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연구팀, 국제학술지 Critical Care에 탐색적 임상 결과 게재

심장이 멈추기 직전의 환자를 살리는 장치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공급)’의 부작용을 줄이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양정훈·고령은 교수 연구팀은 에크모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염증 반응을 완화하기 위해 ‘혈액정화요법’을 병합한 임상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크리티컬 케어(Critical Care, IF=9.3) 최근호에 발표했다.

심인성 쇼크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전신에 혈류 공급이 어려워지는 치명적인 상태다. 약물치료로 회복되지 않는 중증 환자는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VA-ECMO(정맥-동맥형 에크모)’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체외 순환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해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염증 유발 인자와 내독소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혈액정화요법을 에크모 치료와 병합하는 전략을 시도했다. 패혈성 쇼크 환자 치료에 활용되는 특수 필터(oXiris®, Baxter社 제품) 를 이용해 혈액 속 염증 물질을 제거하고, 기존 치료군과 비교하는 무작위배정 파일럿(탐색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옥사이리스 군(빨간색), 표준 필터 사용 군(파란색)의 7일 이내 염증 지표 변화. 인터루킨(IL)-6, 염증 유발 성장분화인자(GDF)-15 수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미지 제공=삼성서울병원

그 결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6(IL-6)과 염증 유발 성장분화인자(GDF-15) 수치가 치료 24시간 이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7일째까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내독소 수치 변화나 사망률 등 주요 임상 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고령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액정화요법이 에크모 치료 중 염증 반응을 조절할 수 있을지를 탐색한 파일럿 무작위배정 연구”라며 “염증 지표의 감소 신호는 확인됐지만, 임상적 개선 효과는 향후 대규모 연구를 통해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정훈 교수는 “에크모는 생명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치료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반응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져야 한다”며 “염증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전략은 에크모 치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에크모 치료 중 염증 조절을 위한 무작위배정 연구’로서 임상적 가능성을 탐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접근이 일부 시도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무작위배정 방식으로 검증된 사례가 드물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대규모 무작위 임상 연구를 추진해, 중환자 치료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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