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AI 전문가, 딥시크 이후 한국 AI 경쟁력 논의
인프라·데이터·인재 등 모든 분야 양성 필요

딥시크가 밝힌 개발 가격은 잘못됐다는데 모두가 동의했다. (왼쪽부터) 서영주 포항공대인공지능연구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김기응 KAIST 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 겸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가 참여했다. /김동원 기자

딥시크 충격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세계 AI 3위라는 숫자에 대한 집착보다 장기적 관점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3위권에 있는 국가들은 세계 AI 1, 2위인 미국, 중국과 비교해 기술과 인프라, 인재 등 모든 분야가 부족하므로 3위라는 숫자에 매몰되기보단 실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현실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21일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주최한 온라인 웨비나 ‘THE AI SCHOOL’에서는 중국 AI 딥시크 출현 이후 한국의 AI 경쟁력을 논의하는 AI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서영주 포항공대인공지능연구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김기응 KAIST 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 겸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가 참여했다.

21일 ‘THE AI SCHOOL’ 토론회에서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한국의 AI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한국을 3위권이라고 보기보단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원 기자

◇ 딥시크를 쫓을 것인가, 그 이후를 고민할 것인가

이날 토론회에서 주된 안건은 한국의 AI 경쟁력 향상 방안이었다. 이들은 한국이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등 인프라 향상뿐 아니라 데이터, 인재, 생태계 등을 모두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재 주로 얘기되는 3위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냉정하게 AI 경쟁력 향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지금 미국이 압도적으로 AI 1위이고 중국이 이를 뒤쫓고 있고 한국이 3위권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이 3위권이라고 보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미국, 중국이 선두권이고 그 하위 그룹은 모두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대만 등의 국가도 모두 우리와 같은 하위 그룹에 속한다”면서 “우리가 3위권으로 말하기엔 기술 수준이나 인재, 인프라 등이 모두 부족하므로 지금은 3위와 같은 숫자를 얘기하기보다 더 냉정하게 필요한 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THE AI SCHOOL’ 토론회에서 김기응 KAIST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딥시크 쇼크 이후 한국이 이 골든 타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동원 기자

이번에 한국 AI 경쟁력을 논하게 된 것은 딥시크 때문이다. 이들은 딥시크가 가져온 혁신의 의미는 크다고 밝혔다. 자본 경쟁을 기술로 깨뜨릴 수 있단 것을 증명해서다. 김기응 KAIST 교수는 “미국은 중국에 AI 반도체 수출을 견제했는데 갑자기 중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든 것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한국은 중국을 낮게 보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딥시크가 이를 깨뜨렸다”고 했다. 김동환 대표는 “지금까지 글로벌 AI 기업들은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딥시크는 그 공식을 깼다”며 “기존에는 정보 탐색형의 대형언어모델(LLM)이 대세였다면 추론형으로 넘어가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거대 자본 싸움을 기술로 깨뜨린 것이 딥시크”라며 “이제라도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저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게임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골든 타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 이들은 현재 한국이 AI 경쟁력을 가져가기 위해선 딥시크 등 해외 성과를 쫓기보단 그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환 대표는 “우리가 딥시크와 같은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면서 “과거 우리들은 빅테크와 같은 AI 모델을 만들 수 있지만 자본, 인력,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변명했지만, 지금은 지속적으로 저렴한 모델들이 나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딥시크와 같은 모델이 오픈소스로 돼 있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내부 디테일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조금씩 공개하고 있는 내용을 조합한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서 더 내용이 공개되면 만들 수 있겠지만 그 사이엔 새로운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최근에 나온 그록3를 실제 테스트했는데 성능이 좋았다”면서 “발전이 워낙 빠른 만큼, 지금 딥시크와 같은 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이후 단계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결국 기술들은 모두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면서 “그 이후부턴 경제성, 편리성, 신뢰성 이 3가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딥시크 등 해외 모델을 쫓아가면 또 꽁무니를 쫓아가는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며 “우리는 미국처럼 700조 원을 투자할 수도 없고 중국처럼 10억 인구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고 위 3가지가 그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21일 ‘THE AI SCHOOL’ 토론회에서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AI 경쟁력을 단기적으로 이룰 수 있는가, 10년 뒤에도 우리가 그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기자

◇ AI 경쟁력 높이려면 인력·연구 생태계 등 장기적 관점 필요

한국이 AI 경쟁력을 높이려면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뿐 아니라 인재, 연구에 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우리가 중국 딥시크를 초월하는 AI를 만들기 위해선 인프라, 데이터, 인력, 안정적인 생태계가 필요하다”면서 “비용적인 부분도 필요하지만, 인력 양성, 연구 생태계 변화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경쟁력을 단기적으로 이룰 수 있는가, 10년 뒤에도 우리가 그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 입장은 현재 5년, 10년 뒤를 바라볼 수 있는 연구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딥시크가 혁신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한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이런 과제를 한다고 하면 돈도 안 되고 검증도 되지 않았다고 배제됐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인재에선 혁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기응 KAIST 교수는 “AI 인재가 양성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인재를 뽑기 어려운 이유는 해외에서 부르는 몸값이 한국보다 3~4배 이상 높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해외에 가서 성장하고 네트워크를 잘 쌓아서 나중에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지금 환경에선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다시 이끌어 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OECD에서 AI 인력 유출국인지 유입국인지를 조사했는데 한국은 유출국이었다”며 “또 다른 조사에선 국내에서 공부한 석박사 40%가 해외로 간다는 통계도 있는 만큼 인재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인재 양성 측면에선 고급 R&D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 AI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프롬프트 단 인력이 늘어나고 있다”며 “산업계에서 봤을 때 고급 R&D 인력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해외로 나가는 것도 사실 같다”고 했다. 이어 “지금 업계는 AI를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의 엔지니어들을 부족해 한다”며 “우리가 빅테크처럼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분야에 집중할 것인지에 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1일 ‘THE AI SCHOOL’ 토론회에서 포항공대인공지능연구원장은 중국에서 배출한 AI 인재가 전 세계 47%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나다며 국내도 인재발굴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 딥시크 가격은 과장, 하지만 배울점 있어

이들은 중국 딥시크는 혁신적이지만 신뢰성에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 과도한 견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단 의견도 나왔다.

김기응 교수는 “딥시크는 회사에서 발표한 문서에서부터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모든 기업이 윤리 강령을 발표하고 있는데 딥시크는 없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동환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딥시크를 신뢰할 수 없지만 사용자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따지고 보면 미국 기업들도 정보를 가져간다”면서 “지금은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면밀히 살펴야겠지만 현재 백도어로 데이터를 빼가는지 모니터링했을 때 큰 특이점은 없었다”면서 “확인할 사항도 많고 보완할 점도 있지만 과도하게 견제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오히려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라면서 “미국 프리즘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법원 영장 없이도 정보를 취득하고 있고 한국 정보도 접근해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보면 내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 모두 똑같은데 중국이란 이유로 너무 경계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했다.

이에 김기응 KAIST 교수는 “현재 수준에선 AI를 사용할 때 윤리적인지를 확인하기보단 과연 딥시크가 윤리강령이 있는 회사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며 “오픈AI와 같은 기업은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적어두지만 딥시크는 해당 내용이 없으므로 조심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21일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주최한 온라인 웨비나 ‘THE AI SCHOOL’ 토론회에서 ‘딥시크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4명의 AI 전문가들이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서영주 포항공대인공지능연구원장, 김기응 KAIST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 겸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가 참여했다. /구아현 기자

딥시크가 밝힌 개발 가격은 잘못됐다는데 모두가 동의했다. 딥시크는 R1을 공개하며 투입된 개발 비용은 557만 6000달러(약 78억 8000만원)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H800 GPU’를 시간당 2달러에 2개월 동안 빌린 비용으로 계산됐다. 이는 오픈AI가 최신 생성형 AI 서비스에 투자한 비용인 1억 달러(약 1438억 원)의 20분의 1 수준이었다. 이에 김동환 대표는 “우선 인건비가 개발 비용에 제외됐다”며 “학습 데이터 비용 역시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에 나간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운동하고 배우는 기간이 들어간다”면서 “이를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비용이라고 예로 들면 과거 들어간 투자 비용은 쏙 빼고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는 기간만 발표한 셈”이라고 말했다.

개발비 몸집 줄이기는 이미 다른 기업도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기응 교수는 “굳이 딥시크가 아니었어도 파운데이션 개발 가격은 1년에 2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지고 있었다”면서 “다른 서비스에서도 가격 하향 내용이 나왔을 텐데 그 방점을 딥시크가 찍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부분은 우리도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개발비 몸집 줄이기는 이미 다른 기업도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기응 교수는 “굳이 딥시크가 아니었어도 파운데이션 개발 가격은 1년에 2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지고 있었다”면서 “다른 서비스에서도 가격 하향 내용이 나왔을 텐데 그 방점을 딥시크가 찍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부분은 우리도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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