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뮤지컬 '메리골드', 절망의 끝에서 피어난 희망의 꽃
극단 '비유'가 선보이는 예술의 힘, 소통과 공감을 노래하다
이종현 아시아 벤처 필란트로피 네트워크(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이혜영 아쇼카(Ashoka) 한국 이사장
최근 한국 사회는 자살률이 높아지면서 자살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예술이 가진 치유와 소통의 힘을 보여주는 뮤지컬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바로 극단 '비유'가 선보인 '메리골드' 뮤지컬이다.
메리골드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따뜻한 소통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메리골드는 꽃말로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의미하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작용한다.
이 작품의 강점은 관객들이 인물의 감정과 상황에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짜인 스토리와 음악적 표현력에 있다. 등장인물 각자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그들이 느끼는 절망, 외로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작은 희망의 싹이 무대 위에서 섬세하게 펼쳐진다. 메리골드를 통해 우리는 자살이 단지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또한, 이 뮤지컬이 관객들에게 가장 강력하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작품 속 인물들이 절망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의 존재다. 이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세심하게 다가가고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러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극단 '비유'는 전문 심리 상담가와 협력하여 실제로 자살 위기에 처한 이들의 내면을 현실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자신이나 주변인의 마음속 이야기를 발견하고, 막연했던 고통을 말과 감정으로 풀어내는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메리골드는 단지 공연을 넘어, 관객과 배우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공감의 장을 만든다.
뿐만 아니라, 극단 '비유'는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여 공연에서 받은 감정을 자유롭게 나누는 자리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무대 위의 메시지를 일상 속에 더욱 효과적으로 녹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러한 소통의 시간은 단지 위로와 공감을 넘어 관객들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중요한 시간이 된다.
더불어 이 뮤지컬은 교육적 차원에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메리골드를 통해 청소년들이나 젊은 세대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보다 솔직히 인지하고 표현하며, 친구나 가족과의 소통 방식을 배워나갈 수 있다. 특히 자살과 같은 민감한 주제를 간접적으로나마 무대 위에서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책임감을 길러줄 수 있다. 이로 인해 학교나 청소년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자살 예방을 위해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더욱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위원회는 자살 예방을 포함한 정신건강 정책의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와 기관을 연결하며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도 유엔을 중심으로 정신건강과 자살 예방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과 권고안을 제시하며, 각국의 참여와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메리골드 뮤지컬은 이러한 흐름과 함께 공연 자체로 끝나지 않고 자살 예방 캠페인, 지역사회 내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 등과 연계하여 장기적인 사회적 효과를 거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공연을 통해 형성된 공감대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보다 열린 마음으로 자살 예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며,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정신 건강의 핵심은 바로 '연결'과 '공감'이다. 메리골드 뮤지컬은 극단 '비유'의 감성적인 무대를 통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었던 인간애와 공감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개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마주하며, 보다 따뜻한 사회적 연대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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