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C 2024 in 국방] “시간이 곧 전투력”… 韓 국방 AI, 속도전 필요
국방력 강화 필승 요건 AI 도입, 한국 속도 더뎌
이미 기술과 자본은 충분, 속도 높일 방법 강구해야
국방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주변국들이 안보 강화에 AI를 서둘러 도입하는 현 상황에서 한국이 AI를 빠르게 적용하지 않는다면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단 의견이다. 이에 군, 방산, AI 관계자들은 정부와 국회가 국방 분야의 AI 도입 문턱 낮추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16일 유용원 의원실과 국회 AI와 우리의 미래,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주최한 국회 국방 AI 포럼 ‘AWC : AI for Defense’에는 국방 AI 발전을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는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 유재관 LIG넥스원 무인체계연구소장, 이보형 전 드론작전사령관, 전태균 에스아이에이 대표, 전동근 퀀텀에어로 대표, 천선일 씽크포비엘 선임연구원 등 국방, AI 전문가들이 나왔다. 이들은 한국이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우선 AI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속도가 곧 전투력, 한국 이미 기술력은 갖췄다
이보형 전 드론작전사령관은 군에서 새로운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려고 해도 행정 절차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려면 4~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여기에 시험 평가를 하고 규격화 작업까지 하면 추가로 2~3년이 더 소요된다고 했다.
그는 “행정적인 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많아 군에서는 도대체 언제 기술과 장비를 줄 것인지 항상 목이 마르고 애가 탄다”면서 “지금은 기술 속도가 상당히 빠른데 도입 시기를 늦추면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 “시간이 돈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지만 군에서는 시간이 곧 전투력”이라면서 “한국이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국가에서 빠르게 도입을 해주지 않는 건지 늘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전태균 에스아이에이(SIA) 대표는 AI 도입뿐 아니라 기술 개발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현재 많은 국가가 정부 주도로 기술을 빠르게 만들어가고 있는데, 한국 정부 사업은 페이퍼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된다고 지적했다. “방산 쪽 제안서는 보통 1000~2000장”이라면서 “현재 한국은 유능한 연구진들이 힘을 모아 제안서만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어떤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후 제안서는 10페이지 내외로 간단하게 제시하고 이를 개발하고 시연하는 데 집중한다”면서 “우리도 행정적인 일이 아닌 행동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기업들이 개발한 국방 AI 기술을 검증할 때도 속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천선일 씽크포비엘 선임 연구원은 “우리는 AI 기반 무기체계 검증과 예방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AI가 어떤 의사결정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효율적이라는 것은 거의 기정 사실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러한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면 동작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계속 줄여가기 위해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처음부터 행정적으로 완벽한 기술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만들고 실패하면 보완해 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국방에 AI를 빠르게 도입하는 필승전략
그렇다면 국방 분야에서 AI 도입을 어떻게 빠르게 할 수 있을까?
유재관 LIG넥스원 무인체계연구소장은 실제 군이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중심을 잡아줄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국방 AI 도입에 있어 정확하게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획득 체계로 어떤 과제를 기획하고 용역 과제를 해주는 식으로 개발하면 과제나 사업이 끝없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AI 분야만큼은 실제 군에서도 급하기 때문에 이를 이끌어 줄 역할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사례로 이스라엘을 들었다. “이스라엘을 2010년에 방문했는데 프로젝트 리더가 공군 대령이었고, 프로젝트 성공과 실패는 모든 사람이 책임을 졌다”면서 “이를 수행하는 기관과 기업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돼 있어 기술의 성능이 나오지 않아도 계속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이스라엘은 방산업이 그렇게 발전하지 않았었는데 이러한 방법을 통해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미 검증된 우방국 AI 기술들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동근 퀀텀에어로 대표는 “국방 AI 개발을 지금 방식대로 관 주도로 가면 중복 예산 투자가 나올 뿐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너무 국산화에만 치중하지 말고 해외 우방국 기술 중 우리가 도입할 수 있는 것은 빠르게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을 가져오고 그 안에서 우리 군에 맞게 최적화하는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면서 “이미 해외에서 검증되고 진행했던 AI 프로그램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한다면 전력을 빠르게 극대화하고 AI 솔루션 개발에도 속도가 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