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가장 가까운 미국 도시” 하와이안항공, 인천-시애틀 직항 취항… 787기 첫 국제선
90년 역사의 하와이안항공이 알래스카 에어그룹과 합병하며 '프리미엄 글로벌 캐리어'로 거듭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13일 인천-시애틀 직항 노선을 취항한 하와이안항공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로 운항하는 첫 국제선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알래스카 에어그룹이 하와이안항공 인천-시애틀 직항 노선 취항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와이안항공의 인천-시애틀 노선은 지난 13일 첫 운항을 시작했다. 시애틀-인천 항공편(HA871)은 주 5회(수·목·금·토·일) 운항되며, 인천-시애틀 항공편(HA872)은 매주 월·목·금·토·일요일 오후 8시 35분에 출발해 같은 날 오후 2시 45분에 도착한다.
이날 행사에는 다이애나 벌켓 라코우(Diana Birkett Rakow) 대외협력 및 지속가능경영 수석 부사장 겸 하와이안항공 신임 CEO 예정자를 비롯해 키얼스틴 암라인(Kirsten Amrine) 수익 관리 및 네트워크 플래닝 담당 부사장, 알렉스 저슨(Alex Judson) 파트너십 및 국제선 담당 전무, 유수진 아시아 지역 본부장이 참석했다.
유수진 알래스카 에어그룹 아시아 지역 본부장은 "한국이 정말 유명해지고 있다"며 노선 개설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BTS로 시작한 K-POP이 K-드라마로 가더니 K-무비로 가고, K-뮤지컬도 토니상을 탔다"며 "이런 K 컬쳐의 인기로 한국을 찾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올해 최고 기록을 갱신 중이며,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도 작년 170만 명을 기록했다. 유 본부장은 "앞으로 계속 미국 가는 분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여러 가지를 볼 때 인천-시애틀에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애틀, "미서부 최대 허브이자 환승 최적지"
시애틀을 목적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유 본부장은 "시애틀이 미서부에서 정말 막강하다"라며 "LA도 있고 샌프란시스코도 있는데 시애틀이 가장 항공편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시애틀이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도시이면서 환승하기가 너무 좋다"며 "시애틀에서 알래스카항공이 104개 도시로 연결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기존 항공사들이 제공 안 하던 소도시까지 커버한다"고 설명했다.90년 역사 두 항공사, 합병으로 시너지 창출
다이애나 벌켓 라코우 신임 CEO 예정자는 "하와이안항공과 알래스카항공 모두 9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 합치면 거의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항공사가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항공사는 출발점도 비슷하다. 알래스카항공은 미국 49번째 주인 알래스카에서, 하와이안항공은 50번째 주인 하와이에서 시작해 모두 본토와 떨어진 지역 주민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유 본부장은 "두 회사가 비슷하게 시작해서 비슷한 기업 문화와 기업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합쳐서 정말 업그레이드되는 것으로, 시너지가 나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알래스카 에어그룹은 미국 5위 규모의 항공사로 매출 117억 달러(약 16조원), 취항 도시 140개, 보유 항공기 400대 규모를 자랑한다. 시애틀을 중심으로 7개 허브를 운영하며 원월드 얼라이언스 소속이다.
787 드림라이너로 프리미엄 서비스 구현
이번 인천-시애틀 노선에 투입된 보잉 787-9 드림라이너는 하와이안항공이 787기로 운항하는 첫 국제선이다. 유 본부장은 "787 비행기를 타면 기내에서 피로감도 훨씬 덜하고, 탄소 복합소재를 사용해 가벼워서 연료 효율도 좋아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총 34석으로 1-2-1 배열을 채택했다. 각 좌석은 독립된 공간으로 설계돼 문을 닫을 수 있다. 유 본부장은 "문을 닫으면 정말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여행하실 수 있어 출장 가시는 분들에게 정말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266석이며, 이 중 79석은 '엑스트라 컴포트' 좌석으로 운영된다.
기내식 서비스에는 한국적 요소를 대폭 강화했다. 닭불고기, 미역국, 짜장면, 떡갈비, 된장국 등 웬만한 한식당처럼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기내 음료로는 미국 브랜드 '주모(JUJU)'의 소주 칵테일을 제공한다. 망고, 유자, 시트러스가 블렌딩된 칵테일 소주로 한국적 요소를 반영했다. 어메니티 키트는 하와이 로컬 브랜드인 '노호 홈(Noho Home)'으로 구성했다.
원월드 라운지로 서비스 업그레이드
승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인천공항에서는 기존 하와이안항공 라운지 대신 원월드 라운지를 9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 본부장은 "원월드 라운지가 가장 최근에 생긴 라운지라 시설도 현대식이고 디자인도 예쁘다"며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에서도 알래스카항공의 여러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어 환승객들의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2030년까지 12개 대륙간 노선으로 글로벌 확장
알래스카 에어그룹은 올해 5월 나리타-시애틀 노선에 이어 인천-시애틀 노선을 취항했으며, 내년에는 로마, 런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노선을 추가할 예정이다.
유 본부장은 "2030년까지 12개 노선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수요에 맞춰 노선을 조정하고 수요가 많은 곳으로 노선을 옮기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코우 신임 CEO는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이 함께 375개의 국내선·국제선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통합 마일리지 프로그램 '애트모스' 출시
합병과 함께 새로운 통합 마일리지 프로그램 '애트모스(Atmos)'를 선보였다. 유 본부장은 "기존 마일리지 프로그램들이 거리나 항공권 금액, 구간별로 적립하는 반면, 저희는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적립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경쟁사인 대한항공, 델타항공과의 경쟁 방안에 대해 라코우 신임 CEO는 "경쟁이 심하다는 것은 고객에게 더 많은 옵션과 합리적인 가격을 의미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녀는 "시애틀에서 연결되는 104개 목적지가 가장 큰 장점"이라며 "서울에서 미국 대륙 대부분 지역으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 시애틀을 경유하는 것이고, 이것이 레저·비즈니스 여행객과 시애틀 한인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가치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와이 노선 재개 가능성은 열어둬
인천-호놀룰루 직항 노선 중단에 대한 질문에 라코우 신임 CEO는 "코로나 이후 환율과 호놀룰루 여행 비용 상승으로 수요가 감소해 현재 수준에서는 노선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미래 기회에 열려 있다"며 "하와이안항공 브랜드가 이 시장에서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도 "하와이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 언제든지 재검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신임 CEO "두 브랜드 유지하며 글로벌 성장"
다음 달 하와이안항공 CEO로 취임하는 라코우 신임 CEO는 "하와이에서 미국 대륙 전역으로의 연결편 수를 늘리고, 강화된 통합 로열티 프로그램을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하와이안항공을 원월드에 합류시키고, 두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하와이 전역 6600명 직원과 함께 알로하 스피릿을 공유할 것"이라며 "하와이 경제가 관광업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책임감 있는 관광을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유수진 본부장과의 협력에 대해서도 "유수진 본부장의 한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입증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저희 전략을 추진하고 한국 내 팀과 고객을 지원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유 본부장은 "인천-시애틀을 통해 시애틀 너머의 도시들과 인천 너머의 아시아 도시들을 연결하는 인천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만들고 싶다"며 아시아 네트워크 확장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