬영 장면도 사진으로 출력되며, QR 코드를 통해 해당 영상 확인이 가능하다./사진=김경희

영상 모드에서 셔터를 누르면 최대 15초 분량의 장면이 기록된다. 짧지만, 장면의 작은 움직임과 변화까지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사진과 영상이 남기는 정보의 밀도는 확연히 달라, 같은 순간이라도 체감은 완전히 달랐다.

인화 방식 역시 이전 모델과 구분된다. 기존 즉석카메라가 촬영과 동시에 인화되는 구조였다면, 미니 에보 시네마는 촬영 후 선택을 거쳐 인화한다. 좌측 레버를 당겨 출력하는 물리적 동작은 그대로지만, 인화는 결과가 아닌 과정의 일부처럼 작동한다.

고양이를 촬영해 보니 이 차이가 더욱 분명했다. 사진 한 장으로는 담기지 않았을 작은 움직임과 표정, 미묘한 분위기가 영상으로 함께 기록됐다. 화면을 넘기며 어느 장면을 인화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장면을 다시 바라보고 경험하는 시간이 됐다.



영상에서 선택해 인화한 사진 하단에는 QR 코드가 삽입된다. 이를 스캔하면 해당 장면이 포함된 영상이 재생된다. 사진은 완성된 결과물이자, 다시 영상으로 이어지는 매개가 된다. 전용 앱 역시 영상 중심으로 확장됐다. 촬영한 클립을 나누고 순서를 바꿔 최대 30초 분량의 영상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간단한 오프닝과 엔딩 템플릿을 활용해 하나의 짧은 영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사진 인화에 머물렀던 기존 앱 사용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다.

며칠간 사용해본 미니 에보 시네마는 더 빠르게, 더 많이 찍기 위한 카메라가 아니다. 셔터 전후에 잠시 머무는 시간을 만들고, 사진 한 장의 완성도뿐 아니라 그 순간의 흐름까지 함께 남기는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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