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하우스 오너 볼 ©WienTourismus_Paul Bauer

매년 겨울이면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무도회가 비엔나 곳곳에서 열린다. 왈츠부터 현대적인 사운드까지 다양한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한 무도회 시즌은 그 어느 계절보다 화려하고 풍성하다. 이에 비엔나관광청이 올겨울 비엔나 여행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 줄 비엔나의 다양한 무도회를 소개한다.

세계 무도회의 수도로 꼽히는 비엔나에서는 겨울마다 450개 이상의 무도회가 개최된다. 해마다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비엔나를 찾아와 2,000시간이 넘도록 춤을 추며, 비엔나의 왈츠를 비롯해 독특하면서도 정제된 파티 문화를 경험한다.

비엔나의 무도회, 비엔나 볼은 1814-1815년에 열린 비엔나 의회에서 인기를 얻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유럽 전역의 수많은 왕족과 정치인들이 유럽 대륙의 국경을 재편성하기 위해 비엔나로 몰려들었다. 비엔나에 모인 귀빈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거행된 이벤트로서 무도회가 성행했다. 무도회가 너무 자주 열려 ‘회의가 춤을 춘다(Der Kongress tanzt!)’라는 재미있는 표현도 생겼다. 이후 황제 요제프 2세가 호프부르크 왕궁의 무도회장에 누구나 입장할 수 있는 무도회를 열면서 오늘날 모두가 즐기는 비엔나 무도회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다. 

오늘날 비엔나 무도회 시즌은 전통적으로 파싱(Fasching), 즉 카니발 시즌과 맞물려 11월 11일에 시작해  ‘재의 수요일’(부활절을 준비하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 2월 말~3월 초 무렵)까지 이어진다. 사람들은 구시가지의 그라벤(Graben) 쇼핑거리로 모여 다 함께 왈츠를 추며 무도회의 시작을 알린다. ‘춤의 왕’으로 불리는 왈츠는 비엔나 파티 문화의 아이콘이자 모든 무도회에 꼭 필요한 춤이다. 왈츠의 매혹적인 회전 동작은 엄숙한 무도회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은 친밀감을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 왈츠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Johann Strauss I)는 춤추기에 걸맞은 우아한 왈츠를 152곡이나 작곡하며 왈츠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2025년 비엔나는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 도시 전체가 슈트라우스의 모든 영광을 재현하는 무대가 될 예정이다.

멋스러운 왈츠를 추고 싶다면 댄스 학교에서 왈츠의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여러 가지 단기 코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무도회에서 지켜야 할 올바른 에티켓도 배울 수 있다. 특히 ‘루에프 댄스 스쿨(Rueff dance school)’은 비엔나에 머무는 동안 무도회에 참가할 예정이지만 연습 시간은 부족한 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 속성 왈츠 코스를 제공한다.

비엔나 무도회의 재미있는 전통들
19세기부터 이어진 무도회의 전통 중에는 무도회 주최 측이 무도회에 입장하는 여성들에게 건네는 작은 선물인 다멘슈펜데(Damenspende) 문화가 있다. 과거에는 주로 진주로 장식된 부채처럼 화려하고 정교한 기념품을 주었으나, 최근에는 작은 시계나 과자가 일반적이다. 일부 무도회에서는 남성들을 위해 책을 준비하는 헤렌슈펜데(Herrenspende)를 진행하기도 한다.

비엔나 무도회장에서는 엄격한 드레스코드가 시행된다. 여성은 긴 드레스나 전통 오스트리아 의상을 입어야 하며, 남성은 테일 코트나 턱시도를 착용해야 한다. 손목시계를 착용하는 것은 실례로 여겨지기 때문에, 체인으로 된 금색 시계가 알맞다. 남성의 경우, 일부 무도회에서는 흰색 나비넥타이 착용이 필수다. 무도회 의상은 전문 렌탈숍을 통해 대여할 수 있는데, 남성들의 턱시도는 ‘람베르트 호퍼 주니어(Lambert Hofer Jr)’를, 여성용 드레스는 ‘클라이더페를라이 로텐베르크(Kleiderverleih Rottenberg)’를 추천한다. 구두는 탄츠부티크(tanzboutique)를 통해 구할 수 있다. 환상적인 무도회 드레스를 선보이는 비엔나 패션 브랜드도 눈여겨볼만 하다. 로맨틱한 결혼식 드레스로 유명한 엘펜클라이드(Elfenkleid)와 국제 패션 신에서 2008년부터 스타로 자리 잡은 에바 폴레신스키(Eva Poleschinski)의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참석한다면 무도회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무도회에 처음 참석하는 젊은 여성인 데뷔탕트(Debutantes)에게는 더 엄격한 복장 규정이 요구된다. 그들은 흰 드레스를 입고 머리 위로 작은 왕관 같은 코네를 착용한다. 하얀 장갑을 낀 손에는 꽃다발을 들어야 한다. 데뷔탕트는 턱시도를 입은 파트너와 팔짱을 끼고 무도회의 막을 여는 역할을 하며, 그들의 춤은 폴로네즈(Polonaise)로 시작해 왈츠로 이어진다. 무도회의 개막식은 무도회를 주관한 감독의 ‘알레스 발처!(Alles Walzer!)’ 선언으로 마무리된다. ‘모두 왈츠를!’이라는 뜻으로, 이 소리가 들린 후에는 모든 게스트가 무대로 나와 왈츠를 출 수 있다.

자정부터는 보통 카드리유(Quadrille)가 이어진다. 카드리유는 모든 참가자가 어울려 네모난 모양으로 모여 추는 춤으로, 댄스 마스터의 시연에 따라 즉석에서 춤을 배워야 한다. 카드리유를 추며 무르익은 흥겨운 분위기는 새벽 5시까지 이어진다. 비엔나의 모든 무도회는 무도회장 조명이 어두워지며 흘러나오는 마지막 왈츠로 마무리된다. 무도회가 끝난 후 사람들은 근처 커피하우스에 들러 굴라시 수프 한 그릇으로 밤을 마무리하거나 간단한 스낵을 즐긴다.

비엔나의 권위있는 대표 무도회들
비엔나 오페라 볼(Vienna Opera Ball)은 비엔나의 대표 행사이자, 모든 무도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즌의 하이라이트다. 매년 재의 수요일 직전 마지막 목요일 밤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Vienna State Opera)에서 열린다. 오스트리아는 물론 해외 주요 문화 인사, 고위 정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중요한 자리이며, 레드 카펫과 개막식, 인터뷰 등 모든 장면이 TV는 물론 라이브 앱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은 오페라 볼 이틀 전부터 공연을 중단하고 관람석의 좌석을 없앤 후 임시 무대를 만든다. 계단과 로비는 수백 그루의 야자수와 화려한 꽃 장식으로 꾸며진다. 매년 5천 명 이상의 게스트가 오페라 볼에 참석한다. 이번 시즌 오페라 볼은 25년 2월 27일에 열린다.

비엔나 오페라 볼 ©WienTourismus_Paul Bauer

커피하우스 오너 볼(Coffeehouse Owners’ Ball)은 전통적인 비엔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권위 있는 무도회다. 해마다 호프부르크 성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커피 하우스로 변모시키며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오페라 볼의 축소판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시즌 중 열리는 무도회 중 가장 큰 규모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공연과 비엔나 오페라 무도회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더해져 더욱 호화로운 무도회는 25년 2월 21일 개최 예정이다.

비엔나 무도회 시즌의 절정으로 여겨지는 비엔나 필하모닉 볼(Vienna Philharmonic Ball)은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의 황금홀(Golden Hall)에서 열린다. 규모가 비교적 작고 미디어 노출 또한 오페라 볼보다 적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프닝을 연주하는 등 예술가들을 위한 무도회로 정평이 나있다. 올겨울 시즌 82회차를 맞이하는 필하모닉 볼은 25년 1월 23일 밤 10시부터 개최된다. 



이외에도 매년 시즌의 첫 번째 무도회를 장식하는 비엔나 굴뚝 청소부 볼, 경쾌한 왈츠와 케이크가 더해져 가장 달콤한 겨울밤을 선사하는 제과 업체 무도회, LGBT 커뮤니티가 준비하는 레인보우 볼, 비엔나 시청에서 진행되는 비엔나 시티 가든 플라워 볼과 비엔나 과학 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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