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다이내믹스 창업자가 밝힌 ‘휴머노이드 로봇’ 조건
사람 보조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적응력과 유연성 중요
맞춤형 로봇 설계 지원하는 다쏘시스템 솔리드웍스 역할 커
보스턴 다이내믹스 창업자가 미래 기술 발전 한 축으로 꼽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격에 대해 밝혔다.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보스턴 다이내믹스 창업자는 24일(현지시각)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5’ 미디어 세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갖춰야 할 중요 요소로 ‘인간처럼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유연한 조작 기술’ 두 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정의를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반드시 두 팔과 두 다리, 얼굴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다소 제한적인 사고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는 로봇이 인간처럼 표정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로봇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 요소는 적응력과 유연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 두 가지를 언급한 이유는 휴머노이드 활용성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인간을 보조하기 위해서다. 업무 영역 제한은 없다. 사람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듯, 휴머노이드 로봇도 사람만큼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레이버트 창업자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응력과 유연성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두 손에 여러 개의 물건을 들고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며 “앞으로 로봇 업계도 온몸을 활용해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로봇이 지능적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갖춘다면 우리는 특정한 도구를 다양한 작업에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범용(generalizable intelligence)’은 로봇 개발의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여기선 다쏘시스템의 솔리드웍스가 유용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솔리드웍스와 같은 3D 캐드(CAD) 소프트웨어는 특정 용도에 맞는 맞춤형 로봇을 신속하게 설계할 수 있게 지원해 로봇 공학 발전을 크게 지원한다고 했다. “솔리드웍스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 같은 소프트웨어 고도화로 인해 맞춤형 로봇을 신속하게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며 “더 이상 범용적인 로봇을 만들기 위해 사람이 모든 작업에 시간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배터리와 통신, 부품 경량화 등의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배터리 기술 발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로봇이 장시간 작동하려면 배터리 효율이 높아야 한다”며 “현재 로봇 배터리 수명은 약 20~30분 정도인데 이를 늘리는 것이 큰 과제”라고 말했다. 통신과 기계 부품 경량화 역시 중요하다고 밝혔다. “로봇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교환하려면 안정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특히 공장과 창고에서 로봇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전용 5G나 초저지연 네트워크가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로봇 부품을 더 가볍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맞춤형 경량 부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조 산업을 시작으로 확장되고 가정용 로봇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가정에서는 로봇 행동반경이 예측하기 어렵고 안전 문제가 있어 당분간 도입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가정 환경은 매우 예측 불가능하고 비구조화된 공간”이라며 “로봇이 사전에 정리된 환경에서 일하는 공장과 달리 가정은 늘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에서는 로봇과 인간의 작업 영역을 분리할 수 있지만 가정에선 로봇이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해야 한다”면서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해선 안 되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로봇 도입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공장에서 로봇 도입은 점진적으로 이뤄지지만, 사람을 모두 대체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사람은 공장에서 효율적으로 작업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노동력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므로 공장에서 로봇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향후 10년간 기술 투자의 주요 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6일 발표한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간 최대 60조 달러(약 8경 5700조 원)가 될 것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