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계자와 회원사에게 공약 지지 메일 보내고 회신 없어도 ‘동의’ 강요
불만 나오자 철회… AI 관계자들 “개인정보 침해 등 불법 행위” 비난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이 AI 관계자들에게 10대 공약 제안을 메일을 보낸 후 회신이 없으면 동참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공지능협회 홈페이지 캡처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이 인공지능(AI) 관련 10대 공약 제안을 메일로 보낸 후 회신이 없으면 동참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취재 결과,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은 2일 회원사와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AI 관계자들에게 ‘대한민국 인공지능 선도국가 실현을 위한 10대 공약제안 지지 서명요청’ 메일을 보낸 후 회신이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했다.

협회가 보낸 메일에는 “본 공약 제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시나, 세부 내용에 대한 의견 또는 기관/기업 명의의 공식적인 참여 의사 표명에 어려움이 있으신 경우, 번거로우시더라도 아래 마감일까지 협회 사무국으로 회신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며 “마감일까지 별도의 회신이 없으신 경우에는, 본 제안의 중대성과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시고 지지 서명에 동참해 주시는 것으로 이해하고 명단에 정중히 포함하고자 합니다. 이 점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통보했다. 공약을 제안한 후 공감하지 않아 답변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협회의 취지에 동의하겠다고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이 보낸 메일 내용.

AI 관계자들은 분개했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음에도 개인정보를 수집해 일방적으로 메일을 보낸 것도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회신을 하지 않으면 동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한 기업 대표는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급한 후 메일을 보내놓고 아무런 답이 없으면 동의하겠다고 한 사고방식이 궁금하다”며 “메일을 스팸으로 취급해 읽지 않거나 스팸함에 들어간 경우도 공약을 동의한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AI 업계 쪽에 오래 근무한 한 기업 개발자는 “인공지능협회는 인공지능 관련 매체와 관련이 있다”며 “이 매체에서 각 기업 메일 등 개인정보를 다 협회에 제공해 회원사가 아닌 곳들도 메일을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한국인공지능협회는 해당 문제가 발생하자 3일 오전 ‘10대 AI 공약 지지 동참 방식 변경 및 재요청 안내’ 메일을 보낸 후 “내부 검토 결과 개인정보 보호법 등 현행 법규상의 동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법적 위험성이 지적됐다”며 “이는 서명의 정당성 훼손 및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기에, 해당 안내 및 절차를 공식적으로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당 방식을 바꿨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AI 관계자들은 여전히 협회의 방식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 기업 대표는 “한국인공지능협회라는 곳을 처음 들어봤는데 알아보니 사조직이었다”며 “이 협회가 무슨 자격으로 공약을 만들어 놓고, 이를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협회가 얼마나 힘이 있어 이런 공약을 내건지도 궁금하다”며 “10대 공약도 모두가 할 수 있는 뻔한 얘기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공지능협회는 2017년 비영리단체로 출범한 사단법인이다. 매년 서울 코엑스에서 ‘AI EXPO KOREA(국제인공지능대전)’ 전시회를 개최하고 인공지능산업컨설턴트 등의 자격증을 발행하고 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