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기증 후 예후, AI로 예측한다…삼성서울병원, 기증자용 신기능 예측 모델 개발
823명 데이터로 학습한 AI 모델, 웹 기반 예측 시스템 구현
신장을 기증한 사람의 남은 신장이 얼마나 잘 기능할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생체 신장 기증자의 건강을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삼성서울병원 신장내과 장혜련·전준석 교수와 응급의학과 차원철 교수 연구팀은 신장 기증 후 남은 신장의 기능을 예측할 수 있는 AI 기반 알고리즘을 개발해 최근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고 밝혔다. 특허명은 ‘결정 트리의 앙상블 기법 기반의 생체 신장 기증 후 신장 기능 예측 방법 및 장치’(출원번호 10-2024-0197220)다.
이 모델은 기증자의 나이, 성별, 키, 체질량지수(BMI) 등 기본 정보는 물론, 기증 전 검사에서 확인한 사구체여과율(eGFR), 혈청 크레아티닌, CT 결과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증 이후 남는 단일 신장의 기능을 예측한다. 복잡한 장비나 별도 애플리케이션 없이 웹 기반 시스템에서 바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신장을 기증한 생체 기증자 823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AI 모델을 실험한 끝에 예측 정확도가 가장 높은 XGBoost 모델을 선택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증 후 eGFR 값을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예를 들어, 45세 여성 기증자가 체중 65.4kg, 기증 전 eGFR이 84.87ml/min/1.73m²일 때, 해당 모델에 정보를 입력하면 기증 후 eGFR이 약 52.9ml/min/1.73m²로 예측된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이 같은 예측 기능은 현재 삼성서울병원이 도입을 준비 중인 차세대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다윈’에 탑재돼 의료진이 진료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발간한 ‘2023년도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통계연보’에 따르면, 생체 신장 기증은 해당 연도 기준 1,257건이었으며, 그중 95%는 가족 간 기증으로 이뤄졌다. 반면 친인척 외 타인에 의한 기증은 전체의 0.27%에 불과했다. 이는 신장 기증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장혜련 교수는 “신장 기증은 그 자체로 특정 질환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기대 여명에 부정적 영향을 주진 않음에도 여전히 기증에 대한 걱정이 크다”면서 “의사로서 신장 기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기증자들의 불필요한 걱정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차원철 교수는 “최근 AI 모델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의료 현장에도 더 깊숙이 들어오는 추세”라며 “AI 기술 연구를 통해 정밀 의료 시대를 향한 길을 열어 환자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