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까다로운 심부전, AI로 잡는다…삼성서울병원, 심전도 기반 예측 모델 개발
복잡한 검사 대신 흔한 심전도로 HFpEF 위험 선별…국제 진단 기준 적용
가장 까다로운 심부전으로 꼽히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을 흔한 심전도 검사로 선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경민·홍다위 교수 연구팀은 심전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HFpEF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European Heart Journal – Digital Health’(IF 4.4)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HFpEF는 전체 심부전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숨참·피로 등 비특이적인 증상과 고혈압·비만·당뇨 등 만성질환과 혼동되기 쉽다. 좌심실 박출률은 정상(50% 이상)으로 보이지만, 이완 기능 저하나 구조적 변화가 있어 확진에는 심장초음파·혈액검사 같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적시에 진단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해 왔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심전도·심장초음파·혈액검사를 함께 받은 환자 1만 3천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유럽심장학회가 제시한 HFpEF 진단 기준인 ‘HFA-PEFF 점수’를 적용해 환자군을 분류하고, 심전도 신호를 AI가 학습하도록 했다.
AI 모델은 환자가 HFpEF일 가능성을 약 80% 정확도(AUROC 0.81)로 예측했다. 나이,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주요 위험 인자가 있는 환자에게서도 성능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또 AI가 ‘위험군’으로 분류한 환자는 5년 안에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약 9.5배, 심부전으로 입원할 위험은 약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국내에서 AI 심전도를 활용해 HFpEF 가능성을 예측한 드문 보고이며, 세계적으로도 HFA-PEFF 점수를 기준으로 모델을 학습·평가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박경민 교수는 “심전도만으로도 HFpEF 가능성을 조기에 의심할 수 있어 진단 사각지대를 줄이는 의미가 있다”며 “다른 기관과 협력해 외부 검증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