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희 한국IBM 상무 “양자컴퓨팅, 복잡한 연산 영역서 실용화 단계 진입”
28일 양재 aT센터서 양자컴퓨팅 현황·사례 소개
리스크 관리·시장 시뮬레이션 등 현재 활용 단계
“기존 시스템 대체하진 않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
“양자컴퓨터가 금융권의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리스크 관리 등 복잡한 연산 영역에서 실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표창희 한국IBM 퀀텀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한국 및 아태지역 총괄 상무의 말이다. 그는 28일 서울 서초 양재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에서 양자컴퓨터가 더 이상 실험실의 연구 단계가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 단계로 진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핀테크 분야에서 리스크 관리, 시장 시뮬레이션, 사기 탐지 등 연산량이 많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현재도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표 상무는 양자컴퓨터의 주요 활용 분야로 △해밀토니안 시뮬레이션(분자·재료 등 자연 현상 모사) △최적화(제약 조건 하 최적해 탐색) △머신러닝(양자 생성 모델 활용) △편미분 방정식 해석(난류·기상 현상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에 기반하다 보니 분자나 재료 등 자연 현상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어 신약 개발이나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에 활용된다”면서 “금융 분야에서는 여러 규제와 제약 조건 속에서 최적의 해를 찾는 포트폴리오 구성, 공급망 관리, 물류 최적화 등에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자 생성 모델을 활용하면 기존 AI 모델이 잡지 못했던 작은 패턴을 학습해 예측 성능을 높일 수 있고, 난류나 기상 현상 같은 고전 컴퓨터로 계산하기 어려운 편미분 방정식 문제도 새로운 방식으로 풀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실증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표 상무는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IBM과 협력해 채권 등 고정수익 자산 포트폴리오를 양자컴퓨터로 재구성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수천 개 채권 중에서 수익률과 리스크, 규제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서 종목 수와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는 최적화 문제를 양자-하이브리드 알고리즘으로 해결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 기존 최적해 대비 0.5% 이내 오차 범위에서 포트폴리오를 생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HSBC는 지난 9월 회사채 거래 실행 전략 고도화에 양자 머신러닝을 활용했다. 하이브리드 방식의 모델로 채권 호가의 체결 확률을 예측한 결과, 기존 방식 대비 34% 높은 체결 확률을 기록했다. 표 상무는 “금융권 관계자들은 1~2%만 개선돼도 큰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웰스파고는 주문 호가창의 중간 가격을 통해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는 모델에 양자컴퓨터를 활용했다. 통계적으로 중요한 패턴만 추출해 양자 생성 모델을 학습시킨 결과, 기존 모델보다 적은 파라미터로 더 나은 예측 결과를 얻었다.
IBM의 양자컴퓨팅 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IBM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85대 이상의 양자컴퓨터를 구축·운영 중이며, 이 중 25대가 100큐비트 이상 시스템이다. 100큐비트 이상이 유용한 양자컴퓨팅 서비스 제공을 위한 최소 기준이라고 IBM은 설명했다. 현재 서비스 중인 헤론(Heron) 프로세서는 99.9%의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의 양자 데이터센터를 통해 24시간 365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발표한 나이트호크(Nighthawk) 칩은 기존 프로세서 대비 연결성이 30% 이상 향상됐으며, 각 큐비트 간 4개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튜너블 커플러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30% 이상 복잡한 연산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표 상무는 “양자컴퓨터는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CPU, GPU, TPU와 함께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라며 “HPC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 GPU는 AI 학습과 추론, 양자컴퓨터는 조합 문제와 수치 집약적 문제를 담당하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IBM은 지난 2023년 양자 유용성을 달성해 네이처지에 발표한 데 이어, 현재 양자 중심 슈퍼컴퓨팅 단계에서 기존 고성능컴퓨팅(HPC)·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하나의 워크플로로 묶어 하이브리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내년에는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 달성을, 2029년에는 오류 내성(Error Tolerance) 시스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