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코엑스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발표회
네이버 클라우드·NC AI·SK텔레톰·LG AI연구원·업스테이지 등 나서
배경훈 부총리 “최고 수준의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지원 이어갈 것”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성과 발표회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앞줄 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하정우 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박운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유덕규 기자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 5개 기업(네이버 클라우드·NC AI·업스테이지·SK텔레콤·LG AI연구원)이 처음으로 성과를 30일 공개했다. 지난 8월 선정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5개 팀은 각각 차별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성낙호 네이버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은 모두를 위한 AI가 되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국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소외 계층에도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덕규 기자

◇ 네이버 “국내 최초 네이티브 옴니 모달”

네이버 클라우드는 ‘옴니 모달(Omni Modal, 통합 감각)’을 내세웠다. 이날 공개된 하이퍼클로바 X SEED는 텍스트·이미지·오디오를 처음부터 하나의 모델에 동시 학습시킨 네이티브 옴니모달 모델이다. 성낙호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LLM은 책만 읽고 공부한 두뇌와 같다. 세상의 지식을 글로만 이해할 뿐 시각, 청각 등 다른 감각은 경험한 적이 없다”며 “이 두뇌에 눈과 귀, 손과 발을 달아주면 세상을 보고 듣고 만지면서 개념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방식은 언어 모델에 나중에 모듈을 결합하지만, 옴니모달은 처음부터 모든 감각을 공동 학습시킨다”며 “음성으로 질문하든, 이미지를 보여주든, 타이핑을 하든 어떤 방식으로도 유연하게 실시간 소통이 된다”고 덧붙였다.

성능도 검증됐다는 것이 네이버 클라우드의 설명이다. 성 총괄에 따르면 32B 싱크 모델은 수능에서 국어·영어·수학 1등급, 한국사·영어 만점을 기록했다. 수학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그래프까지 스스로 해석해 5초 만에 풀이 과정과 정답을 도출했다. AI 에이전트 벤치마크 TAU-Bench에서는 87점으로 40B 이하 모델 중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소버린 AI’ 개념을 처음 제시한 회사다. 성 총괄은 “모두를 위한 AI가 되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국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소외 계층에도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내년 2월 공공 에이전트 시범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며, 대동과는 농업 AI 에이전트를, 산업은행·한국원자력연구원과는 금융·에너지 특화 AI를 개발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 AI 돌봄 서비스 ‘네이컬’, 태국어 LLM 공동 개발, 사우디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NC “산업 현장 특화됐다”

NC AI는 ‘실용성’에 집중했다. 산업 특화 모델 바르코(VARCO)는 ‘Vertical AI Engine for Core industry transformation’의 약자로, 핵심 산업 혁신을 위한 버티컬 AI 엔진을 표방한다. 이연수 대표는 “포스코는 철강 분석 15년 연속 세계 1위,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량 3위, K9 자주포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인천공항은 국제 화물 실적 세계 2위”라며 “이런 K-인더스트리가 AI라는 날개를 달면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르코는 113B(1130억) 파라미터 중 추론 시 10B(100억개)만 활성화되는 전문가 혼합(MoE) 구조다. 이 대표는 “딥시크 v3 대비 메모리 83% 절감, GPU 연산 시간 15% 단축에 성공했다”며 “무조건 큰 모델이 아니라 비용 효율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단계 목표를 100% 초과 달성했으며, 테라 토큰 규모의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와 24종의 멀티모달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산업 특화 AI의 세 가지 핵심 요건으로 도메인 전문성, 보안 통제권, 비용 효율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위키피디아 같은 일반 데이터가 아니라 매뉴얼이나 판례 같은 현장 특화 데이터를 학습하고, 업계 은어와 전문 용어까지 문맥에 맞게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NC AI 컨소시엄은 54개 기관으로 구성됐다. KAIST, ETRI,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롯데이노베이트, 포스코DX, NHN 등이 참여한다. 현재 포스코·롯데·현대엘리베이터 등 28개 산업 현장에서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방 인공지능 센터와 협력해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부가 서비스로는 텍스트 입력만으로 3D 오브젝트를 생성하는 ‘바르코 3D’, 장면을 분석해 효과음을 자동 생성하는 사운드 AI, 250종 이상 자막과 4개 언어 더빙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로드맵은 1차 100B에서 2차 200B, 3차 산업 특화, 4차 멀티스케일·멀티모달로 확장하는 것이다. 또한 내년에는 국내 실증을 완료하고 2027년 중동·동남아 시장에 소버린 AI 수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 업스테이지 “효율성과 가성비 좋다”

5개 팀 중 유일한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가성비’를 앞세웠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에 따르면 업스테이지는 라마 70B, 30B 파인튜닝으로 시작해 계속해서 1등을 했다. 이후 10.7B 모델을 직접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했더니 이를 활용한 파생 모델이 1000개를 넘었다. 허깅페이스 다운로드도 200만 건을 기록했다. 이어 솔라 미니를 상업화하고, 일본어 버전 ‘아사히’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20B급 솔라 프로는 사우디 수출에 성공했고, 30B급 솔라 프로 투는 일론 머스크가 리트윗하며 화제가 됐다.

이번에 공개한 솔라 오픈 100B는 MoE 구조로 실제 활성화되는 파라미터는 12B 수준이다. 김 대표는 “정부 지원 GPU는 여러분의 세금이다.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컨소시엄 래블업과 함께 GPU 장애 즉시 감지·자동 교체 시스템을 만들어 학습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개월 만에 책 2억 권 분량을 학습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성능도 좋다. AI 업계에서 유명한 ‘스트로베리 테스트(Strawberry에 R이 몇 개인지 묻는 문제)’를 변형해 ‘스타베우리에 R이 몇 개냐’고 물으면 유료 모델들도 틀리지만 솔라 100B는 정확히 맞췄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어 뉘앙스 이해, 금융 지식 설명 등에서도 클로드 소넷 4.5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 딥 리서치, 슬라이드 생성, 팩트 체크 등 에이전트 기능도 구현했다.

컨소시엄에는 오케스트로, 데이원컴퍼니(패스트캠퍼스), 마키나락스, 노타, 래블업, 올거나이즈, 플리토, 뷰노, 금융결제원, KAIST, 서강대가 참여했다. 마키나락스는 사업계획서 작성에, 로앤컴퍼니는 법률 분야에 솔라 100B를 적용하고 있다. 데이원컴퍼니는 해커톤 개최를 기획 중이다.

김 대표는 학교나 비영리 기관에는 솔라 100B 포함 전 제품을 무료 API로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미 300개 이상 기관, 20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 SK텔레콤 “국내 최초 5000억 파라미터”

SK텔레콤 컨소시엄은 ‘규모’를 앞세웠다. 이날 공개한 ‘A.X K1’은 5190억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국내 최초의 초거대 모델이다. 정석근 AI CIC장은 “파라미터는 우리 뇌의 시냅스와 비슷하다. 시냅스가 많을수록 고차원적 사고가 가능하듯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AI가 더 복잡한 추론을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1조 파라미터 모델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고, 500B 이상은 중국·프랑스·일본만 보유하고 있다”며 “대한민국도 초거대 모델 보유국이 됐다”고 덧붙였다. 정 CIC장에 따르면 A.X K1은 딥시크 대비 지시 수행 능력 148%, 한국어 시험 110%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의 AI 도전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2019년 국내 최초 한국어 특화 모델 ‘코버트’를 개발했고, 2021년부터 자체 슈퍼컴퓨터 ‘타이탄’을 가동했다.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 GPU 클러스터 ‘페가수스’를 운영 중이며, 울산과 서남권에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컨소시엄에는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서울대·KAIST 교수진, 크래프톤, 포티투닷, 라이너, 셀렉트스타가 참여했다. 정 CIC장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에서 핵심 개발을 주도한 월드클래스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무리 튼튼한 인프라를 갖추더라도 독자 AI 모델이 없다면 진정한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며 “AI 주권은 누군가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A.X K1과 하이닉스 메모리 기술이 결합된 소버린 AI가 대한민국 제조업 혁신을 이끌 것”이라며 “반도체 현장에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향후 1조~2조 파라미터급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최정규 LG AI연구원 에이전틱 AI그룹장은 한국이 글로벌 선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유덕규 기자

◇ LG AI연구원 “글로벌 3위, 검증된 경쟁력”

LG AI연구원은 ‘검증된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했다. K-엑사원(K-EXAONE)은 마이크로소프트 AI 인덱스 리포트에서 미국·중국에 이어 글로벌 3위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이날 발표를 맡은 최정규 LG AI연구원 에이전틱AI 그룹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GPT-5와 기술 격차를 6개월 이내로 좁혔고, 중국 딥시크와는 동등한 수준으로 분석됐다”며 “한국이 글로벌 선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지난 2020년 설립 이후 꾸준히 모델을 발전시켜왔다. 2021년 엑사원 1.0을 시작으로 2023년 전문 데이터 기반 엑사원 2.0, 2024년 오픈 웨이트 모델 엑사원 3.0과 3.5를 공개했다. 올해는 최고 수준 추론 모델 ‘엑사원 딥’과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모델 ‘엑사원 4.0’을 선보였다. 현재 허깅페이스 누적 다운로드 880만건, 파생 모델 300개 이상으로 글로벌 생태계를 형성했다. K-엑사원은 236B 규모의 MoE 모델이다. 차별화 기술로는 독자적 MoE 구조와 하이브리드 어텐션이 있다. 최 그룹장은 “슬라이딩 윈도우 기반 로컬 어텐션으로 효율성을 확보하고, 일부 레이어에 글로벌 어텐션을 결합해 성능 저하 없이 학습 연산량을 30% 수준으로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성능 평가에서는 알리바바 큐웬3(Qwen3) 235B 대비 104%, 오픈AI GPT-4o-mini 대비 103%를 기록했다. 13개 공통 벤치마크 중 7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문맥 처리 능력도 기존 엑사원 4.0 대비 2배 늘어난 256K 컨텍스트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최 그룹장의 설명이다.

LG AI연구원의 컨소시엄에는 LG유플러스, LG CNS, 슈퍼브AI, 퓨리오사AI, 프렌들리AI, 한컴(한글과컴퓨터), 뤼튼, 이스트소프트 등이 참여했다. 제조 분야에서는 석유화학 나프타 스케줄러 최적화, 바이오 분야에서는 화장품 효능 소재 발굴 기간을 22개월에서 하루로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금융 분야에서는 런던증권거래소와 협력해 AI 기반 인사이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내년 1월부터 프렌들리AI API를 통해 K-엑사원을 무료 제공할 예정이다.

이날 5개 기업들의 발표가 마무리된 후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금의 5개 기업 컨소시엄들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데에 감개무량하다”며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이 아닌 최고 수준의 강국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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