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제공=야놀자 리서치

광안리해수욕장이 해운대를 제치고 전국 관광지 1위에 올랐다. 야놀자리서치가 전국 1만6745개 관광지를 대상으로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방문객 수가 아닌 여행자들이 남긴 버즈량과 감성을 측정했다는 점에서 기존 관광지 평가와 차별화된다. 광안리의 1위 등극은 드론쇼와 야간 경관처럼 여행자가 직접 참여하고 공유하는 '참여형 무대'가 전통적인 유명세를 압도한 사례로 해석된다. 

여행·관광 산업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원장 장수청)는 오늘(23일) <한국 관광지 500: 여행자 감성 평가로 본 2025 한국 관광 지형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국 1만6745개 관광지를 대상으로 소셜 빅데이터(버즈량 및 감성 분석)를 분석해 선정한 것으로, 방문객 수가 아닌 '여행자의 마음'을 데이터로 읽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선정된 500개 관광지는 정책적 활용도와 성장 전략을 차별화하기 위해 3단계 '티어(Tier)' 시스템으로 분류됐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결과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이 전통의 강자 해운대해수욕장을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보는 바다(해운대)에서 참여하는 바다(광안리)로의 이동"이라고 해석했다. 광안리는 드론쇼, 야간 경관 등 여행자가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공유하게 만드는 '참여형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승자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500개 관광지를 분석한 결과 '자연이 저변, 역사가 축, 엔터가 성장 엔진'이라는 뚜렷한 생태계를 확인했다. 자연경관형이 가장 큰 비중(50.2%)을 차지해 한국 관광의 저변이 산·바다·숲 등 휴양과 치유 수요에 있음을 보여주었고, 역사문화형은 35.0%로 국가 관광의 정체성과 서사를 구성하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엔터테인먼트형은 14.8%로 절대적인 개수는 적지만 상위권에서 높은 폭발력을 보이며 체험과 소비, 콘텐츠 생산을 촉진해 관광의 확산 속도를 높이는 '가속페달'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제공=야놀자 리서치

지역별로는 서울이 경복궁, 북촌 등 역사문화 자원이 도심에 고밀도로 집적된 전형적인 '역사문화 허브'로 나타났다. 서울의 강점은 자원들이 군집을 이뤄 '클러스터'로 작동한다는 점이며, 이는 외래 관광객의 진입지이자 국내 관광의 기준점으로서 서울의 구조적 우위를 설명한다. 강원과 제주는 압도적인 자연경관을, 부산은 도시와 바다가 어우러진 융복합 콘텐츠를 통해 각자의 색깔을 구축하고 있었다.

산업도시 포항의 약진도 눈에 띈다. 철제 구조물을 랜드마크로 바꾼 '스페이스워크'는 도시 고유의 산업 DNA를 관광 자원으로 승화시킨 성공 사례로,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확실한 '킬러 콘텐츠' 하나가 도시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올해 관광 트렌드로 촌캉스(Rural), 하이퍼 로컬리즘(Hyper-local), 스마트 기술(Tech)의 결합을 강조했다. 화려한 호텔 대신 시골의 '희소한 감성'을 즐기는 촌캉스와 동네 깊숙이 파고드는 하이퍼 로컬리즘이 MZ세대의 새로운 여행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아날로그 감성을 완성하는 것은 AR 가이드나 비대면 체크인 등 전면에 나서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인프라'로 작동하는 첨단 기술이다.

그래픽 제공=야놀자 리서치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퍼듀대 교수)은 "플랫폼 알고리즘은 이미 유명한 곳을 더 노출시키는 편향성을 갖는다"며 "지자체와 DMO(지역관광추진조직)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판은 낮지만 매력은 높은' 숨은 명소를 정밀하게 타겟팅해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대한 인프라보다 광안리의 드론쇼나 촌캉스의 시골 밥상이 더 큰 감동을 주는 시대"라며 "하드웨어 중심에서 사람과 경험 중심의 '휴먼웨어'로 전환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지자체의 '따라 하기식(Me-too)' 행정을 버리고, 포항처럼 지역의 고유한 DNA를 찾아내 'Only-Here(오직 이곳에서만)'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디지털 시대 여행자는 단순 관람객이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라며 "그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휴먼웨어에 투자해야 한국이 '감성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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