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대신 면역세포로 암세포 공격” 자궁경부암 새 치료 전략 가능성 확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연구팀, ‘TF-BiTE’ 세포 실험서 면역반응 확인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자궁경부암 치료 전략이 제시됐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택 교수 연구팀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이중 특이성 항체(BiTE, bispecific T-cell engager)를 개발해 세포 실험에서 항암 반응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9월호)에 게재됐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서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를 넘지만, 재발하거나 전이된 환자는 20%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환자의 경우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어서 새로운 치료 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연구팀은 자궁경부암에서 조직 인자(Tissue Factor, TF)가 높은 비율로 발현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TF는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에 관여하지만,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아 표적 치료의 주요 단백질로 꼽힌다.
이에 연구팀은 TF를 인식하는 항체와 면역세포의 수용체인 CD3를 인식하는 항체를 결합해 ‘TF-BiTE’를 제작했다. 이 결합체는 면역세포(T세포)와 암세포를 직접 연결해 T세포가 암세포를 스스로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기존 치료제인 티소투맵 베도틴(Tisotumab vedotin)이 항암 약물을 암세포에 전달해 직접 파괴하는 방식이라면, TF-BiTE는 약물 대신 면역세포의 공격 반응(항암 반응)을 이용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작동 원리를 갖는다.
연구팀이 자궁경부암 환자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편평세포암의 86.3%, 선암의 85.2%에서 TF가 발현됐고, 정상 자궁경부 조직에서는 TF가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자궁경부암 세포주(SiHa, HeLa, ME-180)에 TF-BiTE를 처리했을 때 T세포 활성화 지표(CD25, CD69)가 증가하고, 면역물질(TNF-α, IFN-γ, IL-2)의 분비가 늘어나며, 암세포가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면역세포 매개 항암 반응이 관찰됐다.
박성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치료 기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자궁경부암 치료에서 면역반응을 활용할 수 있는 기초 근거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세포 실험(in vitro) 단계의 기초 연구로, 실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전임상)과 임상시험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임상 단계로 가기까지는 여러 절차가 남아 있지만, BiTE 플랫폼이 기존 항암약물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는 약물 중심의 암 치료를 면역세포 중심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전적 단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면역관문억제제 등 다른 면역 치료제와 병용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