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되는 펩타이드 ‘MOTS-c’가 췌장 베타세포의 노화를 억제해 인슐린 기능을 보존하고, 세포·동물모델에서 당뇨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고 8일 밝혔다. 아직 임상 전 단계지만, 당뇨병 치료 전략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로 평가된다.

당뇨병은 인슐린을 합성·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나이가 들면 세포 노화가 진행돼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고, 이 과정이 당뇨병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세포 노화를 직접 겨냥한 치료 전략은 많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팀(제1저자 공병수 박사)은 미토콘드리아 DNA에서 발현되는 펩타이드 MOTS-c에 주목했다. MOTS-c는 2007년 서울대병원과 일본 도쿄노인종합연구소가 공동 발견한 물질로, 에너지 대사와 세포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췌장 베타세포 노화와 당뇨병 진행과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제2형 당뇨병 모델(S961 유도 마우스)에서 MOTS-c 투여 시 당뇨병 발병률이 대조군(70%)보다 현저히 낮고, 약 30% 수준에 머물러 발병이 지연된 효과가 확인됨)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사람 췌도 세포와 노화된 마우스, 제1형·제2형 당뇨병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MOTS-c의 작용을 분석했다. 나이가 들거나 당뇨가 발생한 췌도 세포에서는 MOTS-c 수치가 뚜렷하게 감소했으며, 노화된 마우스에 MOTS-c를 투여하자 세포 노화 지표가 줄고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회복됐다.

MOTS-c가 mTOR 및 아스파르트산–글루탐산 대사 경로를 조절해 췌장 베타세포 노화를 억제하고, 인슐린 기능을 보존함으로써 당뇨병 진행을 늦추는 기전 모식도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제2형 당뇨병 모델에서는 대조군의 발병률이 2주 이내 약 70%였지만, MOTS-c 투여군은 약 30% 수준에 머물러 발병이 지연됐다. 제1형 당뇨병 모델에서도 혈당 상승 억제와 발병 지연 효과가 확인됐다. 즉, 인슐린 저항성이나 자가면역 반응 등 서로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당뇨병 모두에서 베타세포 보호 효과가 나타났다.

추가 기전 연구에서는 MOTS-c가 세포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주요 신호 경로를 정상화해 췌장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기존 치료제와 달리 췌장 세포 노화를 직접 겨냥한 새로운 전략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IF 12.9) 최신 호에 게재됐다.

조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췌도 세포 노화가 당뇨병의 중요한 병리 기전임을 다시 확인하고, MOTS-c가 항노화 치료제 후보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향후 연구가 확대되면 노인성 당뇨병뿐 아니라 다양한 대사질환 관리에도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