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할 수없는 비밀'에서 유준 역을 맡은 배우 도경수 / 사진 : 컴퍼니 수수

"밥 먹는 타이밍. 진짜 중요해요."

배우 도경수가 삶 속에서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타이밍을 묻는 말에 여과 없이 답했다. 남색 모자를 거꾸로 쓰고, 그린톤의 체크 남방을 입은 편안한 차림의 도경수와의 인터뷰는 대체로 비슷한 톤이었다. 자기 생각과 다른 질문에는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 안 했어요"라고, 타이밍에는 다른 거창한 것보다 "밥"과 "잠"을 이야기하는 액기스적인 인터뷰가 이어졌다.

그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유준 역을 맡았다. 유준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잠시 오게 된 한국에서 운명처럼 한 공간에서 정아(원진아)와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은 피아노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간다. 국내에서 지난 2008년에 개봉한 동명의 대만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도경수 표 '말할 수 없는 비밀'에는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국적인 거리와 마음이 더해졌다.

영화 '말할 수없는 비밀'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Q. 원작인 대만 영화는 국내에서도 개봉한 이후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원작의 팬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도 함께 있었을 것 같다.

"부담감이 있긴 있었어요. 그런데 경험해 볼 수 없었던 피아노 연주라든지,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애정 연기라든지, 재미있는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제가 해 온 역할이 마음에 상처가 많고, 달에 혼자 가서 살아남고, 그런 캐릭터였기에요. 진짜 일상적인 자연스러운 감정을 표현해 보고 싶은 감정이 컸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재밌겠다'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원작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요."

Q. 과거 영화 '스윙키즈' 당시, 완벽하게 탭댄스를 배워 놀라게 하지 않았나. 그래서 도경수가 치는 피아노에도 궁금증이 더해졌었다.

"'스윙키즈' 때는 연습 기간이 약 6개월 정도 됐었던 것 같아요. 진짜 소리를 내지 않으면, 출 수 없는 춤이라 진짜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그런데 유준이는 트라우마가 있긴 하지만 세계에서 인정받았던 피아니스트잖아요. 1년 동안 연습해도 가능하지 않은 곡들이라서요.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연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구간 구간 열심히 연습했고, 대신 실제 피아니스트의 움직임을 열심히 카피하려고 했어요. 피아노 배틀할 때 저랑 연주하신 분이 실제 제 피아노 선생님이셨거든요. 그분이 피아노를 치실 때 움직임을 촬영해서 계속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어요. 이 사람이 이 강도로 칠 때는 몸이 얼마나 숙여지는지, 그런 걸 염두에 두면서 안무 연습처럼 몸에 익혀간 것 같아요."

영화 '말할 수없는 비밀'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Q. '시크릿'이라는 곡은 같지만, 원작에서 남녀 주인공이 함께 선보인 연탄곡은 '고양이 춤'으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잘 표현됐다고 생각해요. 그 곡으로 인해 관계성이 잘 보였다고 생각하거든요. 전 세계 계신 분들에게 '고양이 춤'은 익숙하고, 행복하고, 귀여운 곡이잖아요. 그 곡으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원작 영화 속에 담긴 곡도 워낙 유명한 곡이잖아요. 그런데 그들이 선보였던 메가 히트 넘버를 그대로 반복해서 새로운 장면을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희의 '고양이 춤'이 어느 정도 그 밑까지는 따라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Q. 과거 웹 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출연 당시, 이영지에게 애정씬에 대해 "그때 실제로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촬영 현장에서도 그런 모멘트가 있었을까.

"계속 그 마음이었어요. 유준이 정아를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인물이잖아요. 촬영할 때만큼은 정아를 사랑하는 유준이가 되려고 했죠. 현장에서 도움을 받기보다, 혼자 계속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것 같아요. 자기 최면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정아를 진짜 좋아하는 인물이다'라고 믿고 해버리는 것 같아요."

영화 '말할 수없는 비밀'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Q. 정아에 대한 사랑을 언제부터 느꼈을까.

"이야기를 나눌 때요. 첫눈에 반할 수도 있겠지만, 유준은 정아랑 이야기하면서 사랑을 느낀 것 같아요. 원진아라는 배우가 되게 차분하고 점잖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에너지가 엄청 활기차요. 정아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할까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에너지 넘치고 통통 튀는 정아가 되어계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캐릭터인지 생각 못 했거든요. 거기에서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슬픔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아가 가진 활기찬 에너지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Q. 원작과 한국 영화의 결말은 다르게 흐른다. 그 결말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우리가 살면서 너무 현실적으로 되어버렸지만,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요. 저는 영화적이라고만 생각한 것 같아요. '쟤는 왜 저러지?'라는 생각보다, 정아를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진짜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관객이 생각해 주실까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임했습니다."

영화 '말할 수없는 비밀'에서 유준 역을 맡은 배우 도경수 / 사진 : 컴퍼니 수수

Q.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던 건 아버지와의 관계였다. 아버지(배성우)의 대사로도 나오지만 "이런 걸 기억해야지"라고 삶의 소소한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다르게 다가온 지점도 있을 것 같다.

"메시지라면 메시지일 수 있는데, 아버지 대사에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일상에 있을 때 모든 게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 대사를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버지와 연기할 때는 '말할 수 없는 비밀' 훨씬 전부터 친분이 있어서 같이 연기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거든요. 워낙 연극부터 시작하신 베테랑이시니까요. 아버지의 독백 같은 장면이 많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장면같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그냥 웃겨버리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며 진짜로 많이 배웠어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담긴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워낙 친했어서, 아버지가 하는 대로 저는 마음 편하게 반응했을 뿐입니다."

Q. 본인의 삶에서 중요한 타이밍이 있을까.

"밥 먹는 타이밍. 진짜 중요해요. 제일 쉬운데, 또 어려운 게 밥을 잘 챙겨 먹고 잠을 잘 자는 거로 생각하거든요. 저는 잠을 잘 자면, 정신도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잘 먹고, 잘 자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사실 연예계에서 여러 일들도 있고, 활동으로 인해 다이어트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잘 먹고 잘 자는 일이 어려울 것 같은데,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을까.

"성향 같기도 해요. 음식 자체에 식탐이 없는 분도 계시잖아요. 그런데 다행히 저는 먹는 걸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체중 조절을 잘 못해요. 그게 단점이긴 합니다. 작품에서 빼야 하면, 당연히 해야 하지만요. 노하우라면 저는 못 먹는 음식이 별로 없고요. 그건 부모님께 감사해야 해요. 다 잘 먹고, 잠도 머리 대면 잡니다. 예민한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것도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는 평소에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당연히 스트레스는 받지만, 그걸 가지고 있으면 저만 손해니까요. 최대한 '잊어버리자, 털자' 하고 생각하는데요. 안될 때도 많긴 하지만, 그래도 잘 자요. 꿈도 잘 안 꿉니다."

영화 '말할 수없는 비밀'에서 유준 역을 맡은 배우 도경수 / 사진 : 컴퍼니 수수

Q.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도경수의 첫 멜로 작품이었다. 이 작품으로 인해 배운 바가 있을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하고 싶던 장르가 멜로였는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일상적인 감정이잖아요. 제가 사실 제일 재미있게 본 영화는 '연애 빠진 로맨스' 같은 작품이거든요. 그런 작품을 제일 해보고 싶어요. 그 작품 보고 손석구 선배님 역할이 너무 욕심났어요."

Q. 현재 솔로 가수로도, 배우로도, 그리고 예능 '콩 심은 데 콩 나고 밥 먹으면 밥심 난다'에서도 활약 중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지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연기는 당연히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캐릭터를 통해 경험할 수 있고,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자체가 재미있어서 하고 있는 것 같고요. 노래는 어릴 때부터 계속 좋아했던 거라서요. 특히,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처음 느껴봤거든요. 항상 100% 만들어져 있는 곡을 받아서 그 노래를 불렀다면, 이번에 싱글을 낸 건 작곡가를 만나서 멜로디부터 컨셉, 가사 등 다 상의를 해서 저랑 작곡가님이랑 둘이 만들어서 나온 건데, 그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그것이 오히려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예능은 제가 요리를 너무 좋아해요. 나중에 한 50대쯤 되었을 때, 식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 마음을 이번 계기로 좀 푼 것 같아요. 실제로 그 공간에 계시던 분들이 정말 맛있게 드셔주셨거든요. 그러니까 진짜 다 재밌어요. 뭔가 하나 꼽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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