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잘해서 더 열받게"…강동원의 피·땀·눈물 [인터뷰]
그룹 트라이앵글의 데뷔곡 'Love is'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얼마나 성공하고 싶은 건지 감도 안 옴'이라고 배우들의 변신에 놀라는 반응과 '울 트라이앵글 음악방송 뛰던 때 생각난다'라고 기억을 조작하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그 중심에는 배우 강동원이 있었다.
영화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하루아침에 해체된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결합 무대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강동원은 극 중 그룹의 리더이자 댄스 머신 ‘현우’를 연기했다. 몰락한 뒤 생계형 방송인으로 살아가던 인물이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다시 흩어진 멤버 도미(박지현)와 상구(엄태구)를 설득해 다시 무대 위로 서게 하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현우'를 같은 "연예인"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폭이 깊었다. 그는 "화려한 무대를 쫓아 결국 성공을 했는데, 모든 게 다 무너지고. 결국 무명처럼 20여 년을 살다가 다시 기회가 온 거지 않냐. 얼마나 잡고 싶겠냐. '무대 뽕 맞고 나면 달라질 거야'라는 대사처럼 말이다. 그렇게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으로 현우의 시작부터 끝까지 밀고 갔다.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게 '헤드스핀'이라고 생각했고. 현우의 집념, 열정, 꿈이 담긴 무대를 다시 한번 해내는 것이 현우가 자기 자신을 불태운다는 느낌이었다. 현우는 정말 타고난 '딴따라'인 거다"라고 인물에 대해 생각했던 지점을 전했다.
'와일드 씽'이 화제가 된 것은 '아이돌'이 된 강동원이었다. 강동원은 세기말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칼 단발 헤어, 브레이크댄스, 헤드스핀까지 소화하며 기존의 신비로운 톱스타 이미지를 완전히 비틀었다. 그 역시 "제가 무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코믹 포인트"라고 정확히 집었다. 그의 친한 고향 형이 '니 요새 돈 없나'라고 연락이 올 정도라고.
파격 설정 뒤에는 실력이 뒤따라야 했다. 그 무엇도 어설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강동원은 "헤어스타일부터 스타일이 묘하게 어울리네, 춤도 묘하게 잘 추네, 그래서 사람들이 보면서 '진짜 어이없네' 하고 웃기를 바랐다. 전반부는 과거 아이돌의 모습으로, 후반부는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이 담긴 로드 무비처럼 담겼다. 묘하게 어울리고, 묘하게 잘해서 열받게 하는 것이 의도였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춤 연습 과정은 처절했다. 약 5개월 전부터 춤 연습에 돌입했다. 완전히 제로 상태에서 헤드스핀 연습을 시작했다. 특히 무대 위에서 춤과 하나가 되어 "완전히 돌아버렸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어야 했기에 강동원은 노력에 노력을 이어갔다. 스태프들도 그가 실제로 헤드스핀에 성공할 줄 몰랐다.
"제가 힙합을 잘 몰랐다. 헤드스핀은 팔로 온몸을 다 지탱해야 하니, 힘들었다. 그걸 리듬과 박자를 타며 해야 하니, 진짜 신세계이긴 했다. 딱 그런 느낌이다. 물구나무서서 액션을 하는 느낌."
연습을 시작한 지, 3~4개월 만에 처음으로 헤드스핀에 성공했다. 영화 속 수십 바퀴 회전은 와이어와 더블의 도움을 받았지만, 타이트 샷에서는 직접 헤드스핀을 돌았다. 강동원은 "수십 바퀴를 도는 건 불가능하다. 저는 와이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어떤 도움도 없이 세 바퀴 정도는 돌 수 있다. 도는 것보다 어지러워서 균형을 놓치게 된다. 촬영 전부터 연습을 시작해서 촬영 중에도 연습을 이어갔다. 지방 연습실을 잡아서 연습했다. 저와 더블로 춤을 추는 친구와 함께 하루에 4~5시간 연습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심지어 헤드스핀의 난이도 때문에 윈드밀로 바뀌었다가, 장면의 임팩트와 현우의 상징성을 위해 헤드스핀으로 다시 바뀌었다. 덕분에 강동원은 윈드밀 기술까지 익혀야 했다.
어렵게 성공한 기술이기에 스스로 만족감도 컸다. 강동원은 "너무 아깝지 않나. 그래서 압구정 굴다리에서 춤을 추면서 사진을 찍어놨다. 재미로 찍었다. 연습 시켜준 친구랑 같이 나이키(브레이크 댄스의 한 종류)도, 헤드스핀도 하고, 사진을 찍어놓았습니다"라며 자신의 핸드폰으로 검색해 당시의 사진을 공개했다. '와일드 씽'이 300만 관객이 돌파할 때 포토그래퍼의 동의를 받아 해당 이미지를 공개할 것을 약속하면서 말이다.
사실 강동원은 앞서 춤으로 한 번 들썩이게 한 적이 있었다. 영화 '검사외전'(2016)에서 선보인 댄스는 당시 밈처럼 모두를 스쳤다. 강동원은 "재능이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자신의 댄스 DNA를 긍정하며 마지막 무대에 살짝 '검사외전' 당시의 댄스가 포함되어 있음을 밝혔다. "그 부분에 안무가 없었다. 채워 넣어야 하는데, 마지막 무대니까, 안무 연습한 친구랑 '어떤 안무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검사외전' 이야기가 나왔다. 발견한 사람은 반갑고, 발견하지 못해도 아무 지장이 없는 재미 한 스푼으로요."
강동원은 현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저는 운이 좋아 계속 잘 되긴 했지만, 저도 언젠가는 점점 잊힐 거고"라고 말문을 흐렸다. 강동원에게 느껴지는 의외로 '불안'은 데뷔 때부터였다.
"데뷔 때, 붐이 일었을 때부터 '얼마나 갈까'라는 생각을 했다. 계속 오래가고는 있지만, 늘 그렇게 생각한다. 언젠가 잊힐 거다."
어쩌면 그 '불안'은 강동원의 동력인지도 모르겠다. 강동원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감독과 배우들 사이에 제작자처럼 다리가 되기도 하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더하기도 했다. '와일드 씽'에서도 강동원은 현우의 제스쳐 'D.M'은 '댄스 머신'의 줄임말로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영화 제작자로서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고, 실현시키는 것은 강동원이 오래 해왔고, 또 해나가고 싶은 꿈이다.
"저는 몸 쓰는 연기는 자신 있다. 원래 운동을 잘한다. 그런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 나이 들기 전에, 액션 영화를 더 찍고 싶다고 생각한다. 젊을 때 많이 찍어놔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 똑같다. 멜로도, 코미디도, 액션도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게 있다. 나중에 쉰이 되어서 헤드스핀을 돌 수 없지 않겠나. (웃음)"
강동원은 우산을 들고 얼굴을 처음 내비쳤을 때(늑대의 유혹)부터, 쭉 관객의 가슴에 살아왔다. 없던 꽃비를 내리게도 하고(군도:민란의 시대), 없던 후광을 만들어내기도(검은 사제들) 했다. '와일드 씽' 속 강동원은 그때와는 또 다른 얼굴이다. 강한 메이크업, 의상, 헤어스타일로 등장하지만, 또 그 어느 때보다 민낯인 모습으로 말이다. 그 낯선 얼굴 역시 설득력 있다. 묘하게 웃기고, 묘하게 멋있고, 묘하게 열받는다. 강동원이 바랐던 감정처럼. 그 감정은 강동원의 피·땀·눈물로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