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쉼표, 바로 여기” 경주 5성급 리조트 ‘소노캄 경주’, 1박2일 체험기
‘소노캄 경주’ 9월 26일 리뉴얼 오픈
경주역에 내려서자, 도시 곳곳에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됐다. 시내로 향하는 길목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홍보 현수막이 나부끼고, 새롭게 설치된 조형물들이 이 천년고도가 맞이할 국제적 순간을 예고하고 있었다. 다음 달 말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일 경주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런 가운데 보문관광단지에 자리한 소노캄 경주의 리뉴얼 오픈이 눈길을 끈다. 19년간 소노벨 경주로 사랑받았던 이곳이 1,700억원의 투자와 1년간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오는 9월 26일 5성급 프리미엄 리조트로 새 출발을 알린다. 신라 천년의 역사가 깃든 경주에서 현대적 휴식은 어떤 모습일까. 1박 2일간의 투숙을 통해 그 답을 찾아봤다.
경주역에서 버스로 30분 거리, 보문호수가 시야에 들어오자 웅장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까지, 총 418실 규모의 소노캄 경주는 외관부터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로비에 들어서자 천장의 한국적 문양과 은은한 조명이 첫 인상을 좋게 만들었다.
배정받은 디럭스 스위트는 창밖 풍경을 하나의 그림처럼 담아내는 한국적 공간 미학이 돋보이는 객실이었다. 42.5㎡ 규모로 침실과 거실이 분리된 구조는 프라이빗한 휴식 공간을 확보해줬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 보문호수의 웅장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특히 일몰 시간대의 풍경은 객실을 거대한 갤러리로 만들어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 전통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테리어다. 거실 공간의 좌식 테이블과 한국적 패턴의 카펫은 마치 전통 한옥의 대청마루를 연상시킨다. 좌석 테이블에는 웰컴 기프트가 놓여있다. 경상도 지역에서 '살구'라고 불리는 공기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따뜻한 배려는 객실 내에 준비되어 있는 '사색의 시간차' 어메니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소노캄 경주에서 특별히 개발한 '화양연화'와 '청풍명월' 두 가지 블렌딩 차가 전용 다기 세트와 함께 준비되어 있다.
화양연화는 경주 보문호의 벚꽃잎을 모티브로 한 차로, 유기농 녹차에 장미꽃잎, 마리골드플라워, 목서꽃 등을 블렌딩해 '나의 화양연화'를 피워내듯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청풍명월은 경주의 맑은 바람과 달빛을 담아낸 허브 블렌딩 차로, 페퍼민트의 청량감과 그린루이보스의 깊이가 어우러져 여행의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맑히는 시간을 선사한다는 컨셉이다.
실제로 보문호수를 바라보며 화양연화를 우려내는 시간은 특별했다. 차가 우러나는 과정에서 피어오르는 은은한 향이 객실 전체를 감쌌고, 창밖 호수와 어우러져 진정한 '유유자적'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소노캄 경주의 시그니처 시설이자 핵심은 '웰니스 풀앤스파'였다. 지하 680m에서 끌어올린 약알칼리 온천수를 사용한 이곳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힐링 스폿으로, 일반적인 워터파크와는 완전히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웰니스 풀앤스파는 실내와 실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내 공간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의 빛과 밤하늘을 연상하는 천장 조명이 어우러져 낮과 밤이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별빛을 연상시키는 천장 조명은 마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실외 공간에 있었다. 신라 시대의 궁원인 동궁과 월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공간은 낮에는 하늘과 자연의 푸른 빛을,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수면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완만한 곡선 형태로 설계된 수로는 물결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사색에 잠기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경주 유일의 보문호수뷰 실외풀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압도적이다. 깊은 고요와 몰입을 경험하게 해주는 이곳에서는 메인풀, 레인풀, 시크릿풀을 모두 온천수로 즐길 수 있다. 온천수의 부드러운 수질은 확실히 일반 수영장과는 차별화되고, 피로 회복과 힐링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프라이빗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카바나도 마련되어 있어 더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만 수용 인원 제한으로 인해 성수기에는 예약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 또한 일반적인 호텔의 피트니스 시설이 없는 점은 운동을 즐기는 투숙객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카페 '오롯'에서 진행된 올데이티 신은총 대표의 다도체험은 투숙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지만,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정규 프로그램은 아직 아니었다. 이번 프레스 투어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체험으로, 일반 투숙객들은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텔 측에 따르면 향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다도체험이 진행된 카페 오롯은 베이커리 카페로, 통 유리창을 통해 보문호수의 고요한 풍경을 오롯이 담아낸 공간이다. 원형 창틀로 구성된 독특한 인테리어와 자연광이 어우러져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곳에서는 평소 커피를 비롯한 전통적인 티 메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료와 제철 과일로 만든 쌀케이크, 보리로 만든 팬케이크, 시그니처 상품인 월명우스케이크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를 선보인다.
전문적인 티 테이스팅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의미 있었다. 특히 객실에도 준비되어 있던 소노캄 경주만의 오리지널 블렌딩 차인 '화양연화'와 '청풍명월'을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전 세계 차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테이스팅 세트를 활용한 다도체험은 교육적 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정규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때는 좀 더 체계적인 구성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카페 오롯의 아름다운 공간과 보문호수 전망을 활용한다면 더욱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노캄 경주에서 투숙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나 액티비티는 웰니스 풀앤스파 이용과 북카페 서재 정도가 전부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도체험 같은 차별화된 프로그램의 도입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유유자적'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체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가치가 크다. 객실에서 동일한 차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전문적인 테이스팅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면 소노캄 경주만의 시그니처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노인터내셔널 호텔앤리조트 부문 한국동부 정종훈 총괄임원과 소노인터내셔널 홀딩스 부문 홍보 손선원 담당임원이 진행한 미디어 세션에서는 소노캄 경주의 운영 철학과 향후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유유자적'이라는 운영 컨셉과 '고요와 느림'을 통한 차별화 전략은 명확했다.
특히 PRS(프레지덴셜 스위트)가 국내 최대 규모(172평)라는 점과 APEC 정상회의 대비 준비사항들은 흥미로웠다. 전용 엘리베이터, 회의실, 개인 피트니스 공간, 케이터링 서비스까지 갖춘 시설은 확실히 차별화 요소였다.
리조트 단지 내에서는 두 개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먼저 마주친 것은 외부 공간 '심상의 기원'에 설치된 최정윤 작가의 '시간의 표면'이었다. 국가문화유산인 경주 계림로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잔잔한 물과 대비를 이루어 입체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외부 공간 '탄생의 기원' 공간에 설치된 채미지 작가의 '더 모먼트 오브 러브'였다. 거대한 반지 형태의 이 조형물은 사랑과 영혼을 상징하며, 소노캄 경주의 웨딩 컨셉과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야간 조명이 반지의 곡선을 따라 은은하게 흘러내리면서 수면에 반사되는 모습은 로맨틱했다. 낮에는 조형물로만 보였던 작품이 밤이 되자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웨딩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을 것 같았고, 실제로 소노캄 경주가 웨딩 리조트로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식은 뷔페 레스토랑인 셰프스키친 '담음'에서 이용했다. 80여 종의 다양한 메뉴는 만족스러웠고, 특히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넓은 공간 구성으로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오전 시간대에 다시 찾은 웰니스 풀앤스파는 전날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실내 공간과 아침 햇살이 비치는 실외 풀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온천수의 부드러운 수질은 확실히 일반 수영장과는 차별화됐다.
체크아웃 전 북카페 서재를 방문했다. 소노캄 경주를 찾는 고객들이 여행 일정 중 책과 함께 머무르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한 이 공간은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서재는 독서 공간을 뛰어넘는 복합 문화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객들은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고 편안한 좌석 배치가 오랜 시간 머물고 싶게 만들었다. 향후 서재는 투숙객 대상 무료 도서 대여 서비스를 비롯해 심야 시간에 자율적으로 책을 읽는 '심야 책방', 작가와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북 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될 예정이다.
현재는 기본적인 독서 공간으로만 운영되고 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정착된다면 소노캄 경주의 '유유자적'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심야 책방 같은 독특한 콘셉트는 다른 리조트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다.
소노캄 경주는 1,700억원의 투자로 만들어진 하드웨어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국 전통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보문호수를 조망하는 독보적인 위치, 차별화된 웰니스 경험은 분명히 경쟁력 있는 요소들이다. 특히 신라 시대를 모티브로 한 객실 컨셉과 경주만의 스토리를 담은 '화양연화', '청풍명월' 차는 지역성과 브랜드 철학이 잘 어우러진 사례다. '더 모먼트 오브 러브' 같은 예술작품들도 장식 차원을 넘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노캄 경주의 ‘고요와 여유 속에,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슬로건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경험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성수기 풀부킹 상황에서도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는 운영 방식, 투숙객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서비스 다양화, 경주라는 도시와 연계한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APEC 정상회의는 소노캄 경주에게 중요한 기회다. 세계 각국 정상들과 대표단을 맞이하며 쌓을 국제적 경험과 노하우는 향후 운영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동시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서비스 완성도를 점검할 기회이기도 하다.
19년간 소노벨 경주로 사랑받았던 터에 새롭게 피어난 소노캄 경주는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현대적 휴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드웨어의 완성도에 걸맞은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 여정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때, 소노캄 경주는 진정한 프리미엄 리조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