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방문 줄어들까? 염증성 장 질환, 피하주사로 자가 투약 전환 가능성 확인
일부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맞아야 했던 정맥주사 치료를 피하주사로 전환해도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병원 방문이 필요한 생물학제제 정맥주사의 투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된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전유경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황성욱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23~2024년 두 병원에서 치료받은 염증성 장 질환 환자 101명을 대상으로 정맥주사 치료를 피하주사로 전환했을 때의 유지 가능성과 안전성을 분석했다고 19일 밝혔다.
염증성 장 질환(IBD)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하는 만성 소화기 질환으로, 일부 환자는 증상이 안정된 뒤에도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생물학제제 주사 치료를 꾸준히 받는다. 하지만 정맥 투여가 필요해 통상 1~2개월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며, 치료 기간이 수년에서 평생에 이를 수 있어 부담이 크다.
연구팀은 기존 정맥주사 형태의 베돌리주맙(Vedolizumab)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 24주간 2주마다 투여한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상자의 71.3%가 24주 이후에도 피하주사 치료를 유지했다. 주사 부위 가려움·통증 등 국소 반응은 약 24%에서 보고됐으며 대부분 경미했다. 전신 부작용은 2%로 드물었다.
다만, 피하주사로 전환하는 시점에 스테로이드를 병용 중이거나, 정맥주사 단계에서 치료 반응이 낮아 4주 간격으로 투약하던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피하주사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정맥주사를 장기간 맞아야 하는 환자의 병원 방문 부담을 덜고, 안정기 이후에는 가정에서 투여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유경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치료 유지 부담이 크다”며 “상태가 안정된 환자라면 피하주사 전환을 통해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소화기학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