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치매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다만 실제 임상검사로 활용되기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서울병원 김희진·원홍희 교수와 연세대학교 서진수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위험도를 분석해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최적 다유전자 위험 점수(optimized polygenic risk score, optPRS)’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공식 학술지 ‘알츠하이머스 앤 디멘시아(Alzheimer’s & Dementia, 영향력 지수 11.1)’ 최근호에 게재됐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알츠하이머병은 수많은 유전 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 예측이 어려운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이다. 지금까지는 APOE 유전자를 중심으로 위험도를 추정해 왔지만, 개인별 예측 정확도가 낮고 실제 질병 진행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2022년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기존 다유전자 위험 점수(polygenic risk score, PRS)를 바탕으로,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에 최적화된 ‘optPRS’를 새롭게 구축했다. 국내 1,600여 명의 환자 유전체 및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모델을 검증했으며, 기존보다 알츠하이머병 예측 정확도가 향상되고 질병 경과와도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분석 결과, APOE와 별개로 optPRS 점수가 높은 집단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2.4배,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위험이 2.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optPRS가 실제 병리적 진행을 반영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오가노이드(뇌유사조직) 실험도 병행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optPRS 점수대 별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제작하고, 이를 연세대 연구팀이 맹검 방식으로 뇌 오가노이드로 만들어 분석한 결과, 고위험군에서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원홍희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optPRS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자료에서도 성능이 검증된 만큼, 동아시아 인종에 적용 가능한 예측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며 “30여 개의 유전 변이만으로도 유전적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어 향후 임상 활용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희진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유전적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 개인별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향후 치매 신약 개발의 기초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예측 가능성을 제시한 단계로, 실제 임상검사로 활용되기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optPRS는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용 예측 모델로, 병원에서 시행하는 유전자 검사나 진단검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또한 표본 규모가 1,600명으로 한정돼 있어, 다양한 인종과 환경 요인을 포함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일반화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 관련 기술은 국내 특허 2건이 등록됐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출원해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향후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통한 고도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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