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희망브리지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강릉 지역 복지시설들이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단순히 식수나 생활용수 부족을 넘어 세탁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임채청)는 11일 "극심한 가뭄으로 세탁이 어려운 강릉시 복지시설과 요양원 23개소를 대상으로 세탁구호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자연재해가 일상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세탁구호활동의 핵심은 물 확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한 점이다. 희망브리지는 주문진에 위치한 강릉시 청소년해양수련원 주차장을 구호 거점으로 선택했다. 이곳은 양양과 인접해 있어 별도의 급수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연곡천에서 취수한 물로 세탁이 가능하다.

장기간 물 부족으로 위생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시설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희망브리지는 지역기관과 협력해 각 시설을 돌며 세탁물을 수거하고, 세탁차량에서 세탁·건조한 뒤 다시 전달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희망브리지

이번 구호활동에는 롯데그룹의 후원으로 제작된 5.5톤 규모의 특수 이동형 세탁차량이 투입됐다. 이 차량에는 18kg 대형 세탁기 3대와 23kg 대형 건조기 3대가 탑재돼 있어, 하루 8시간 기준 약 1,000kg의 의류와 이불 등을 현장에서 직접 세탁·건조할 수 있다.

일반 가정용 세탁기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량의 세탁물을 처리할 수 있는 이 차량은 재해 현장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구호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희망브리지 재해구호관리팀 김미강 팀장은 이번 활동의 의미를 단순한 응급처치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이번 활동은 단순한 물 공급을 넘어 가뭄으로 생긴 생활 공백을 메우는 일"이라며 "지역기관과 협력해 현장의 필요를 채워가고 앞으로도 긴급 세탁 지원과 장기화된 가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복지시설과 요양원에서 세탁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위생과 건강에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거주자들이 많은 이런 시설에서는 청결한 의복과 침구류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희망브리지는 세탁구호활동과 함께 생수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500ml 생수 20,160병, 2L 생수 29,760병을 비롯해 오비맥주 등 기업의 기부로 마련된 생수 448,628병을 강릉시에 긴급 지원했다.

총 97만병에 달하는 대규모 생수 지원은 가뭄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민관 협력을 통한 신속한 재해 대응의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가뭄 피해지역을 돕기 위한 기부는 다양한 경로로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 모금 플랫폼인 카카오 같이가치를 비롯해 ARS(060-700-0110, 060-701-1004), 문자(#0095) 등을 통해 후원이 가능하다.

세탁구호활동은 1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희망브리지는 1961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법정 재난 구호단체로, 재난 발생 시 긴급구호부터 지역 공동체 회복까지 종합적인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강릉 가뭄 사태는 자연재해가 예상치 못한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재해 대응에서 세심한 생활 지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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