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사진제공=민음사)

10여 년간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췄던 배우 박신양이 붓을 들었다. 그것도 평범한 전시가 아니다. 화가의 작업실에서 물감과 팔레트, 이젤의 '정령'들이 살아 움직이고, 15명의 배우가 특수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전시다. 회화와 연극의 경계를 허문 이 파격적인 시도는 오는 3월 6일부터 5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박신양 작가가 배우로서 40년간 쌓아온 정체성을 미술로 확장하는 실험이다. 전시장은 박신양의 가상 작업실로 꾸며지며, 관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새로운 시공간으로 들어온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정령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을 차용한 이 전시는, 1~2미터 대작 200점과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전시의 핵심은 연극 용어 '제4의 벽'을 회화에 적용한 점이다. 관객이 <당나귀> 시리즈를 감상하며 예술가의 사명을 생각하는 순간, 뒤에서는 특수분장을 한 배우들이 화가의 붓과 물감 속에서 튀어나온 정령처럼 나타난다. 박신양 작가는 스스로 미술감독, 무대감독,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를 겸하며 평면적인 회화를 4차원의 연극 무대로 재구성했다. <사과>, <키릴>, <투우사>, <거북이> 등 작품마다 담긴 화가의 고민과 철학, 실험을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박신양은 2023년 mM아트센터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유료 관객만 3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 미술사에서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당시 국내 주요 언론은 "연극의 산물이 '제4의 벽'을 뚫고 관객을 만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2025년에는 오사카한국문화원 초대 특별전과 인천아트쇼 초대전에서 6만 명이 찾는 등 주목받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은 박신양의 작품이 "존재의 극적인 순간과 육화된 파토스를 열어젖히고 있다"고 분석했고, 예술감독 김최은영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시각적 긴장감"을 강조했다. 철학자 김동훈은 "캔버스를 뚫고 나올 것 같은 박진감"이 관객을 작품 앞에 오래 머물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러한 예술적 성취를 인정해 박신양의 두 번째 개인전을 서울에서 처음으로 대규모로 개최하기로 했다. 전시 얼리버드 티켓은 1월 19일 오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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