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 환자, 베체트병 위험 17배…자가면역 질환 연관성 첫 입증
다발성 경화증과 시신경척수염 범주 질환 환자가 일반인보다 다른 자가면역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베체트병 위험이 17배, 시신경척수염 범주 질환 환자는 쇼그렌 증후군 위험이 82배에 달해, 해당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에 대한 장기적인 면역계 질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민주홍·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인하대병원 권순욱 교수, 숭실대 한경도 교수 연구팀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 1,987명, 시신경척수염 범주 질환 환자 2,071명을 대상으로 평균 4.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미국 의학저널 ‘메이요 클리닉 회보(Mayo Clinic Proceedings, IF=6.9)’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가면역 류마티스 질환으로 새롭게 진단된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베체트병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17.2배 높았고, 시신경척수염 범주 질환 환자는 쇼그렌 증후군이 82.6배, 전신 홍반 루푸스가 30.9배 더 잘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면역 질환은 면역계가 외부 병원체 대신 자기 조직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면역 불균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염증성 T세포(Th1)의 과활성화, 인터루킨-17(IL-17)의 증가 등 면역학적 경로의 이상이 여러 자가면역 질환에서 공통으로 관찰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발성 경화증과 베체트병은 모두 한국을 포함한 실크로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흡연이나 비타민D 결핍 등 공통 위험 인자들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구팀은 시신경척수염 범주 질환 환자에게 쇼그렌 증후군이나 전신 홍반 루푸스가 동반될 경우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하지 마비나 발작 증상도 더 심해지는 경향이 보고된 만큼, 병용 발생 여부에 대한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주홍 교수는 “다발성 경화증이나 시신경척수염 범주 질환 진단 이후에도 면역계 이상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자가면역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장기적 진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가면역 질환 간 연관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한 첫 대규모 연구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진료 지침 개정과 맞춤형 추적 검사 확대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