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펑 임가화원(사진촬영=서미영 기자)

타이중시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우펑구(霧峰區). 우펑에는 대만 5대 명문가 중 하나인 린씨(林氏) 가문의 고택과 정원을 간직한 곳이자, 청주 양조장에서 시음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오전에는 우펑 여행을 즐기고 오후에는 다시 타이중 도심으로 와 특별한 맛 체험을 경험했다.

대만 명문가의 화려했던 삶이 고스란히 보존된 고택 ‘우펑 임가화원(Wufeng Lin family garden)’
우펑 임가화원은 린씨 가문이 청나라 시대부터 지어 온 대규모 전통 가옥과 정원으로 대만 상류층의 삶과 문화, 건축미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특히 대만에서 가장 잘 보존된 전통 중국식 정원 중 하나로, 역사가 깊고 건축미가 뛰어나 대만 4대 명원(유명한 명원 정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우펑 임가화원(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임가화원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연못, 정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목조 가옥, 전통적인 기와 지붕, 화려한 정원과 연못, 섬세한 조각이 장식된 회랑 등이 있어 인생샷을 남기기 좋은 포토 스팟이 많다.

우펑 임가화원에 있는 대화청(大花廳)(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임가화원 투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대화청(大花廳)'이었다. 당시 연회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현재도 대화청에서는 특별한 행사나 전통 공연이 자주 열린다고 한다.

우펑 임가화원에 있는 대화청의 팔각조정(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대화청의 팔각조정을 보면 그 섬세함에 누구나 감탄하게 된다. 팔각조정(八角藻井)은 팔각형으로 만든 입체적인 천장 장식 구조를 말한다. 천장 가운데를 오목하게 파서 하늘을 상징하거나 신성한 공간을 표현하고, 그 안에는 꽃무늬, 용무늬, 기하학 패턴 등을 넣어 화려하게 꾸민다. 대화청의 팔각조정에는 부와 번영을 상징하는 거대한 모란꽃이 조각되어 있는데, 가이드에 따르면 모란 조각 하나하나가 모두 손으로 깎은 것으로 당시 최고의 장인들이 3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특별한 쌀로 만든 청주를 시음해 볼 수 있는 ‘우펑 농회 양조장(Wu‑Feng Farmer's Association Distillery)’
우펑 임가화원에서 차로 20분 가량 이동하면 우펑 농회 양조장에 도착한다. 이 양조장은 2005년에 대만 정부 농업부의 지도 하에 곡물창고로 사용되던 곳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대만 쌀 문화와 청주의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일본의 청주 양조 기술을 도입해 사계절 내내 높은 품질의 청주를 생산하고 있다.

우펑 농회 양조장 입구(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우펑 농회 양조장에서 제조한 청주(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우펑 농회 양조장의 가장 큰 자랑은 바로 '익전향미(益全香米)'라는 특별한 쌀이다. 이 쌀은 2000년부터 우펑 농민들이 재배하기 시작한 품종으로, 여러 차례 대만 전국 최고 쌀상과 10대 명품 쌀상 등을 수상하였다. 밥을 지으면 찰지고 탄력이 좋으며, 솥뚜껑을 여는 순간 진한 토란향이 난다고 한다.

우펑 농회 양조장 시음 체험(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시음 체험은 단순한 술 맛보기를 뛰어넘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부터 시작해 점차 도수가 높은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각 주류마다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졌다. 총 6종의 청주 시음을 할 수 있다. 우펑 농회는 최근 쌀과 과일의 조합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주류 개발을 하고 있는데, 우펑의 특산물인 리치 또는 라즈베리, 레몬 등을 넣은 벌꿀 청주가 대표적이다.

우펑 농회 양조장 내 마켓(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시음이 끝난 후에는 양조장 내 마켓도 함께 둘러보자. 시음했던 청주는 물론이고 익전향미 등 쌀과 면류, 신선한 과일, 양념류, 화장품, 차와 음료, 건강식품, 과자, 신선식품 및 냉동식품 등 다양한 품목의 제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버블티의 원조 '춘수당 대둔점(Chun Shui Tang-Dadun Store)'에서의 버블티 만들기 체험
춘수당 대둔점은 세계 최초로 버블티를 발명한 춘수당의 분점 중에서도 버블티 DIY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몇 안 되는 매장 중 하나다.

춘수당 대둔점(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대둔점이 특별한 이유는 버블티 판매 뿐만 아니라 40년간 이어온 춘수당의 철학과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이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 50분간의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들은 버블티 발명의 역사적 배경부터 천연 재료의 중요성, 그리고 정통 제조법까지 배울 수 있다.

춘수당 대둔점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버블티 모형(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본격적인 버블티 만들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강사는 버블티 탄생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1983년 일본의 아이스커피 제조법에서 영감을 받아 최초의 아이스티인 '공차'를 개발하고, 4년 후인 1987년 타피오카 펄을 추가한 버블티를 완성했다는 역사적 배경이었다. 춘수당의 회장이 차를 세계화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시작된 이 아이디어는 대만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버블티 문화의 토대가 되었다고 한다.

춘수당 버블티 만들기 체험의 재료인 타피오카 펄(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이것이 춘수당만의 매력입니다." 강사가 두 종류의 타피오카 펄을 내밀었다. 하나는 춘수당에서 직접 제조한 타피오카 펄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이었다. 직접 만져보니 확연하게 차이가 느껴졌다. 춘수당 제품은 손으로 쉽게 부서지며 은은한 냄새가 났지만, 다른 제품은 딱딱하고 인공적인 냄새가 났다.

춘수당 버블티 만들기 체험에서 강사가 천연 펄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남미산 카사바로 만든 천연 펄은 72시간만 유효합니다. 첨가물 없이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철저한 품질 관리가 춘수당이 버블티계의 명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일반 제품들이 오래 보관하기 위해 다양한 첨가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춘수당은 신선도를 위해 짧은 유통기한을 고수한다는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홍차 역시 스리랑카에서 직접 수입한다고 했다. 대만에서도 홍차를 재배하지만 버블티에 적합한 품질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품질을 자랑하는 스리랑카산 홍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설탕 또한 일반 설탕이 아닌 사탕수수를 직접 가공한 천연 설탕을 사용한다고 한다.

춘수당 버블티 만들기 체험(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본격적인 실습 시간이 시작되었다. 먼저 1983년 최초로 개발된 '공차'부터 만들었다. 첫 번째 단계는 셰이커에 얼음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사탕수수로 만든 천연 설탕을 적정량 추가하고, 세 번째로 뜨거운 홍차를 미리 표시된 선까지 부었다. 마지막으로 뚜껑을 닫고 공기를 제거한 후 33번 힘차게 흔들어주었다.

"33번이라는 숫자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얼음과 차, 설탕이 완벽하게 융합되는 최적의 횟수입니다." 팔이 아플 정도로 열심히 흔들고 나니, 위쪽에 고운 거품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40년 전 대만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그 '공차'였다. 한 모금 마셔보니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춘수당 버블티 만들기 체험(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다음은 버블티 차례였다. 새로운 셰이커에 타피오카 펄 2스푼을 넣고, 홍차와 분유, 설탕을 차례로 추가했다. 분유가 완전히 녹을 때까지 빠르게 저은 후, 다시 33번의 리듬감 있는 셰이킹 과정을 거쳤다.

강사는 분유를 빠르게 저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천천히 저으면 덩어리가 생기기 때문에 힘 있게 빠르게 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현재 매장에서는 기계를 사용하지만, 원조의 맛을 원하는 고객이 요청하면 직원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준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뚜껑을 열자 진한 갈색의 밀크티 위로 하얀 거품이 살짝 떠올랐다. 굵은 빨대를 꽂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아, 이래서 춘수당이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일반 버블티와는 확연히 다른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단맛, 그리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펄의 식감이 놀라웠다.

춘수당 버블티 만들기 체험이 끝나면 증정하는 수료증(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버블티 만들기 체험이 다 끝나면 춘수당에서 수료증을 증정해 준다.

체험에 참여하려면 미리 예약이 필수다. 체험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데, 오전 10시, 오후 3시, 오후 5시에 각각 시작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체험이 진행되지 않으니 참고해야 한다. 소요 시간은 약 50분이며, 최소 2명 이상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예약은 최소 5일 전에 미리 해야 하며, 인원 변경이 있을 경우 3일 전에 알려야 한다.

타이중을 여행한다면 저녁 한끼는 '야키니쿠' 맛집에서
타이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야키니쿠 맛집으로 입소문 난 곳이 있다. 2008년부터 17년간 대만 전체 야키니쿠 문화를 선도해온 '우마(Umai)'는 타이중을 대표하는 미식 랜드마크다. 

특히 우마 중항점은 2024년부터 1년간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2025년 2월에 재오픈했다.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이곳에서 대만 야키니쿠의 진수를 경험하고 왔다.

우마 치킨스프(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우마 레스토랑에서 식사는 치킨수프로 시작한다. 17년간 무료로 제공해온 이 치킨수프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우마만의 시그니처 메뉴다. 진한 닭 육수가 입맛을 깨우며 앞으로 펼쳐질 고기 향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준다. 대만 전체 야키니쿠 문화에서 세트메뉴를 처음 도입한 우마다운 세심한 배려였다.

우마 제공하는 고기 메뉴(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우마의 모든 음식은 흰색 접시에 서빙된다. 대만 대부분의 야키니쿠집이 사용하지 않는 흰색 접시를 고집하는 이유는 고객이 고기의 품질과 신선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 한 가지 디테일에서 우마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고객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우마 제공하는 고기 메뉴(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세트 구성의 메뉴를 주문하면 신선한 샐러드와 한국식 김치, 다양한 채소, 미국산 프라임 등급 횡격막, 특선 목살, 안심 삼겹살과 목살, 무골 닭고기가 제공된다. 각각의 고기마다 균형 잡힌 마블링과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고, 소스를 최소화하여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린 우마의 철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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