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정 NH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장

NH투자증권이 아시아 증권사 최초로 GCF 공인 펀드 매니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최대 2억 달러 규모의 기후테크펀드(Climate Technopreneurship Fun, 이하 CTF)를 출범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권기정 NH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장을 만나 비전과 전략을 들어봤다.

아시아 증권사 최초로 GCF 공인 펀드 매니저로 선정됐다. 이 성과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선정은 단순한 비즈니스 성과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UN 산하의 Green Climate Fund(녹색기후기금, 이하 GCF)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심사 기준을 가진 국제금융기구 중 하나다. 이번 선정은 우리가 지난 5년간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구축해 온 ESG 투자 역량과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본다. 특히 2024년 7월 기준 아시아 금융기관 중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한국 금융업계 전체의 글로벌 위상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CTF의 가장 혁신적인 특징을 꼽는다면

멀티전략 투자 모델이다. 기존 펀드들이 대출, 지분투자, 메자닌 중 하나에 집중했다면, 우리는 세 가지 방식을 모두 병행한다. 또한 GCF로부터 최대 8,375만 달러의 우선손실 약정을 통해 민간 투자자의 위험을 분산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전체 목표 규모의 약 4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민간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한 구조다.

CTF는 GCF와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촉매 자본(catalytic capital)을 활용해 민간 자본이 참여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는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의 대표적 사례다. 또한 한국, 싱가포르, 호주,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수준의 기후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탄소저감과 기후변화 적응 효과를 창출하고, 이를 동남아시아 5개국(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라오스)에 기술이전 형태로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7대 투자 테마를 선정한 기준이 궁금하다

각국의 정책, 기술 수요 및 공급, 투자와 회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 ▲저탄소 교통수단 ▲에너지효율 ▲농업기술 ▲수자원관리 ▲폐기물관리를 7대 투자 테마로 선정했다.

국가별 특성과 산업 여건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며, 농업기술(Agri-Tech)과 수자원관리(Water Management)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지만 기후변화 적응 측면에서 중요한 영역이라 판단했다.

투자 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는 기술적 타당성이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으면 투자할 수 없다. 둘째는 시장성과 확장성이다.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 가능한 시장에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임팩트 창출이다. 탄소 감축량과 수혜자 수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164만 톤 CO₂ 감축, 230만 명 수혜자라는 목표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임팩트 투자의 핵심은 '측정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추상적인 목표로는 글로벌 전문 투자자들을 설득하거나 성과를 관리하기 어렵다.

164만 톤 CO₂ 감축 목표는 각 투자 기업 또는 프로젝트의 예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UNFCCC CDM(청정개발체제) 방법론과 주요 하위 기준을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230만 명 수혜자 목표 또한 같은 방식으로 산정했으며, 직접 수혜자 118만 명, 간접 수혜자 113만 명으로 구분해 설정했다. 이러한 임팩트 목표는 향후 10년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투자 진행에 따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검증할 계획이다.

아시아 기후기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아시아, 특히 ASEAN 시장은 앞으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본다. 글로벌 기후기술 투자 규모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ASEAN은 같은 기간 240억 달러에서 730억 달러로 약 15%씩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주요국들이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펴면서 민간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31%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자본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쟁사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NH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은 해외 사모주식과 사모사채 투자 분야에서 축적된 운용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모회사인 NH투자증권의 종합금융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탄소금융부와의 협업을 통해 투자 전 과정에 일관된 이해관계를 구축했고, 글로벌 자문사무국을 별도로 구성해 소싱 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문성을 적용하고 있다. GCF와의 파트너십 경험 또한 차별화된 강점으로 평가된다.

GGGI와의 파트너십은 어떤 시너지를 내고 있나

CTF 운용에 있어 GGGI는 핵심 파트너다. GGGI는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녹색성장 및 탄소중립 달성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50여 개 회원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60건 이상의 기후기술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각국 정부, 공공기관, 투자기금, 민간 단체 등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 대상 기업 발굴, 기술 검증, 정책 연계 등 다양한 협력이 가능하다.

한국이 아시아 기후금융 허브가 될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은 반도체,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연료, 농업기술 등 핵심 기후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동북아와 동남아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고, 정부의 정책적 의지도 강하다.

K-택소노미 도입, 녹색금융 활성화, 신남방정책 등이 우리가 추진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이번 CTF 선정 사례가 한국의 기후금융 역량을 국제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권기정 NH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장

마지막으로 CTF의 궁극적인 비전을 말해달라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투자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기후기술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CTF의 혼합금융 모델이 향후 아시아 기후금융 분야에서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되어 더 많은 민간 자본이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향후 10년간 164만 톤의 CO₂ 감축과 230만 명의 수혜자 창출을 목표로, 아시아가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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