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이 디지털로 살아난다”… 전국 8개 도시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순차 개막
해가 지면 고즈넉했던 문화재들이 화려한 빛과 함께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디지털 기술로 되살아나는 천년의 역사, 그 속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문화 경험이 올 여름부터 가을까지 전국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8월 군산을 시작으로 11월까지 전국 8개 도시에서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를 순차적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야간 국가유산 활용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이 행사는 지난해 148만 명이 방문해 역대 최다 관람 기록을 세우며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했다.
2025년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군산, 진주, 고령, 제주, 철원, 통영, 양산, 경주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각각의 특색을 살린 콘텐츠로 펼쳐진다. 단순한 조명 쇼를 넘어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몰입형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포문을 여는 군산에서는 8월 8일부터 30일까지 구 군산 세관 본관 등을 배경으로 '군산의 빛, 꽃으로 물들다'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군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할아버지와 손녀 새별의 시간여행 이야기를 바탕으로 15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특히 대표 프로그램인 '백년의 군산'은 조선은행 창문을 활용해 옛 군산 사람들의 삶을 빛으로 재현해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군산세관, 18은행,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 근대문화유산들이 무대가 되어 공연과 설치미술, 체험형 콘텐츠들이 어우러진다.
진주에서는 8월 15일부터 9월 7일까지 진주성을 배경으로 '법고창신(法古創新), 진주성도(晉州城圖)'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개막식 '진주성, 모두가 꽃이다'에서는 새로운 천년을 향해 비상하는 진주의 모습을 외벽 영상(미디어 파사드)으로 웅장하게 표현한다. 특히 '영광의 만개, 소리와 빛으로 교감하다'는 북을 치면 수로를 따라 빛이 퍼지는 몰입형 양방향 콘텐츠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에서는 9월 19일부터 10월 12일까지 지산동 고분군에서 '대가야, 열두 개의 별'을 주제로 고대국가 대가야의 신화와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대가야의 기억', '열두 개의 별', '6개의 방울' 등 8개 프로그램을 통해 잃어버린 고대왕국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제주에서는 9월 26일부터 10월 19일까지 제주목 관아에서 '펠롱펠롱 빛 모드락(빛이 모여 반짝이는 순간들)'을 주제로 제주만의 독특한 생태와 전통문화를 소개한다. 제주의 대표 문화유산인 '탐라순력도'를 바탕으로 말, 바람, 귤꽃 등 제주의 상징들을 빛으로 표현해 남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철원에서는 9월 26일부터 10월 26일까지 철원 노동당사에서 '모을동빛: 걷히는 구름, 비추는 평화'를 주제로 특별한 미디어아트를 펼친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노동당사를 화폭 삼아 '철원(鐵原)에서 철원(哲園: 빛과 지혜의 땅)으로'라는 제목의 작품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철원의 이야기를 웅장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공간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영에서는 같은 기간 삼도수군통제영에서 '통제영, 평화의 빛'을 주제로 300년 역사를 10여 개의 프로그램으로 보여준다. 대표 프로그램인 '은하수가 내리는 평화'에서는 세병관 하늘 위로 펼쳐진 홀로그램 스크린을 통해 몽환적인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양산에서는 10월 3일부터 29일까지 통도사에서 '산문의 빛, 마음의 정원에서 인연을 만나다'를 주제로 천년 고찰의 깊은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인연'이라는 불교적 가치를 중심으로 구성된 미디어아트를 통해 관람객들이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경주에서는 10월 24일부터 11월 16일까지 대릉원에서 '대릉원 몽화(왕릉, 천년의 시간을 열다)'를 주제로 2025년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의 대미를 장식한다. 첨단 기술을 총망라하여 가을의 대릉원을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