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 제작보고회 /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DB

"영웅 안중근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 너머에 장군이 느꼈을 어떤 두려움, 동지애에 중점을 두고 새롭게 안중근 장군을 보여주고 싶었다. 광활한 땅과 대자연 속에서 이분들의 마음, 그 진심을 영화적으로 숭고하게 담아보고자 했다."

27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진행된 영화 '하얼빈' 제작보고회에서 우민호 감독이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우민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이동욱이 참석했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

우민호 감독은 영화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 등의 작품을 통해 비판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대한민국의 민낯을 비춰왔다. '하얼빈'은 그의 말처럼 처음부터 '독립군의 숭고한 마음'을 스크린에 옮기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우민호 감독은 촬영을 시작하는 날부터 "안중근 장군과 독립 투사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는데, 우리 몸이 편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었다. 물론 그분들과 비교는 안 되겠지만,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노고와 힘듦, 그 진심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려고 했다. 그분들의 마음을 세트와 블루 매트 앞에서 찍지 말자고 했다. '고생하겠다'가 출사표였다. '하얼빈'까지 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 여정을 3개국을 걸친, 지구 두 바퀴 반 정도의 촬영 여정을 통해 담아냈다. 저희 또한 힘들어야지, 그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화면에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몽골, 라트비아, 그리고 한국에서 진행된 고된 촬영 현장 속에 독립 투사들에 대한 경외심을 내비쳤다.

현빈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역을 맡았다. 우민호 감독이 "하루 종일 현빈이 리허설만 한 날도 있었다. 장면이 잘 잡히지 않아, 리허설을 계속 이어갔고 겨우 자리가 잡혔다. 당시 현빈이 허리도 다치고 그랬다. 잘 버텨줬다. 많이 고맙다"라고 밝힐 정도로 현빈은 고됨을 피하지 않았다. 우민호 감독의 사과에 현빈은 "아니요,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라고 간략하게 답변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현빈이 안중근을 준비하는 과정은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임했다. 우민호 감독은 "현빈을 보는 순간, 현빈이 곧 안중근이라고 생각했다. 버티고, 이겨낼 거라고 직감했다"라고 캐스팅의 이유를 설명했다. 현빈은 안중근 역의 무게감을 남다른 노력으로 이어냈다. 그는 "안중근 장군이 쓰신 글과 지금까지 남아있는 서적들에서 찾아야 했다.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기념관에 가서 거기 남은 흔적을 봤다"라며 "준비하고 촬영까지 7~8개월 동안 계속 찾아보고 알아가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그 과정이 하루하루 반복이었다"라고 촬영 내내 '안중근 장군'에 깊이 몰입해 있었음을 전했다. 이를 통해 영하 40도에 꽁꽁 얼어붙은 홉스골 호수를 건너는 안중근 장군의 처절한 마음이 현빈을 통해 스크린에 옮겨질 수 있었다.

박정민은 대장 안중근(현빈)의 결정을 늘 지지하는 충직한 동지 우덕순 역을 맡았다. 과거 영화 '동주'에서 독립운동가 송몽규 역을 진심 어린 연기로 담아낸 바 있는 그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예민하고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늘 힘들다"라고 전했다. 이어 "독립운동가 조도선 선생님 등과 함께한 재판 기록이 남아있는 책이 있다. 지금은 절판됐지만, 그곳에서 우덕순 선생님의 모습을 참고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촬영 현장에서 열심히 임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우덕순 역은 계속 입을 쉬지 않는 인물로, 박정민은 "그런 것들을 중간중간 배치함으로써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큰 사건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인데, 중간중간 우덕순의 모습들이 관객에게 재미를 드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도 있었다"라고 숨 쉴 틈을 예고했다.

조우진은 일본어에 능해 대한의군에서 통역을 담당해 온 독립군 김상현 역을 맡아 우덕순(박정민)과 남다른 호흡을 예고한다. 그는 '내부자들'부터 함께한 우민호 감독과의 인연과 깊은 신뢰로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작품을 선택했다. 그는 "우민호 감독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시며 '이런 외형이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깡마른 예민함 가득한 지식인의 모습이면 좋겠다고 하셨다. 체중을 감량했다. 곡기를 끊고,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안 먹으며 그분들이 겪은 결핍의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김상현만의 고독의 심연으로 파고든 순간이었다"라고 체중 감량의 노력을 기울였음을 전했다. 이에 우민호 감독은 "우덕순, 김상현 캐릭터가 결핍의 시대를 표현하며 한 사람은 먹음으로, 한 사람은 먹지 않는 것으로 보여준다는 지점에서 우리 배우들의 해석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그간을 덧붙였다.

전여빈은 중국 군벌들과 연이 있는 독립군 공부인 역을 맡았다. 공 부인은 당대 여성 독립운동가의 사료를 모아 탄생한 인물이다. 전여빈은 "차갑지만 동시에 굉장히 뜨거운 사람. 헤어 나올 수가 없다고 느꼈다. 몸의 동작은 굉장히 절제되어 있지만, 그 내면에는 무한한 마음이 솟아나는 존재"라고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또한, 전여빈은 "첫 촬영이 몽골"이라고 밝히며 "가는 과정부터 고됐다. 바다 지평선처럼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에서 오롯이 서 있는 인간의 고독감, 외로움, 존재로서의 성찰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만약 우리가 첫 촬영지가 서울이라면 이렇게 끈끈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 공간이 주는 기운, 우리가 느낀 감정들로 인해 연대감이 더해진 건 아닐까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 만주를 달린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으로 현장에 임했다"라고 작은 표현에도 깊은 진심을 더했음을 전했다.

박훈은 일본을 향한 맹목적인 애국심으로 점철된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으로 알려진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이토 히로부미 역)와 함께 일제의 편에 선 인물이다. 그는 캐릭터를 위해 삭발을 하고, 그 위에 문신까지 더한 파격 변신을 선보였다. 박훈은 "보통 삭발이 아닌 다른 삭발을 해보자고 하셔서 한국에서 문신을 통해 헤어라인을 바꿨다. 5~6번 문신해서 감독님께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라트비아에서 감독님을 만나서 모자를 벗었는데, 감독님이 '이거죠'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라고 물리적인 고통이 있었음을 전하며 "그분들(독립투사)의 고통보다 가볍지 않을까 싶다"라고 진심을 덧붙였다.

유재명은 러시아 연해주에 적을 두고 독립군들의 활동을 물심양면 지원하는 독립군 최재형 역을 맡았다. 그는 "실제로 러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한 독립군"이라며 사료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박애주의자인 인물로 독립 투사에게 '조직이 와해되어서는 안된다, 불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중재하고, 위로하고, 같이 아파하고, 기다려주고, 큰 일을 위해 우리가 서로 믿어야 한다고 말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 분"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동욱은  신아산 전투 이후 일본군 포로를 살려둔 안중근에게 반감을 품은 독립군 이창섭 역을 맡았다. 그는 "'핑계고'에서 2년 전부터 홍보한 '하얼빈'이 드디어 개봉해서 감개무량하다"라는 센스있는 인사로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이어 "이창섭은 안중근(현빈)의 방식과 결이 다르기에 대립도 하고, 우정을 표현하는 장면도 있다. 외적으로 처음 시도해 본 모습이다. 다들 '이상하다'라고 하지 않으셔서 다행이다"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만드는 과정부터 지구 두 바퀴 반의 여정이었다. 이를 통해 담고 싶었던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독립 투사들의 진심이었고 그들이 버텨나가야 했던 처연한 시대였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 '하얼빈'은 오는 12월 25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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