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기획자에서 글로벌 CEO로…이진민 대표의 도전과 성장
고집스러운 원칙으로 착한 화장품을 넘어, 진짜 화장품을 만든다
“전 세계인의 피부 솔루션은 아이소이가 되는 것이 목표”

“사람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 입니다.”

최근 기업 경영에서 여성 리더들의 영향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섬세한 리더십과 포용적인 조직 문화 구축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가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는 창의적인 기획력과 도전 정신으로 업계를 선도해 온 대표적인 여성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국문과를 전공한 이 대표는 제일기획에서 최연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선영아, 사랑해’ 캠페인을 기획하고, 여성을 위한 인터넷 플랫폼인 마이클럽을 창립하는 등 IT와 마케팅 분야에서도 혁신을 이끌었다. 특히, 대학생 시절 여드름과 피부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해 ‘착한 성분’을 전면에 내세운 차별화된 브랜드 철학으로 2009년 아이소이를 창립했다.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사진=아이소이

아이소이는 창립 이후, 10년 만에 국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해외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하며 급성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매출 약 550억 원을 기록하며 그간의 성장을 입증했다. 특히 ‘진짜’ 천연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철학 아래,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큰 성과를 이루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피부와 환경을 생각한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서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라고 강조하며, ‘전 세계인의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다음은 이진민 대표의 리더십과 혁신적인 경영 철학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 창업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단연 아이소이의 핵심 가치인 ‘원료’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착한 화장품’이 아닌, 아이소이는 성분에 있어 고집스럽다 할 만큼 높은 기준과 굳건한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4대 철칙인 ‘아이소이즘’이다. 피부 저자극, 무첨가, 원료 최고주의, 효과 제일주의가 주요 철칙이다.”

- “이것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원칙과 핵심 철학은.

“아이소이의 성분 철칙은 한 가지도 빠뜨리지 않고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그 고집과 철칙이 고스란히 녹아든 대표적인 성분이 아이소이의 시그니처 성분인 ‘불가리안 로즈오일 오또’다. 이 오일은 불가리아 카잔락에서 전통 방식으로 물로만 증류한 귀한 오일이다. 장미의 향과 유효성분이 날아가기 전 새벽, 사람이 직접 한 송이씩 채화한 장미 3천 송이에서 겨우 1g이 추출되는 귀한 원료로, 가격이 비싸 ‘액체 다이아몬드’라 불리기도 한다. 아이소이는 항상 이 오일만 사용해 왔고, 그 철학이 그대로 담긴 제품이 바로 ‘아이소이 잡티로즈세럼’이다. 12년 동안 올리브영 에센스 부문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했다.”

-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한 ‘잡티로즈세럼’의 경쟁력과 성공 요인은.

“직접 피부가 아팠던 경험을 통해 '피부가 아픈 사람들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화장품 연구와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트러블이 지나간 후 자국이 남는다'는 고민을 많이 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자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잡티로즈세럼'이다. 처음에는 '흔적세럼'으로 출시되었고, 이후 '지우개세럼', '잡티세럼', 그리고 현재의 '잡티로즈세럼'으로 발전했다. 이제 '잡티세럼'은 아이소이의 고유명사를 넘어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고,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아이소이 블레미쉬 케어 업 세럼 제품./사진=아이소이

- 아이소이의 연구 개발 철학은.

“천연 화장품에서 유해 성분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식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면서도, 안정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효과까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소이는 화학 방부제 대신 천연유래 특허 방부성분을 개발해 화학방부제 걱정 없이 화장품의 보존력을 높였다. 또한, 세계적인 천연화장품 전문가인 바일란트 박사의 자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덕분에 아이소이의 성분 철학을 지키면서 보습, 탄력, 미백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효과 높은 화장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 신제품 개발 방향과 특징은.

“저자극이면서도 효과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NDS포인트샷은 인기 끌고 있는 ‘스피큘’ 성분을 활용한 제품으로, 기존 스피큘 제품의 자극 문제를 개선했다. 기존 스피큘의 경우 원료 특성에 따라 바를 때 자극을 유발해 민감 피부가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아이소이는 저자극 스피큘 앰플을 개발해 민감 피부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스피큘 안에도 유효성분을 넣는 캡슐레이션 방식을 사용해 유효성분이 피부 깊숙이 빠르게 흡수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품은 차세대 스피큘 앰플로 인기를 얻어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품절을 기록했다.”

- 지속 가능한 뷰티 브랜드로 성장하는 비결은.

“고집스러우리만큼 굳건한 브랜드 철학을 지키는 것이다. 작은 이익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게 바로 아이소이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이자 많은 고객에게 애정을 받고 공감받을 수 있는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뷰티 브랜드’와도 연결된다. 제품의 성분을 높은 기준으로 선별하고, 100% 피부에 해가 되지 않도록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또한, 지구에도 이로운 성분들을 찾아 적용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해외에서도 제품 반응이 좋다. 전략은 무엇인가.

“해외 진출에서도 브랜드 철학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했다. 할인 경쟁이나 인플루언서 리뷰에 의존하기보다 신뢰도 높은 유통 채널과 마켓을 선별해 아이소이의 고유한 가치를 전하고 있다. 불가리안 로즈오일의 가치와 효과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일본에서 최근 선호가 높아지고 있으며, 미국 최대 유기농 마켓인 홀푸드 마켓에 K-뷰티 최초로 라인 입점할 만큼 현지에서 사랑받고 있다.”

- 최근 뷰티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트렌드는.

“‘헬시 플레저’다. 건강과 기쁨을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인데, 아이소이는 건강한 피부를 위해 식물유래 착한 성분만을 사용하면서도 높은 피부 개선 효과로 눈에 보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소이의 언어로는 ‘성분효과’라고 한다. 단순히 성분만 착한 브랜드가 아니라, 성분이 착하면서도 피부 개선 효과가 보장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이소이의 지향점이다.”

- 조직의 리더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원칙은.

“‘사람을 최우선으로 한다’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사람’에는 직원은 물론 고객까지 포함한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고, 그 행복감이 고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직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는 좋은 인재를 잃게 되고, 이는 조직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된다.

지금도 매일 회사 전체를 돌며 신입사원부터 임직원까지 직접 얼굴을 보고 안부를 챙긴다. 이 과정을 통해 소통이 수월한 분위기를 만들고, 덕분에 직원들이 회사에 바라는 점이나 어려운 점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듣고 반영할 수 있다.”

- 여성 CEO로 경영하면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업 초기에는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대기업 화장품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 식물유래 착한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빠르게 인식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광고 전략이 아닌, 실제 제품력을 기반으로 한 입소문 마케팅에 집중했다. 연구원, 선생님, 약사 등 아이소이의 성분과 기술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직업군을 중심으로 샘플링을 진행하거나, 성분과 제품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광고를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민감 피부에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초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 광고업계에서 성공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셨는데, 그 경험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저는 ‘농민적 근면성’을 이야기한다. 직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책상에 앉아 아이디어만 짜내는 방식보다는, 현장에 나가 발로 뛰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주제에 발을 담구는 정도가 아니라, 머리끝까지 풍덩하고 빠져보는 것이다. 건설 브랜드를 담당할 땐 해당 지역과 부동산을 밥 먹듯 드나들기도 하고, 핸드폰 브랜드를 담당할 땐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곤 했다. 이처럼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한다.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발견하고 솔루션을 찾아 연결한다. 

이러한 경험이 실제 아이소이를 창립하는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천연화장품으로 유명하다는 곳은 모두 찾아가 봤다. 수녀원부터 유럽 산골짜기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 그렇게 다녀보니 ‘진짜’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 후배 여성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기희생보다는 나의 꿈을 향해 아낌없이 투자했으면 좋겠다. 또한, 인생은 절대 주어진 환경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한다. 인터넷에서 금수저, 은수저 등 주어진 환경을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제한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 ‘이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믿음을 가지고 굳건히 나아가길 바란다. 때로는 너무 힘들고 지칠 때,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좀 쉬라고 말하고 싶다. 쉼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길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 기업가로서의 철학과 한 개인으로서 앞으로 10년 후는.

“철학이 굳건한 기업가이자 한 개인으로서, 변하지 않는 철학을 가지고 타협 없이 최고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을 그린다. 세상이 아무리 돈으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철학이 없으면 회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철학이 뚜렷한 사람은 결코 돈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 앞으로 아이소이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아이소이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여 대한민국 화장품이 전 세계 최고 품질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야합하지 않고, 오직 사람의 피부만을 위해 제대로 된 화장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 피부 고민은 달라도 전 세계인의 피부 솔루션은 아이소이가 되는 것, 그런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생활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인간에도 이로운 라이프 스타일 상품을 지속 선보이고 싶다. 피부뿐 아니라 고객의 삶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전하는 브랜드가 되길 꿈꾸고 있다.”

이진민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同대학원 국어교육학 졸업 ▲제일기획 최연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선영아, 사랑해’ 여자인터넷 마이클럽 창립 ▲독일 천연, 유기농 화장품 로고나 코리아 대표 ▲‘21세기 여자는 인터넷으로 산다’ 외 저서 및 논문 다수 발표 ▲前 서울시 문화포럼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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