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본 인터뷰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한류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지창욱이 또 한 번 디즈니+와 손잡고 나섰다. 그가 출연한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이 어느 날 억울하게 흉악한 범죄에 휘말려서 감옥에 가게 되고, 모든 것은 '요한'에 의해 계획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를 향한 복수를 실행하는 액션 드라마다. 지창욱은 한순간에 나락에 떨어졌지만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태중'으로 분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드라마판이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와 신작 '조각도시'. 같은 세계관의 작품을 이끌게 된 것이 못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지창욱은 특유의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짊어졌다. 부담 속에서도 피어난 건 그저 연기에 대한 열정이었다. "이젠 액션 하기 싫다"라면서도 몇 년 후 같은 말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욕심을 드러낸 지창욱과 드라마 종영 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디즈니+ '조각도시' 종영 소감은.

"굉장히 힘들게 찍었던 작품이었다.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길고 어려운 작품을 하면서 동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제게는 정말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Q. 영화 '조작된 도시'의 드라마화인 '조각도시'. 두 작품에서 모두 주인공을 맡았다. 부담감은 없었을까.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이 났다. 그 욕심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었다. 역할 자체가 괴로운 일이 많은 캐릭터다 보니까 마음이 힘들더라. 특히 10년 전에 '조작된 도시'를 하고 다시 '조각도시'를 제안받았을 때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조각도시'는 영화와는 다른 서사이고 바뀐 부분도 많았다. 같은 세계관이라고 해도 다른 작품이라 봤다."

Q. 부담감 속에서도 '조각도시'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지점이 궁금하다.

"사실은 제가 하고 싶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이건 내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글을 받았을 때 되게 재밌게 봤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들었다. 저에게는 큰 도전이면서 10년 전에 보여드린 모습을 더 디벨롭해서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Q. 극 중 점점 성장하는 태중의 액션은 작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유독 액션이 많은 작품이기도 했는데.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은 제가 했지만, 대역이 많기도 했다. 액션이라는 게 사실 제가 100% 다 하기가 쉽지 않다. 제가 욕심 나는 부분이나 '이건 내가 조금 더 잘할 수 있겠다' 하는 신은 제가 직접 했다. 액션신은 액션팀, 대역 친구와 함께 합을 짜고 현장을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한 것과 대역의 비율은) 50 대 50 정도 되는 것 같다."

"액션을 할 때면 항상 '진짜 안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정말 힘들고 몸이 고되다. '조각도시'는 내 마지막 액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찍었다. 저도 나이가 들어가고 제 마음과는 다르게 잘 해내지 못하는 순간들이 생긴다. 액션을 할 때마다 어김없이 '이게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지만, 몇 년 뒤에도 또 같은 생각을 반복하고 있을 것 같다.(웃음)"

Q.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던 태중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힘겨운 시간을 보낸 캐릭터인 만큼 감정신도 인상 깊었는데.

"이 작품은 장치적으로 주인공을 끌어 내리는 작업을 해야 했다. 태중이가 초반부에 얼마만큼 밑바닥까지 가느냐에 가장 신경 써서 작업했다. 그래야만 보시는 분들이 뒷부분에 이입이 잘될 거라 생각했다."

Q. '안요한' 역의 도경수 배우와 호흡은?

"(도)경수가 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잘 맞을 것 같았다. '안요한'은 악역이지 않나. 그런데 경수가 가진 얼굴의 순수함과, 가끔 보이는 광기가 있다. 그게 요한이로 표현됐을 때 되게 색다르고 재밌는 악역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저희끼리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태중이가 봤을 때 요한이 얼마나 베일에 싸여있고 무서워야 할지였다. 그런 점에서 도경수라는 사람이 가진 색깔이 요한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Q. 태중은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요한을 결국 죽이지 않는다. 이런 결말에 대한 소회도 궁금하다.

"제 성향상 복수는 좀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긴 하다. 하지만 '조각도시' 작가님께서 처음부터 '태중이는 흙을 만지고 생명을 살리는 나무 같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저에게는 그 말씀이 처음부터 끝까지 큰 숙제였다. 누군가를 해하지 않고 복수하는 일은 뭘까에 대해 고민했다. 그 지점이 가장 고민이 됐던 부분이다."

"태중이가 요한이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요한이가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을 것 같다. 태중이라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걸 복수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Q.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바람이 많은데. 후속편에 대해 이야기 나온 게 있을까.

"일단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건 전혀 없다. '조각도시'는 너무 힘들었던 작품이고, 당분간은 액션을 정말 안 하고 싶지만, 그래도 시즌2를 제안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배우에게는 이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

Q. '최악의 악', '강남 비-사이드'에 이어 '조각도시' 그리고 차기작 '메리 베리 러브'까지, 디즈니+와 협업이 많았다. '디즈니+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로 불리는 소감도 궁금하다.

"저는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누군가 저를 고용해 주시고 저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제가 개런티를 받는다는 건 배우로서 제가 쓰임새가 있다는 뜻이지 않나. 그래서 더 욕심을 내게 되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다. 피고용인으로서 저를 써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저를 쓴 그분들에게 헛된 결정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Q. 올해로 데뷔한지 17년째다. 연기 경력으로 따지면 중견의 입지인데. 지창욱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일까.

"연기가 쉬웠던 적이 딱 한 번 있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이다. 연기를 배우기 전에는 쉬워보였다. 계속 하면할수록 정말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느낀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연기가 쉬웠던 적이 없다. 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나 수월하게 작업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매 순간 고난의 연속이었고 여전히 어렵다."

"배우는 그저 직업이라 생각한다. 그게 저에게는 중요한 지점이다. 어릴 때는 배우가 되기 위해 삶의 태도를 바꿨다면 지금은 저를 위해 (연기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 배우는 다른 업을 하는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누군가가 알아본다는 차이 정도 같다. 저는 배우로서의 저와 실제 생활에서의 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쉼 없이 작품을 내놓고 있는 지창욱은 차기작도 줄줄이다. 디즈니+ 한일합작 로맨스 '메리 베리 러브' 촬영에 한창이며, 넷플릭스 '스캔들'과 JTBC '인간X구미호'(가제)까지 출연을 확정했다. 특히 '스캔들'에서는 손예진, '인간X구미호'에서는 전지현과 호흡하며 톱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다른 장르에서 보여줄 지창욱의 색다른 모습은 어떨지, 드라마 팬들의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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