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 재발, ‘소변 산성도’로 예측?…국내 연구진, 예후 지표 가능성 제시
방광암 재발 위험을 간단한 소변검사로 예측할 가능성이 국내 연구를 통해 제시됐다. 연구팀은 ‘소변 산성도’를 예후 예측 지표로 주목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 연구팀은 비(非)근육 침윤성 방광암 환자의 치료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World Journal of Urology에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대목동병원 류호영 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송병도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비근육 침윤성 방광암은 방광 벽의 근육층까지 침윤되지 않은 비교적 초기 단계의 암으로, 전체 방광암 환자의 약 70%를 차지한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뒤에도 약 40%의 환자에게 암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BCG(결핵균 유래 면역 치료제)를 이용한 표준 보조 치료의 반응이 소변의 산성도(pH)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2003년부터 2021년까지 방광암 절제술 후 BCG 치료를 받은 환자 578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pH 5.5를 기준으로 ‘산성 소변군’과 ‘비산성 소변군’으로 나눈 뒤, 두 집단의 재발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산성 소변군의 재발률은 42.4%로, 비산성 소변군의 33.8%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흡연력, 종양의 크기 및 개수 등 재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함께 고려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산성 소변은 방광암 재발 위험을 약 45% 높이는 독립적 위험인자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소변의 산성도가 면역 기반 치료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예후를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연구에서 산성 환경이 면역세포 활성을 저해해 면역치료 효과를 낮출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던 만큼, 이번 연구는 이러한 생물학적 기전과 임상 지표 간의 연관성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분석이 향후 비근육 침윤성 방광암 환자의 예후 예측 정밀도를 높이고,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을 위한 후속 연구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는 “비근육 침윤성 방광암은 치료 후에도 재발이나 치료 반응 부족으로 환자 부담이 큰 질환”이라며 “소변검사와 같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양대구리병원 비뇨의학과 송병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방광 내 산성도를 조절함으로써 BCG 치료 반응을 높일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