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혜교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궁금하지 않아요…저는 현재를 살아요"
"나이 들어감에 대해서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저만 늙을 게 아니라서요. 다 같이 늙잖아요. 물론 20대, 30대, 40대까지 대중에게 얼굴이 보여지는 일을 하니 최대한 관리해서 더디게 (세월이) 가게끔 노력하려고 하죠. 저는 신념도, 꿈도 없어요.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궁금하지 않아요. 현재가 가장 중요해요. '현재 저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열심히 하고, 인간으로 지혜롭게 잘 산다면, 좋은 미래가 있겠지'라고 생각해요."
배우 송혜교가 말했다. 그는 영화 '검은 수녀들'의 개봉을 앞두고 스스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23년 만에 토크쇼에 출연했고, 생애 첫 웹 예능에 나섰으며, 생애 첫 브이로그를 선보였다. 공개된 송혜교의 일상에 대중들은 "송혜교가 진국이라는 것을 이제 온 국민이 알게 됐다"라며 환호했다.
그 단단한 모습의 한 조각은 영화 '검은 수녀들' 속 유니아 수녀와 닮아있다. 유니아 수녀는 '악령에 씐 소년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라는 그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달려가는 인물이다. 그리고 전여빈은 촬영 현장에서의 송혜교가 "새도 와서 쉬었다 갈 수 있고, 그늘에 사람도 잠깐 쉴 수 있는 커다란 나무" 같았다고 회상한다. 코믹 연기를 꿈꾸고 있는 송혜교는 현실을 살아가는 위트 속에 단단함을 두고, "신념도 없고, 꿈도 없다"라며 꾸밈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Q. 유니아 수녀는 대사가 많고 감정 표현이 많은 캐릭터는 아니지만, 장면 속에서 단단함이 내비쳤다. 그 단단함으로 미카엘라 수녀(전여빈)도 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만들어갔나.
"미카엘라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밀어내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물이지만, 유니아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일찍 받아들이고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카엘라와 전혀 다르고, 어떤 것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감정에 반응하지도 않는 인물이라고. 큰 변화가 없지만, 유니아를 계속 붙잡고 가는 건 '생명'이다. '내가 자유로운 수녀고, 모두 다 교단에서 찍힌 수녀라고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촬영하는 내내 유니아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다. 원래 허준호 선배님과 하는 구마 의식 장면도 표현이 강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뒤에 구마 의식 장면을 위해 누른 지점도 있다."
Q. 처음 도전한 오컬트 장르였다. 그 속에서 마주한 자신의 새로운 얼굴도 있었을까.
"어릴 때는 작품을 볼 때, '여기에서 예쁘게 나왔나?'라는 생각이 첫 번째가 되긴 했었다. 예쁘고 싶은 나이였다. 지금은 약간 바뀌었다. 제 얼굴이 예쁘게 나오는지가 첫 번째가 아니다. 표현한 게 잘 담겼나, 그 표현대로 보이나를 먼저 본다. 예쁘고, 안 예쁘고는 중요하지 않아졌다. 살면서 구마 의식 같은 장면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제 모습을 보면서도, '이런 표정이 있었네' 하는 지점이 있었다. 오컬트 영화라고 '너무 무섭겠다'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텐데, 저는 '검은 수녀들'은 물론 오컬트 장르지만, 신념이 달랐던 두 여성이 하나가 되어 아이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달려가는 연대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무서운 걸 못 본다'라는 친구에게도 오컬트 입문하기 딱 좋으니 괜찮다고 추천했다."
Q. '검은 수녀들'의 문을 여는 유니아의 장면은 흡연 연기였다. 그것만으로도 '범상치 않구나'라는 유니아의 단면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솔직히 '흡연하는 송혜교' 그 자체도 충격적이기도 했다.
"20대 때, 담배를 피워야 하는 영화의 제안이 온 적 있다. 그땐 담배 때문에 하지 않았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싫었던 것 같다. 저는 술은 한다. 그래서 '나쁜 거 한 개만 하면 됐지, 뭐 두 개까지 해'라는 마음도 있었다. '검은 수녀들'의 대본을 처음 받고,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담배만 빼달라고 할까'라는 고민도 했다. 그런데 담배를 빼면 자유로운 유니아의 성격 표현이 잘 안될 것 같았다. 촬영 6개월 전부터 담배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흡연하는 지인들에게 '어색하냐, 안 어색하냐?'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첫 장면이 흡연으로 시작해서, 거기에서 가짜로 하면, 유니아의 모든 게 가짜로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배워보자'라고 시작했다."
Q. 촬영하면서 괜찮았나.
"무당이 된 친구(김국희)와 절벽에서 담배를 태우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그날 찍은 첫 장면이었다. 아침 일찍 모여서 빈속에 그 장면을 찍는데 연달아 다섯 대를 피워야 했다. '컷' 소리가 난 후, 정말 (어지러워서) 절벽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다. (웃음)"
Q. 설 연휴에 두 여성이 이끌어가는 영화가 개봉한 것이 흔치 않은 일이다. '서품받지 못하는 수녀는 구마할 수 없다'라는 관습에 대항하는 모습인 지점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두 명의 여성이 이끌고 가는 영화가 잘 없다고 하시더라. 저는 많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인분과 이야기하다 보니, 정말 잘 없더라. 설 연휴에 개봉하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그러면서도 약간 부담이 있다. 솔직히 정말 잘 됐으면 좋겠고, 잘 됐으면 좋겠다. '더 글로리'를 마치고 바로 사랑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을 때 받은 시나리오였다. 본능적으로 장르에 관심이 간 것 같다."
Q. '검은 수녀들'의 개봉을 앞두고 약 23년 만에 토크쇼에도 출연했고, 생애 첫 웹 예능에도 출연했고, 생애 첫 브이로그도 선보였다.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됐고, 큰 화제를 모았다. 과거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 이은 예능 활약을 더 이어갈 계획은 없을까.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제가 SNS에 올렸기에 기사화되는 거라, 그건 뭐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좋은 기사가 나오면, 배우 이전에 사람 송혜교로 좋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뉴스란에 있을 기사가 무서울 때도 있다. 과거 '순풍 산부인과'는 소속사도 저도 '빨리 알려야겠다'라는 목표로 임한 것 같다. 완전 신인이었는데, '순풍 산부인과'가 큰 사랑을 받아서 예능 출연도 임했다. 그런데 지금 제 지인들은 제가 예능에 나가면 다시 멜로하기 어려울 거라고 말린다. 이렇게 가끔 나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아직 좀 덜 보여드렸다. 그런데 제가 하려면 (강)민경 씨처럼 컴퓨터를 잘 다뤄야 하는데, 제가 그걸 못한다."
Q. 그렇다면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을까.
"저는 MBTI가 INFJ인데, 다들 'T'(이성적인) 성향이라고 한다. T 같은 면에서 오는 웃김이 있나 보다. 저는 상황에 맞게 이야기할 뿐인데, 웃고 있더라. 예전에 '풀하우스' 촬영할 때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표민수 감독님께서 저희 모두 놀게 풀어주셔서 애드리브도 많이 했고, 좋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이후, 가벼운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해본 적이 없다. 40대에 맞는 그런 코미디 작품이 있으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Q. 함께한 동료들이 말하는 '송혜교'에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대인관계가 좋고, 함께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시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배우'라는 점이다.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것들의 결과가 된 말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계속 그렇게 살았다. 저는 편한 게 좋고, 유쾌한 게 좋다. 어릴 때는 다 같이 있는데 누구 한 명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그게 되게 신경 쓰였다. 제 신경이 거기에 가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겠다. 지금은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여전히 첫 번째다. 그런 마음으로 다가가니, 함께 있는 사람도 느껴주신 것 같다. 제가 오래된 스태프들이 많다. 어릴 때는 두루두루 많이 아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다 보니, 주변에 함께 갈 사람이 딱 남더라. 그분들은 모두 20년도 넘게 함께한 분들이다. 요즘에 더 드는 생각은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너무 가까워진 사이라, 한순간에 작은 것에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저는 오래된 친구에게 그런 마음이 들면 '아까 그런 부분 때문에 상처받았다'라고 바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제가 욱해서 던진 한마디가 그 친구에게 크게 와 닿았을 때는 바로 사과한다. 가까운 사람은 정말 소중한 사람이니, 예의를 지키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Q.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은 전혀 없다. 저만 늙을 게 아니라서. (웃음) 다 같이 늙지 않나. 제가 20대, 30대, 40대에 모두 얼굴이 보여지는 일을 하고 있으니 최대한 관리해서 더디게 가게끔 노력하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제 모습과 상황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저는 신념도 없고, 꿈도 없다. 과거는 일단 지나갔고, 미래도 별로 궁금하지 않다. 현재가 제일 중요하다. 현재 저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열심히 하고, 그냥 인간으로서 지혜롭게 잘 살아간다면, '좋은 미래가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욕심도 많았고, 남의 것이 더 커 보이기도 했고, 좋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저는 항상 남의 시선 속에 살면서 내 친구들,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첫 번째였다. 그래서 기준이 그 사람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했다. 그 사람들이 좋으면,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그냥 좋고,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오더라. 저는 저를 첫 번째로 두고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었더라. 그래서 '모든 기준에 나를 첫 번째로 두어보자. 엄마도 두 번째로 가고, 첫 번째는 무조건 나로 두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모든 일을 할 때, 모든 상황에서 제가 좀 더 커진 느낌이 들더라. 내가 좋아서 움직이고, 무언가를 해 나가니까,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두 배로 사랑을 더 줄 수 있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