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쇼박스 제공

하정우가 10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하정우 특유의 말맛으로 중무장한 블랙 코미디 '로비'는 골린이를 비롯한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공감을, 골프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웃음을 선사할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로비' 제작보고회가 열려 감독 겸 배우 하정우를 비롯해 배우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곽선영이 참석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작품은 하정우가 직접 기획, 감독과 주연 배우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오랜만에 감독으로 나선 소감에 대해 하정우는 "세 번째 연출작을 하기까지 좀 오래 걸렸다. 고민이 많았다. 골프로 로비를 하는 이야기가 떠올랐을 때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배우 입장보다 감독으로서 개봉을 앞둔 심정은 굉장히 긴장되고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라고 전했다.

하정우는 골프와 로비를 접목한 소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 이야기는 골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롤러코스터' 때도 그렇지만 제가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가는 것 같다. 골프장도 광활하지만 은밀하게 사생활을 보호받으며 플레이가 이뤄진다. 그런 점이 흥미로웠다. (골프장이) 블랙 코미디적 요소에 적합하지 않나 싶어서 선택했고, 골프를 통해 각 인물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지 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정우가 연기한 '창욱'은 라이벌 회사 대표 '광우'(박병은) 때문에 처음으로 접대 골프에 나서는 인물이다. 창욱은 태어나서 한 번도 골프채를 잡아 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룰도 모르는 '골.알.못(골프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사업을 성공시키고 싶어 로비 판에 뛰어든다.

'로비'에서 라이벌로 만난 하정우와 박병은은 알고 지낸 시간만큼이나 완벽한 호흡을 예고했다. 박병은은 두 캐릭터의 관계에 대해 "광우와 창욱은 어릴 적부터 친한 사이였다.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라이벌이 되고 4조 원 규모의 사업을 따내기 위해 으라차차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정우 배우와는 대학 시절부터 30년 정도 알고 지냈다. ('로비'를 통해) 인간 하정우의 유머러스함과 여유와 능력과 연기에 감탄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하정우는 "박병은 배우는 믿음이 많이 가는 배우였다"라고 화답해 훈훈함을 더했다.

연기파 배우 김의성, 강말금은 빌런 부부로 나선다. 스마트 주차장 입찰 사업의 실세이자 부패 비리에 찌들어 있는 '조 장관'(강말금)의 남편 '최 실장'으로 분한 김의성은 가장 늦게 출연을 결정했을 만큼, 역할에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의성은 "제일 걱정됐던 건 '내가 잘할 수 있을까'였다. 작품 속 역할도 너무 크고 무게감이 있어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정우 감독은 '김의성'이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기다렸다. 하정우는 "이 영화를 통해 김의성 선배님이 재발견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의성) 선배님께서 '출연 하긴 할 건데 두고 보자' 하셨지만 저는 끝까지 믿음을 가지고 기다렸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강해림과 차주영은 '로비'를 통해 첫 영화에 도전, 프로 골퍼로 변신한다. 두 배우는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로비'를 택한 이유에 대해 스토리와 출연진을 꼽았다. 한창 잘나가던 프로 골퍼였지만 최근 슬럼프에 빠진 '진 프로' 역을 맡은 강해림은 "일단 대본을 읽었을 때 정말 좋았다. 감독님과 미팅에서 '이 역할에 이 배우가 하신다'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한 번 함께 해보고 싶었던 선배님들이라 당연히 할 수밖에 없었다. 첫 영화라 정말 떨리고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설렘을 드러냈다.

차주영은 "시나리오를 정말 재밌게 봤고, 무엇보다 하정우 감독님을 팬으로서 좋아했다. '로비'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한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내가 언제 이분들과 다 같이 연기해 보겠나' 싶은 생각에 주저 없이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더 글로리'에 이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원경'까지, 그간 출연작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준 차주영은 이전과 180도 다른 매력을 들고 온다. 로비 라운딩이 벌어지는 골프장의 사모님 '다미'로 분한 그는 "제가 맡은 캐릭터 중에 가장 풀어지고 흐트러진 캐릭터"라며 "현재 남편과 살던 중 전 남자 친구를 만나고, 그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차주영은 최시원과 우연히 재회한 전 연인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다. 골프 라운딩에 얼굴마담으로 나선 인기 배우이자 그곳에서 전 연인 다미와 재회한 '마태수' 역을 맡은 최시원은 "차주영 배우와 연기하면서 '어쩌면 이렇게 리액션도, 흡수력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을 잘할까' 하는 점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라고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차주영 역시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현장에 놀러 간다는 마음을 가지고 간 게 '로비'였다. (최시원 씨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도움이 됐고, 아주 즐거웠다. 다음에 또 같이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매 작품 캐릭터 착붙 연기로 호평을 받는 이동휘와 곽선영이 합류해 관계성을 더한다. 신선한 캐스팅 조합을 완성한 하정우는 "촬영 여건도 어렵고, 후반부에는 골프장에서 주로 촬영이 이뤄져서 날씨 영향도 많이 받았다. 인물들이 갈등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 대사도 많아서 어려웠을 텐데 베테랑 배우들이어서 가능했던 촬영이 아닌가 싶다"라며 "한 분 한 분 모시게 돼서 연출자로서 큰 축복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은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골프 영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연기하면서) 골프를 칠 겨를이 없었다"라고 너스레를 떤 이동휘의 말처럼, 골프를 몰라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 '로비'는 오는 4월 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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