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뷰] 30주년 맞은 'SMTOWN'…과거가 현재로, 그리고 또 미래로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기에 미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과거면서 현재에 있고, 또 미래가 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순간을 만났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30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공연을 완성했다.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SMTOWN LIVE 2025 [THE CULTURE, THE FUTURE] in SEOUL'(에스엠타운 라이브 2025 [더 컬처, 더 퓨처] 인 서울)이 개최됐다. 양일 모두 전석 매진으로 약 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글로벌 플랫폼 Beyond LIVE와 위버스를 통해 동시 생중계되며 전세계 팬들과 함께 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곡은 'Rising Sun'으로 동방신기가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새롭게 시작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곡이기도 한 만큼, 동방신기의 뒤를 이어 'SMTR 25'라는 이름으로 25인 남자 연습생들이 출격해 '루시퍼' 무대를 꾸몄다. 또한 슈퍼주니어가 '갈증'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에 이어 SMTR 25의 '으르렁' 무대를 선보이며 지금의 SM이 되기까지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탄탄한 보이그룹 라인업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데뷔 25주년을 앞두고 있는, SM의 가장 상징적인 여자 솔로 아티스트 보아가 무대를 꾸몄다. 'Girls on Top'으로 여전한 기량을 선보인 보아는 "30주년 공연인 만큼, 선후배 아티스트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부터 앞으로의 30년을 이끌어갈 연습생들의 무대까지 굉장히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있어요"라고 소개했다. 이어 보아는 'Only One' 무대를 선보이며 NCT WISH 시온(11일), 라이즈 쇼타로(12일)과 호흡을 맞추었고, 바로 뒤이어 나이비스의 'Sensitive' 무대가 펼쳐쳐 눈길을 끌었다. SM의 과거와 미래가 완벽히 교차한 순간이었다.
또한, 이날 공연 말미에는 오는 2월 데뷔를 앞둔 'Hearts2Hearts'(하츠 투 하츠)가 최초로 베일을 벗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한 다국적으로 구성된 8인조 걸그룹으로, 에스파 이후 5년 만에 론칭하는 걸그룹이자, 소녀시대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다인조 걸그룹으로 어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지 기대감을 자극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던 뜻깊은 순간 중 하나는 선후배 아티스트들의 다채로운 컬래버레이션 무대였다. 앞서 신인 보이그룹 멤버들과 호흡을 맞춘 보아 외에도 솔로 무대를 꾸민 선배 아티스트들이 후배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WayV 양양, 에스파 지젤은 효연의 'Dessert' 무대에 함께 올랐으며, NCT 제노는 샤이니 키와 함께 'Villain' 무대를, 에스파 닝닝은 샤이니 민호와 'Because of You' 무대를 선보였다. 또한 라이즈 성찬은 레드벨벳 슬기의 'Bad Boy, Sad Girl' 무대에 올라 설레는 케미를 완성하기도 했다.
현재 SM의 가장 막내 그룹인 NCT WISH 재희는 SM 소속 아티스트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H.O.T. 강타와 함께 '북극성' 무대를 통해 감미로운 보컬을 들려줬고,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의 컬래버레이션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Show Me Your Love'는 엑소(수호, 찬열), NCT(쟈니, 쿤, 텐, 정우, 천러, 료, 사쿠야), 라이즈(은석)까지 더해져 총 20명이 함께하는 무대로 유쾌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그뿐만 아니라 SMTOWN Family로 초청된 아티스트들의 특별 무대와 컬래버레이션도 만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에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환희가 무대에 올라 라이즈 소희와 함께 'Sea of Love'를 선보였는데, 무대를 마친 뒤 환희는 "SM에서 데뷔를 했는데, 이렇게 많은 소희 씨를 포함해 이렇게 실력도 좋고 멋진 가수분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SM은 영원할 것 같다"라는 말로 훈훈함을 더했다.
S.E.S. 바다는 첫날 공연과 둘째 날 공연 라인업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한 번 요정은 영원한 요정이라는 듯 변하지 않는 목소리와 한층 더 성숙해진 가창력을 자랑하며 '꿈을 모아서'를 부른 것에 이어 에스파와 함께 'Dreams Come True' 무대를 꾸몄다. 에스파는 앞서 S.E.S.의 'Dreams come True'를 리메이크한 바 있다.
특히 바다는 "SM의 3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멋진 콘서트에 와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여러분은 어떤 시기에 우리의 음악을 듣게 되었을까요? 그 음악이 삶의 위로가 됐기를 바란다"라며 "제가 소녀였던 시절부터 지금 후배들이 소녀인 시절까지 SM의 음악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저희 음악은 지나간 유행가가 아닌 늘 꿈꾸고, 용기 내고 싶을 때 여러분의 곁에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SM의 모든 음악이 여러분의 인생과 함께 흐르고 또 흐르길 바랍니다"라는 말로 뭉클함을 안겼다.
멘트를 마친 뒤 바다는 려욱과 함께 SM 'STATION'을 통해 발매한 'Cosmic' 무대를 펼쳤는데, 려욱은 과거 바다의 팬이었던 만큼, 이번 무대가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바다를 보며 가수라는 꿈을 키운 려욱이 슈퍼주니어가 됐고, 또 이러한 슈퍼주니어를 보며 또 누군가는 꿈을 키웠을 것이다. 과거가 현재로, 또 현재가 미래로 이어지는 서사를 완벽히 녹여낸 무대였다.
H.O.T.는 토니안이 스페셜 게스트로 함께해 강타와 호흡을 맞추었다. 'Candy'를 리메이크한 NCT DREAM의 무대로 공연이 시작, 이내 분위기가 전환되며 강타와 토니안이 등장해 기존 버전의 'Candy'를 들려준 뒤 NCT DREAM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또한 이들은 WayV(샤오쥔, 헨드리), NCT WISH(시온, 유우시), 라이즈(원빈, 앤톤)과는 함께 '행복' 무대를 선사하며 뜻깊은 시간을 완성했다.
토니안은 "SM의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저희 H.O.T.가 올해 29주년이 됐다. SM과 나이가 비슷한데, 함께 성장했고, 지금까지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쁜 마음이다"라고 벅찬 감회를 전했다. 이어 "후배들과 함께 무대를 하는 자체가 정말 기분 좋은 일이고, NCT 후배분들 덕분에 'Candy'가 더 많이 알려진 것 같아서 뿌듯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NCT DREAM 멤버들 역시 "너무 영광이었다"라며 "무대 분위기 자체가 정말 좋았던 것 같다"라고 호흡에 만족감을 전했다.
SM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 무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2025 SMTOWN' 앨범 수록곡 무대가 최초로 공개됐는데, WayV는 샤이니의 '줄리엣', 에스파는 f(x)의 '첫사랑니', 라이즈는 동방신기 'Hug', 레드벨벳은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 NCT DREAM은 엑소의 'Love Me Right', 강타는 S.E.S.의 'Just A Feeling', 보아는 故 종현의 '하루의 끝', NCT WISH는 슈퍼주니어의 'Miracle', 슈퍼주니어는 신화의 'I Pray 4 U', NCT 127은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엑소는 H.O.T.의 '투지 (鬪志, Git It Up!)', 동방신기는 레드벨벳의 'Psycho' 무대를 펼치며 기존 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창립 30주년 기념 앨범에는 이 외에도 더 많은 리메이크 곡들이 수록될 예정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인다.
이 밖에도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다채로운 히트곡 무대가 이어졌다. 특히 엑소는 현재 군 복무 중인 멤버 등을 제외한 수호, 찬열 두 사람만이 무대에 올랐는데, '첫눈' 무대를 마친 뒤 수호는 "선, 후배 아티스트 분들의 무대를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역시 SM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엑소라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여기에 여러 아티스트분들의 팬들이 계신데, 여러분께서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팬이기 때문에 행복했으면 좋겠다. 핑크블러드 '사랑하자'"라는 소감을 전하며 울컥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쁜 개인 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그룹에 진심인 슈퍼주니어의 든든한 의리는 훈훈함을 더했다. 은혁, 동해, 규현은 타 소속사를 통해 개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룹으로서는 SM과 계약을 체결한 만큼,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세 사람은 "뼛속까지 핑크블러드", "누구보다 SM을 사랑하는 SM의 남자", "몸속에 영원히 핑크 블러드가 흐르고 있다"라는 등의 말을 꺼냈는데, 이를 들은 리더 이특은 이들을 향해 "가짜"라고 저격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이특은 멤버들이 각각 개인 활동을 홍보하는 것을 듣고, 이를 정리해서 재차 언급하는 참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이특은 "연예인은 소모가 될 수밖에 없는 직업인데, 여러분이 계시면서 중대한 역할을 해주신 덕분에 오래오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그룹까지도 큰 사랑 부탁드린다"라는 말을 전하며 진정한 '핑크 블러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방신기 리더 유노윤호는 이날 공연에 대해 "SM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고 자평하며 "SM 30주년 생일 축하한다"라는 전설(?)의 짤을 재연해 웃음을 선사했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SM 국가'로 불리는 '빛 (Hope from KWANGYA)'으로, 여러 아티스트들은 함께 이동차를 타고 보다 가까이에서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총 98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이번 공연은 5시간이 넘게 진행됐는데, 'SMTOWN LIVE' 역사상 최장 시간의 러닝 타임이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SMTOWN LIVE 2025'는 5월부터 글로벌 투어를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