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식물에서 색으로… 그린웨어, ‘지속가능 섬유’의 새로운 표준 제시
의류는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그 이면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환경 문제가 존재한다. 전 세계 탄소배출의 10%, 산업폐수의 20%가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며 매년 4,300만 톤의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다양한 친환경 기술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섬유·패션 공정에서 환경 영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염색 분야는 대안 기술이 부족해 오랜 시간 ‘환경 취약 지점’으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업이 바로 식물성 폐기물에서 색을 추출해 새로운 염색 기술로 전환시키는 스타트업 ‘그린웨어(GREENWEAR)’다.
그린웨어의 기술은 산업 전반에서 버려지던 석류 껍질, 히말라야 대황 뿌리 등 식물성 부산물에서 천연 바이오매스 색소를 추출하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자연에서 얻은 색을 활용한 전통 천연염색은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내구성·균일성·대량생산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현대 패션 산업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린웨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연물질이 염색 공정에서 발생시키는 물리·화학적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산업 설비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고도화하는 연구를 5년 이상 지속해 왔다. 그 결과, 기존 화학염색 공정 대비 탄소 배출과 폐수, 화학물질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품질과 생산성을 확보한 ‘바이오매스 염색 기술’을 구현했다.
그린웨어는 환경 분야 국제대회 중 하나인 ‘어스샷(Earth shot Prize)’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린웨어는 “이는 자사 기술이 단순한 친환경 이미지가 아닌 글로벌 환경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기술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저자극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도 그린웨어의 강점이다. 그린웨어는 환경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부담이 적은 제품을 지향하며, 천연 기반 바이오매스 색소를 활용해 유해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한 염색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피부 자극 가능성을 낮췄으며, 글로벌 섬유 안전 인증인 ‘OEKO-TEX Standard 100’ 가운데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꼽히는 Class I(영유아·아동용 적합) 인증도 획득했다.
지난 11월에는 영유아 및 민감 피부를 고려한 섬유제품 브랜드 ‘아토피랩(AtoP Lab)’을 공식 론칭했다. 아토피랩은 피부에 직접 닿는 섬유의 특성을 고려해 원단 선정부터 염색, 제작 전 과정에서 자극을 최소화하는 기준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품이 설계됐으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섬유 제품에서 보다 안심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영유아 섬유 제품 시장에서는 화학염색에 대한 우려로 색상 구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지만, 그린웨어는 자연에서 얻은 색을 저자극 방식으로 구현함으로써 색상 표현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설명이다. 아토피랩은 12월 초 천연염색 가제손수건과 엠보손수건을 출시했으며, 향후 출산선물세트, 아동복, 언더웨어 등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린웨어의 기술은 단순히 ‘색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산업, 환경,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버려지던 식물성 부산물에서 추출한 색이 환경 부담을 줄이고, 그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 일상 속 섬유 선택의 기준을 바꾸는 과정은 패션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지속가능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금, 그린웨어는 “섬유·패션 산업의 기존 관행을 넘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창업 5년 차를 맞은 그린웨어는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다양한 지원을 바탕으로 유한킴벌리, 삼양사 등과 협업을 진행하며 기술의 산업적 확장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