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훈 "'모범택시'를 넘는 대표작을 만들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배우 이제훈을 이야기했을 때 '모범택시'를 빼놓고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저 역시 이 필모그래피가 저의 대표작으로 남기를 바란다. 하지만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 평생 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범택시'를 넘는 또 다른 대표작을 만들기를 원하는 것 같다.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려고 한다."
1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는 최근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 연출 강보승)의 세 번째 시즌까지 성공적으로 운행한 배우 이제훈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모범택시3'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 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극 중 이제훈은 전 특수부대 장교에서 현 무지개 운수의 택시 기사가 '김도기'를 맡았다. 이제훈은 "매주 본방사수를 하려고 TV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있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갈 줄 몰랐다"라며 "이제서야 작품이 끝났다는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지난주는 허전하게 보냈는데, 그 마음이 작품을 사랑해 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무지개 운수 식구들과는 매일 단톡방에서 여전히 수다를 떨고 하는데, 서로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 주에 같이 보기로 했다. 저희는 계속해서 함께하는 시간을 갖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며 작품을 마 소감을 밝혔다.
이제훈은 '모범택시' 시리즈를 통해서만 두 번의 대상(2023, 2025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시리즈로 두 번의 대상을 품에 안은 것은 이제훈이 유일하다. 그는 "지난해 SBS 작품들이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 주셨고, 시청률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수상을 기대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이렇게 시상식에 초청돼 함께한다는 것이 뿌듯했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대상까지 받게 됐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개무량했고, 대상이라는 트로피를 통해 받은 사랑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촬영을 하면서도, 또 촬영을 마치면서도 했던 생각이 있다. 저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무 의미가 없고 그 자리에 설 수도 없다는 것을 더욱 확실하게 안 것 같다. 앞으로 받은 사랑을 더 잘 유효하게 보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 같다. 참 감사한 2025년이었고, 그 감사함을 통해 2026년을 또 열심히 달릴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시즌에서도 단연, 이제훈의 화려한 부캐릭터 연기가 돋보였다.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해갔는지 묻자 "'모범택시' 스크립트를 받을 때마다 무지개 운수의 활약과 부캐릭터는 이런 활약을 보여준다는 내용이 있지만 상세한 설명은 없다"라고 답했다.
"온전히 제가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런 활약을 위해 어떤 캐릭터가 적합할지에 대한 연구와 캐릭터 구축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시즌 1과 시즌 2와 같은 캐릭터를 차용하면 식상하거나 재미없을 수도 있고, 기시감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욕심을 내는 것 같다. 시즌 3까지 오다 보니까 확실히 부담감이 크다. 어떻게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도전적인 부캐릭터가 많다 보니 두려움도 있지만, 그럼에도 하려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즐겨주시고 귀엽게 봐주시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특히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인 만큼, 웃음을 잃지 않고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부분으로 만드는 것 같다"라고 포인트를 전했다.
이제훈은 '모범택시3' 첫 화부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풍운아 도기'라는 부캐릭터로 글로벌 인신매매를 응징하는 것은 물론, 영어와 일본어 등 유창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일본어와 영어는 물론이고 화려한 액션이 많아서 부담이 컸지만, 그럼에도 '김도기는 못하는 게 없구나'라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캔버스가 남아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이돌 에피소드까지 넘어갔을 때는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단 '모범택시' 뿐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맡게 될 텐데, 기시감이 들지 않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작품마다 큰 도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쉽지 않지만, 더 열심히 해야죠"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도기 못지않게 이제훈 역시 '못하는 게 없는 것 같다'라는 말에 그는 "'모범택시'에서도 김도기가 수학선생님으로 갔을 때 교과서를 보고 경악하며 자율학습으로 돌린다. 또 시즌 3에서는 승부조작 에피소드 때문에 도박장을 보여주는데 타짜처럼 보이는 것을 단기간에 습득해서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 그런 부분을 무지개 운수 식구들을 통해 보완한다. 인간적인 모습도 있다는 것이 저한테는 되게 취향 저격인 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도 분명 못하는 것이 있겠죠. 그럼에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제훈 배우가 이런 작품을 통해 이런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되게 잘하는구나'라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다"라며 "장르적으로 솔직히 멜로나 로코 등 이제훈이 이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활약을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멜로에 대한 로망(?)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모범택시' 속 러브라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고은(표예진)과의 로맨스가 옅어진 것 같다는 말에 "대본을 받았을 때 고은과 관계가 남녀의 케미 보다는 좀 더 끈끈해지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서로를 의지하고 보호하는 사람들이 된 것 같았다. 도기와 고은의 러브라인을 응원하는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작가님의 생각에 달린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번 시즌은 '모범택시' 시즌 1의 조연출이었던 강보승 감독이 메인 연출자로 나서며 본인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냈다. 한층 더 영화적인 느낌이 강해진 것 같다는 말에 이제훈은 "이번 에피소드들이 굉장히 분명한 콘셉트를 가지고 보여준 시즌인 것 같다. 강보승 감독이 첫 연출작인데, 그전에 영화 등을 통해 여러 엔터테인먼트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했고, '모범택시1'에서는 조연출을 맡으며 세계관을 만드는 것에 일조했다. 이번 시즌에서 날개를 달고 훨훨 날게 된 것 같다. 강보승 감독 덕분에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빌런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극에 신선함을 더했다. 윤시윤, 장나라 등 기존에 주로 선역으로 등장했던 배우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 이제훈은 "이번 시즌 같은 경우 시청자들의 빌런에 대한 기대감을 처음부터 의식했다. 매 에피소드의 빌런으로 어떤 분이 하면 좋을까 많은 분이 의견을 주며 더 잘 모시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확실한 것은 연기를 잘하는 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라며 "저희 역시 시청자들이 빌런 캐릭터에 신선함을 느끼기를 원했고, 새로운 인물을 보여줬을 때 다들 놀라움과 궁금함을 가지고 시청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을 윤시윤 배우, 장나라 선배님께서 해주셨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준비 과정도 녹록지 않았고, 낯설 수 있고 각각 도전적인 부분이 분명 강했을 텐데 그런 것을 극복해 내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셔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시청자들께서도 분명 제가 느낀 감정을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모범택시'는 어느덧 세 번째 운행을 마쳤다. 그는 "시즌 3까지 온 작품이 한국 드라마 시리즈 중에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가 않다. 그런 시리즈를 함께 참여했다는 부분에 저도 자부심이 있지만, 다음 시리즈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이 이야기를 소중히 생각하는지 다들 잘 알고 있다.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만, 상업적인 측면이나 제작자의 입장도 있다. 어떤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시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김의성 선배님이 제작발표회 때 김도기의 도가니가 나가지 않는다면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저 역시 그런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도기 기사에게 각종 부캐릭터가 있듯, 배우 이제훈에게는 '모범택시' 김도를 비롯해 '시그널'의 박해영, '수사반장 1958' 박영한, '협상의 기술' 윤주노 등 그를 각인시킬 수 있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캐릭터가 있다. 이처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많은 캐릭터가 있다는 것에 대해 이제훈은 "분명 시작과 끝맺음을 했지만, 그 이후의 어떤 이야기가 쓰일까 어떤 삶을 살아갈까 궁금해지는 것 같다. 캐릭터로 산 시간이 끝났을 때 '나 더 이상 못해, 끝났어'가 아닌 그립고 아쉬운 측면도 있고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윤주노 역을 맡았던 '협상의 기술'도 이후 스토리를 쓰려고 하고 있고, 저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라며 차기 시즌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제훈은 이러한 캐릭터를 갖는 것이 모든 배우의 희망사항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단순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더욱더 잘하고 싶고, 성실하게 캐릭터를 준비해 작품의 온전한 재미를 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모범택시'의 운행은 잠시 멈췄지만, 배우 이제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달리고 있다. 그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