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리인벤트 2025] AWS 올라탄 로봇, 인류 난제에 도전하다(르포)
농업·산불·바다 문제 해결 나선 로봇들
태양광으로 토양 지키고, AI로 산불 잡고, 드론으로 생태계 기록
AWS 클라우드가 ‘동맥’… 현장 데이터 실시간 분석
인구는 증가하는데 식량은 줄어든다. 농업 인구 감소에 농경지 축소, 기후 변화까지 겹쳤다.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반복되고, 해양 생태계는 요동친다. 누구나 아는 문제지만, 선뜻 해법을 내놓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그런데 이 난제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로봇들이 있다. 태양광만으로 움직이며 농경지를 지키는 로봇, 헬리콥터에 탑재되어 산불을 실시간 분석하는 인공지능(AI), 바다 속 300m를 탐사하며 생태계를 기록하는 수중 드론. 이들의 공통점은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를 신경계처럼 활용한다는 것이다.
1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25에서 이 로봇 기업들을 만났다. ‘피지컬 AI 쇼케이스’에 전시된 이 로봇들은 실제 현장의 문제를 풀고 있었다.
◇ 무거워지는 농기계, 메말라가는 토양
농업이 직면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구는 증가하는데 식량 생산은 정체됐다. 농업 인구는 줄고, 농경지는 축소되고 있다. 기후 변화도 변수다. 그런데 여기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더 겹쳤다. 농기계가 무거워지면서 토양 자체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용 로봇 스타트업 아이젠(Aigen)의 공동창업자 케니 리(Kenny Lee)가 지적한 내용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한 번에 더 많은 작물을 수확하려다 보니 농기계는 대형화됐다”며 “무거운 대형 트랙터가 농경지를 지나가면 토양이 눌려 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토양이 압축되면 건조해지고, 미생물이 죽는다. 결국 땅이 척박해져 농사짓기 어려운 땅이 되는 것이다.
아이젠은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 로봇을 내놨다. 무게가 적게 나가는 소형 로봇 ‘엘리먼트(Element)’다.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이 로봇은 토양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오염도 없다. 태양광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을 얹은 이 로봇은 AI 모델이 1.5W만 소비한다. 일반 휴대폰(4W)보다 적은 전력이다. 205W 태양광 패널로 하루 14시간 작동하고도 전력이 남는다.
로봇은 자율주행으로 농경지를 누비며 AI로 잡초를 식별한다. 제초제 대신 기계식으로 잡초를 뽑는다. 화학물질 역시 필요 없다. 케니 리 창업자는 “존디어는 디젤을 쓰지만 우리는 100% 태양광을 사용한다”며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로봇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이면서도 경제적이라는 뜻이다.
로봇들은 메시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된다. 어디에 잡초가 많은지, 어떤 구역에 병해충이 있는지 정보를 공유한다. 이 데이터는 AWS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농부는 모바일 앱으로 실시간 농경지 상황을 확인한다.
케니 리 창업자는 해당 기술을 농업 외 다른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광산 등에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방산업에는 진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는 “회사를 창업한 이유는 세상에 좋은 일을 하기 위함이었다”며 “군사적으로 로봇이 사용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로봇은 노스다코타 사탕무 농장에서 50대가 운영 중이며, 목화와 콩 농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 산불 정보 빠르게 찾아내는 AI, 실종자도 수색
복셀리스(Voxelis)가 선보인 ‘복스비전(VoxVision)’은 헬리콥터에 탑재되는 7kg급 AI 시스템이다. 산불 현장에서 파일럿들이 육안에만 의존하던 한계를 넘어선다.
복스비전은 열화상 카메라와 광학 카메라로 산불 현장을 스캔한다. 어디가 가장 뜨거운지, 연기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불길이 어디로 번지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핵심은 엣지 컴퓨팅이다.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 처리하는 게 아니라 헬리콥터에서 바로 처리한다. 파일럿이 조종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복스비전은 자동으로 온도, 압력, 연기 데이터를 기록한다.
처리된 데이터는 AWS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지상 소방팀이 실시간 화재 지도를 받는다. 어디에 인력을 투입할지, 어느 지역을 먼저 대피시킬지 판단할 수 있다. 복스비전 관계자는 해당 기술에 대해 “산불 진압뿐 아니라 실종자 수색, 송전선 점검, 장애물 탐지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캐나다에서 인증을 받았고, BC 산불 서비스와 앨버타 산불 서비스에 공급 중이다.
◇ 바다 속 디지털 트윈, 수류탄까지 찾다
코스마(Cosma)의 수중 드론은 군집으로 움직인다. 하루에 4~6대가 투입돼 8시간 운영되며, 수심 200m까지 탐사한다. 1헥타르당 10만 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광학 카메라와 음향 센서로 해저를 스캔한 뒤, 수면으로 올라와 데이터를 AWS 클라우드에 업로드한다. 데이터량은 0.5~1테라바이트에 달한다. 코스마 측은 이 규모의 데이터를 스케일링하려면 AWS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에선 3D 사진측량으로 10만 장의 사진이 하나의 디지털 트윈으로 재구성된다. AI가 이 모델을 분석해 어디에 어떤 종이 서식하는지, 산호초는 건강한지, 해초 군락은 얼마나 넓은지 파악한다. 현장에서 만난 코스마 관계자는 “사람이 바다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쓰레기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저에서 플라스틱 병, 낚시 그물, 캔은 물론 2차 대전 때 터지지 않은 수류탄도 발견됐다. 관계자는 “몇 주 전 사람들이 다이빙하는 구역에서 수류탄을 찾았는데, 아직 바다에 미폭발 탄약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코스마의 AI는 액티브 러닝 방식으로 학습한다. 처음엔 물체를 모르지만, 몇 개 샘플을 보여주면 학습한다. 이후엔 비슷한 물체를 자동으로 감지한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10만 장을 분석하려면 며칠 걸리지만, AI는 몇 시간이면 끝난다. 프랑스 해군이 고객이고, 세계자연기금(WWF)도 해양 생태계 모니터링에 활용한다. 해상 풍력 발전소 건설 전 환경 영향 평가에도 쓰인다.
◇ 현장과 클라우드를 잇는 ‘보이지 않는 동맥’ AWS
세 로봇의 작동 방식엔 공통점이 있다. 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일차 처리는 엣지에서 하고, 본격 분석은 클라우드에서 한다. 아이젠은 농경지 메시 네트워크 데이터를 AWS로 보낸다. 복셀리스는 헬리콥터에서 엣지 처리 후 클라우드에 동기화한다. 코스마는 대용량 이미지를 클라우드에서 3D 모델로 재구성한다. 로봇이 수집하고, 클라우드가 분석하고, 인간이 결정하는 구조다.
농경지 토양 압축, 산불 확산 예측, 해양 생태계 변화 모니터링. 이 난제들은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 AWS 리인벤트 2025 행사장에서 만난 로봇들은 이미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로봇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동맥’으로 AWS 클라우드가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