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페이스 센터 휴스턴 탐방기
AI 만난 우주, 인류 난제 해결 등 가치 창출
다쏘시스템, 3D 시뮬레이션 등 전방위 기술 지원

우주산업은 최근 3D 시뮬레이션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대폭 활용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8000대. 현재 우주에서 운용되는 위성 숫자다. 이 위성들은 지구에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제공,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 일례로 위성 영상을 분석하면 태풍 경로와 같은 기상 예측, 전 세계에서 농사 지어지는 작물들을 분석한 작황 예측, 북한 감시를 통한 적 도발 예측 등이 가능하다. 부대 효과 역시 높다. 전 세계 기후 변화나 식량 부족 등 인류 난제로 꼽혔던 문제들을 극복할 기반을 마련해주고, 산불 진화, 전쟁 사전 방지 등을 통해 인명 피해와 자연 훼손 등을 막을 수 있다.

최근 위성영상 데이터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대용량 위성 데이터를 AI가 빠르게 판독해 이상 여부를 알려주고, 저화질 영상도 AI가 고해상도로 변경해 더 가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위성영상 분석 기업인 에스아이에이(SIA)의 전태균 대표는 “위성영상은 국가안보부터 재난 예측 등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최근엔 위성영상 관측과 분석을 넘어 AI 기반 위성 운용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상 예측만 하더라도 과거에는 슈퍼컴퓨터에서만 가능했는데, 이젠 딥러닝 기반으로 미래 영상과 음성을 얻어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면서 “딥러닝과 위성 영상의 만남은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성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 우주 산업은 큰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우주 산업은 지금은 민간 중심으로 변화하며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NASA와 같은 기관이 모든 작업을 수행했다면, 지금은 민간 기업에 우주 개발의 많은 부분을 위임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글로벌 우주산업 컨설팅 회사인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 경제 규모는 2022년 4040억 달러(약 557조 1140억 원)에서 2032년 8210억 달러(약 1172조 7985억 원)로 연평균 5.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 산업 1위 국가는 미국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표한 우주개발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우주 산업에 투자하는 예산은 미국(약 619억 6700만 달러), 중국(약 119억 3500만 달러), 일본(약 48억 9800만 달러), 프랑스(약 42억 400만 달러) 순으로 높다. 한국은 11위로 약 7억 2400만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주 산업을 이끄는 기관은 NASA다. 우주항공청(KASA)이 2024년 발표한 정책방향에 따르면, NASA에서는 약 1만 8000명의 인력이 약 33조 8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우주 산업을 발전하고 있다. 이 중 1만 1000명이 연구 인력이다. 한국은 지난해 5월 KASA를 출범해 293명의 인력까지 규모를 갖췄다.

그렇다면, NASA는 어떤 기술에 집중하고 있을까? 23일(현지시각) 방문한 스페이스 센터 휴스턴(Space Center Houston)에선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에선 다양한 민간 업체들이 빠르게 기술을 만들고 안전하게 우주인을 훈련하는 모습이 선보여졌다. 주요 조력자는 ‘소프트웨어 기술’이었다. 스페이스 센터 휴스턴은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NASA 존슨 스페이스 센터(Johnson Space Center)의 공식 방문자 센터 역할을 하는 과학 박물관이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스페이스 센터 휴스턴(Space Center Houston) 입구 전경. /김동원 기자

◇ 우주 산업, 디지털 혁신 옷을 입다

이곳에서 볼 수 있었던 우주 산업 동향 중 하나는 디지털 혁신이었다. 항공우주, 국방 기업들은 새로운 수준의 운영 효율성과 제공 속도를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디지털 혁신은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가치 사슬을 간소화해 시장 변화에 민첩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요소다. 사실 우주 산업에서도 디지털 혁신은 성장 동력을 위한 치트키로 불린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과 복잡해지는 규제, 진화하는 고객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민첩성과 대응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이를 통해 기업과 기관은 품질 가선과 비용 절감, 직원 안전, 지속 가능성 등을 이룰 수 있다.

이번 휴스턴에선 3D 시뮬레이션과 버추얼 트윈을 통한 디지털 혁신 사례를 볼 수 있었다. 다쏘시스템은 23일(현지시각)부터 나흘간 미국 휴스턴에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5’를 개최하고 자사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이 행사는 ‘솔리드웍스’와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사용자 커뮤니티를 위한 글로벌 연례행사다.

다쏘시스템은 행사가 열리는 휴스턴에 우주 기술을 볼 수 있는 관광지인 스페이스 센터 휴스턴이 있는 만큼, 자사가 제공하는 우주 산업 기술을 소개했다. 다쏘시스템은 NASA와 유럽우주국(ESA) 등과 협력해 3D 시뮬레이션과 버추얼 트윈 기술을 활용해 우주 탐사와 위성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솔루션은 우주선 조립 프로세스 최적화, 우주 비행체 테스트 및 ‘뉴 스페이스’ 분야의 스타트업 지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카티아(CATIA), 델미아(DELMIA), 시뮬리아(SIMULIA), 솔리드웍스(SOLIDWORKS), 에노비아(ENOVIA), 바이오비아(BIOVIA)와 같은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항공우주 산업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며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설계, 제조, 시뮬레이션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지원하는 협업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우주 산업은 여러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2032년까지 연평균 5.5% 성장이 예상된다. /김동원 기자

◇ 우주 산업, 3D 시뮬레이션 활용 사례는

대표 사례로는 NASA 케네디 우주센터(KSC) 사례가 있다. 이곳은 다쏘시스템의 3D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델미아(DELMIA)를 활용해 실제와 같은 3D 시뮬레이션을 수행, 작업 안전성과 효율성, 비용 절감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KSC는 델미아를 이용해 로켓, 캡슐, 발사대 및 구성 요소의 조립과 테스트 과정을 사전 검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운영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차량 조립 건물(Vehicle Assembly Building)에서는 부품 배치, 조립 과정, 인력 및 장비 이동 동선을 시뮬레이션하여 최적화된 조립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조립 과정뿐만 아니라,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 시뮬레이션도 수행 중이다. 일례로 크레인 운영자의 심장마비 발생 시의 대응 절차를 시뮬레이션해 긴급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케네디 우주센터는 델미아의 3D 라이브러리를 유지하기 위해 레이저 스캐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래된 플랫폼과 설비의 변형 여부를 점검하고, 최신 3D 모델로 업데이트해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신규 장비의 경우 CAD 데이터를 델미아로 가져와 시뮬레이션하며, 기존 자산은 레이저 스캐닝을 통해 정밀한 3D 모델을 생성하고 있다.

NASA의 엔지니어링팀도 델미아의 사실적인 3D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설계를 최적화하고 있다. 기술적인 내용을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구두 설명으로 전달되던 복잡한 우주 프로젝트를 시각적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함으로써, 관계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최근 미국 우주 탐사 프로그램이 민간 기업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델미아의 3D 시뮬레이션 및 버추얼 트윈 기술이 민간 우주 탐사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며 “NASA는 델미아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주 탐사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 활용은 향후 우주 탐사 및 발사 운영의 새로운 기준을 설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부에 개방된 휴스턴 우주센터 내 우주인 훈련센터(ASTRONAUT TRAINING FACILITY) 모습. /김동원 기자

◇ 다쏘시스템, 2023년부터 우주 산업 혁신 확대

다쏘시스템이 우주 산업 ‘뉴 스페이스’(New Space) 분야 지원을 확대한 것은 2023년 3월이다. 당시 유럽우주국(ESA)과 협약을 체결해 해당 분야의 혁신을 지원하고, 우주 스타트업과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협약을 통해 다쏘시스템은 ESA 비즈니스 인큐베이션 센터(ESA BIC) 네트워크 내 스타트업을 위한 기술 및 멘토링 지원을 확대했으며, 기존 독일 바이에른에서 진행되던 협력을 유럽 전역으로 확장했다.

다쏘시스템과 ESA는 디지털 기술이 우주 혁신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최근 스타트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위성, 우주 탐사 및 기타 항공우주 시스템의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며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다쏘시스템은 개방형 혁신 연구소인 3D익스피리언스 랩을 통해 ESA BIC 네트워크 내 스타트업에 클라우드 기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들은 우주선 개념화 및 설계, 제조, 테스트, 인증, 유지 관리 등의 과정에서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적용할 수 있으며, 3D 버추얼 환경에서 프로젝트를 엔지니어링하고 글로벌 멘토 네트워크와 협업을 간소화할 수 있다.

제랄딘 나자(Geraldine Naja) ESA 산업 & 조달국장은 “ESA BIC 네트워크는 지금까지 13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지원했으며, 기업 파트너 및 투자자들과 협력해 스타트업의 성장과 확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다쏘시스템과의 협력은 미래 우주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지글러(David Ziegler) 다쏘시스템 항공우주 및 국방 산업 부문 부사장은 “앞으로 10년 후에는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의 수가 현재보다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우주 스타트업 간의 혁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쏘시스템은 항공우주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ESA와 협력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우주 경제를 주도하고,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우주국은 유럽 29개 지역에 ESA BIC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우주 관련 스타트업과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은 지난 40년간 디지털 방식으로 설계 및 개발된 최초의 항공기, 태양광 전기동력 수직이착륙기(eVTOL), 화성 거주를 위한 폐쇄 루프 서식지 등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항공우주 산업 혁신에 기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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