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퍼블릭 섹터 데이] AI 현장 “정부 AI 전략 공감, 하지만 현장과 괴리”
의료는 데이터 공유, 군은 보안, 스타트업은 투자난
연합학습·에이전트 환경… 전문가들이 제시한 돌파구
“우리 스스로 자부심이 생겨야 진짜 인공지능(AI) 3위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건 ‘AI 3대 강국(G3)’ 목표에 대한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김화종 제약바이오협회 단장, 김동일 육군교육사령부 부이사관, 박찬진 서울AI허브 센터장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AWS 퍼블릭 섹터 데이 서울 2025’ 패널 토론에서 정부의 4대 전략(컴퓨팅 인프라 확충, 독자모델 개발, AI 인재양성, 전산업 AI 융합)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는 “절대적인 3강 기준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 우리 스스로 자부심이 생기지 않을까”라면서도 “현장에서 모델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에이전트와 연결할 준비가 돼 있는지 등 산업 현장의 환경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데이터 공유부터 투자 한파까지… 분야별 ‘현실적 고민’
이번 토론에서 크게 지적된 내용 중 하나는 데이터 활용 한계였다. K-멜로디 AI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김하종 제약바이오협회 단장은 “빅데이터 분석과 AI에서 항상 걸리는 게 데이터”라며 “우리 기관, 우리 병원, 우리 제약사 데이터를 오픈해서 피드백을 받고 싶지만, 어느 기관도 데이터를 못 준다”고 토로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이다. 2021년 구글이 발표한 이 학습 방법은 모든 데이터를 서버로 모아 AI를 학습시키는 기존 방법과 달리, 사용자 기기에서 데이터를 처리해 그 결괏값만 내보내는 방식이다. 각 기기에서 AI 학습을 하므로 개인 데이터를 이동시키거나 노출할 필요가 없다. 김 단장은 “서로 경쟁 관계인 제약사들과 병원의 민감한 데이터를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서 전체를 활용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엔비디아가 앞장서서 여러 병원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고, 유럽은 멜로디 프로젝트로 제약사들이 협력하고 있는데 한국만 진도가 안 나간다”며 “정부가 데이터를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육군교육사령부 김동일 과장은 2040년까지 추진되는 ‘한국형 지휘통제체계’ 구축 현황을 공개했다. “우버가 차량을 매칭해주는 것을 벤치마킹해, 군이 보유한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의 모든 센서 정보와 화력 정보를 클라우드에서 AI가 매칭해주는 프로젝트”라며 “다만 국가 총력전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찬진 서울AI허브 센터장은 “최근 고금리로 초기 스타트업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독자모델이 나와도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를 만들기에는 늦지 않나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 “3강 되려면 뒤따라가기 말고 앞서 나가야”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기술 개발만큼이나 산업 현장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제 활용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밝혔다.
이활석 CTO는 “LLM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현장 목소리를 반영할 여유가 없었다”며 “이제는 현장에서도 목소리를 내야 하고, 각 산업 현장에서 에이전트 레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종 단장은 “우리가 세계 3대 강국이 되려면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앞서 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는 한국이 연합학습으로 잘할 수 있는 정책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진 센터장은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AI 전환을 하고 있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에는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멀티모달 이해능력, 다단계 추론능력, 에이전트 AI 등이 구비돼 있어 이를 활용한 산업 AI 전환의 주역은 스타트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