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멋지지 않아도, 우리네 인생을 살자'는 한소희의 한 마디 [인터뷰]
인터뷰에 임하는 한소희의 책상 위에는 한 권의 수첩이 놓여있었다. 꽃의 그림이 가장 앞에 있는 수첩이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수첩에 관해 묻자, 한소희는 나비처럼 달려가 수첩에 빼곡히 적혀있는 글들을 빠르게 넘겨 보여줬다. 수첩 속에는 한소희의 사진들, 아주 작게 빼곡하게 쓰인 글씨들, 여러 색이 어우러진 시간이 담겨있었다. 한소희의 시간은 그렇게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 시간은 여러 가지 색이었고, 작은 글씨들에는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한소희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혼자 보긴 너무 아까운 수첩을 공개해달라는 말에 "내용은 공개되면 안 돼요"라며 미소 짓는 그다.
영화 '프로젝트 Y'도 한소희에게 그런 의미의 작품이다. 동갑내기인 배우 전종서와 함께 작품을 선택했고, 거의 모든 장면에 함께 임했고, 거칠게 달려갔고, 날 것의 마음이 담겼다. '프로젝트 Y'는 밤거리에서 살아가는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이 우연히 검은돈을 발견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소희가 '프로젝트 Y'를 본 관객에게 듣고 싶은 건 심플한 한 마디였다. "재밌다!"
Q. 영화 '프로젝트 Y'의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이끌렸던 지점이 있었을까.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였지만, (전)종서의 역할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버닝' 때부터 전종서라는 고유의 매력을 좋아했다. 그리고 저와 같이 연기할 때,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 궁금증도 있었다. 이환 감독님께서 연출을 맡으셨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감독님 전작 '박화영' 속 와일드하고 날 것 같은 미장센을 좋아했다. 그런 지점이 (전)종서 날 것의 느낌과 저의 날 것의 느낌과 함께 어울려 영상에 담기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했다."
Q. 미선은 밤 거리에서도 유독 반짝반짝 빛나던 인물이었다. 아름다운 비주얼도 그랬지만, 꽃집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지점에서 과거의 한소희와 공감의 선이 있었을 것 같다.
"어리숙한 생각으로 발을 디딘 이 업을 하고 있지만, '남들과 달라, 나는 달라'라는 생각을 놓지 않고 연기에 임했다. 그것이 외모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냥 모두가 모여있을 때 '나는 이 사람들과 달라'라는 분리성을 두고 임할 때, 미선에게 다른 지점이 나올 거로 생각했다. 저도 과거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배우'라는 꿈을 가졌다기보다, 궁극적인 목표를 '행복'에 두고 있었다. '배우'가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기보다, '행복하기 위해' 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점이 닮아있는 것 같다."
Q. 전종서는 인터뷰에서 한소희가 SNS에서 보낸 DM(쪽지)을 받으며 우정이 시작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친구로, 현장의 동료로 시간을 보내며 어땠나.
"처음 (전종서에게) 연락한 건, 사실 팬심이 컸다. 저도 되게 많은 친구가 있지만, 직업군이 각기 다 다르다. 그런데 같은 직업군에 있는 '친구'이다 보니, 대화가 잘 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전종서를 알아가면서 느낀 지점은 정말 사랑스러운 친구다. 사랑이 넘친다. 저도 그런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전)종서도 차갑게 생겼다는 이미지 때문에 다가가기 힘들다는 오해를 받지 않나. 그런데 사랑으로 가득 찬 친구이고, 또 그 사랑을 서슴없이 표현할 줄 아는 친구다. 그래서 더 빠르게 친해졌던 것 같다. 동료이자 배우 전종서는 화면 장악력이 엄청나다. 하얗고 연약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데, 도경이로 서 있을 땐 그게 하나도 안 보였다. 그냥 도경이 그 자체였다."
Q. '가영' 역의 김신록과의 호흡도 인상 깊었다. '엄마'라고 부르는 이의 메이크업을 해주는 모습이 여러 감정의 층위를 느끼게 했다.
"가영을 바라보는 미선에게는 안쓰러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 나오지 않나. 미선에게 가영은 '내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화려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 시간이 흐르며 망가진 모습으로 내 앞에 있다는 것이 미선에게는 거울을 바라보듯 자신을 투영해서 보게 되었을 것 같다. 사실 눈물을 요구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런데 가영을 보고 있으면 되게 슬펐다."
Q. '다가가기 힘들다'라는 오해를 이야기한 만큼, SNS에서 비롯된 사건이 있었고, 그 시간을 지나며 생각하게 된 지점도 있었을 것 같다.
"인간이라는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다. 그렇기에 배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 저를 향했던 대중의 반응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단순히 비난이라고만 치부하면 안 될 것 같다. 물론 제 주변에서 좋은 말만 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또,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 그런데 대중의 반응은 가장 가까이에서 저를 바라봐주는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그 피드백이 제 성장의 발판이 된다면, 그걸로 된 것 같다. 당시의 저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피드백을 통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저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 같다. 너무 낙천적으로도, 비관적으로도 생각하지 말자. 예전에는 문제가 있으면, '내가 왜 그렇게밖에 못했지'라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각에 생각을 이어갔는데, 이제는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Q. 자신을 향한 비난의 댓글도 바라보는 편인가.
"안 볼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터무니없는 악성 댓글은 저에게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런 걸 보고 넘길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또 열 명이면 열 명,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건 제 오만한 생각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것이 사회이기에,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면 '배우'라는 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 같다."
Q. 가장 최근 블로그 글 속 '꽤 멋지지 않아도 우리네 인생을 살자'라고 쓴 문장과 연결되는 지점인가.
"제 블로그 글을 보면 다 그렇다. 별거 없다. 거창한 것도 없다. 저는 새해나 연말에 의미를 두는 사람은 아니다. 어차피 12월 31일 다음 날이 1월 1일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루하루가 잘 살면, 그날들이 쌓여서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 자책하지 말고, 괴롭히지 말고, 더 나은 내일을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쓴 글이다. 대단한 일 없이도 우리네 인생을 잘 살자고. 그렇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Q. 멘탈이 강한 편인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한다. (웃음)"
어쩌면 블로그 속 '꽤 멋지지 않아도 우리네 인생을 살자'라고 한 말은 한소희의 수첩 속 빼곡한 글씨들과 다시 연결된다. 그 빼곡한 글씨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그 속에는 후회와 뜻 모를 슬픔과 웃음 등으로 채워졌던 날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날들이 있을 거다. 그리고 그날들은 사진과 함께 다양한 색으로 아름답게 남아있다. 마치, '우리네 인생을 살자'는 한소희의 선언처럼 말이다. 각각의 색으로 빛날 한소희의 날들이 만들어낼 더 찬란한 한소희에게 기대감이 더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