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I SHOW에서 20명 아티스트 참여한 AI 예술전 개최
AI 아티스트들, 대중과 소통하며 AI 예술에 관해 토론

관람객들이 TAS 2024에서 열린 ‘Originated from HI X AI’을 관람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아티스트들이 AI 예술을 알리고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섰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AI 전문 전시회 ‘TAS(THE AI SHOW) 2024’에서는 AI가 예술 분야에 가져온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전시인 ‘Originated from HI X AI’이 열렸다.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20명의 AI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작품 전시와 함께 ‘AI 아티스트 토크쇼’도 병행돼 AI 아티스트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8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토크쇼에 작가들은 각자의 작품 세계는 물론, 예술가로서 새롭게 개척해가는 AI 예술 분야의 미래 전망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담론을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AI 아티스트들은 웹툰 작가부터 동화 작가, IT 개발자 등 다양했다. 이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예술은 기존 장벽을 낮추고 예술에 대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도구는 과거에는 예술로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예술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AI를 사용하면 과거보다 작품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시선과 사람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란 염려는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왼쪽부터) 박은지 총괄 아트 디렉터, 박채운 작가, 책마법사 작가, 라리 작가, 혜서늬 작가

‘꿈결 속의 하모니’를 선보인 라리 작가는 “젊은 시절부터 다양한 기술에 열려있는 자세가 나를 오늘의 이 자리에 있게 했다”며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지만, 훌륭한 AI 아티스트로서 성장해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생성형 AI 활용에 대해 흔히 프롬프트만 넣으면 쉽사리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는 예술가로서의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앞으로 AI 아티스트로서 지속적인 활동과 더불어, AI 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전문 교육인으로서의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인 박채운 작가는 ‘다발’, ‘과업’ 두 개의 작품을 통해 가족의 이야기를 작가 본인의 관점과 시각으로 재해석한 내밀한 작업을 선보였다. 박 작가는 “어떠한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면서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과 소통하는 AI 아티스트는 바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AI라는 툴은 작가로 하여금 이러한 과정을 스스로 실현하고 확장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면서 “이러한 과정 자체가 예술의 일환이라고 본다”고 했다.

가을에 맞춰 ‘Legends Of Autumn 1, 2’ 연작 시리즈를 선보인 책마법사 작가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로서, 동일한 장소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적 변화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그는 “작가의 상상력이야말로 AI 작품을 창작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며 “상상력을 통해 구축된 작가의 세계관을 작품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과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작가가 고안해 낸 고유의 색채 또한 스토리텔링의 일부”라며 “추후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작품의 세계관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며, 가까운 시일 내 영상 작품들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갤러리 관장, 환경 운동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온 혜서늬 작가는 ‘Food Variation’ 연작 시리즈를 선보였다. ‘손에 닿는 그 어떤 것이라도 재료로 활용하는 예술 기법’을 의미하는 브리꼴라쥬(Bricolage) 개념을 도입한 작가는, 생성형 AI로 도출한 이미지 위에 골드 리프를 부착하거나 아크릴·색연필·크레파스로 페인팅 손작업을 덧입히는 등, ‘인공지능(AI)과 인간지능(HI)의 협업’이라는 본 전시 아젠다를 작품 창작에 대입하고 투영시키는 데 집중했다. 그는 “연작을 통해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이 서로를 변주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시니어들의 풍부한 삶의 경험과 지혜야말로 인간지능의 최정점이라 보여진다”고 했다. 이어 “AI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데 나이와 성별, 전공이 허들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생성형 AI와 함께 협업하는 과정은 설렘이라는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데, 이러한 모멘텀은 인간이 스스로를 가치 있다고 느끼게 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은지 총괄 아트 디렉터, 카인 작가, 김양희 작가, 안혜성 작가, 엘리사 작가, 김현숙 작가. /김동원 기자

‘Synergy’와 ‘창조적 흐름’ 두 작품을 선보인 카인 작가 역시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협업을 강조했다. 섬세한 프롬프트 입력을 통해 다양한 작화 기법을 선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카인 작가는 “나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표현’에 대한 갈망을 누구라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AI 예술의 매력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AI가 표현의 부분을 담당한다 하더라도 프롬프트 입력에서부터 마지막 결과물을 선택해 작품화하기까지 인간 작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에도 이러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인간 창작자의 역할은 결코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생성형 AI를 통해 동화 작가를 필두로 미술 작가, 영상 작가로서 활동 반경을 확장 중인 안혜성 작가는 ‘개인화’ 연작 시리즈를 통해 상상 속 작가만의 공간을 비주얼라이즈하여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작가는 “AI는 나에게 있어 다양한 예술 영역에 도전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매개체가 돼줬다”면서 “그간 AI로 만든 동화책 출간, 수차례의 AI 아트 전시 개최를 통해 다양한 관객들을 만났는데 앞으로 인간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을 AI 예술을 통해 앞으로도 대중들에게 새로운 미적 유희를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고통의 소비학’, ‘스폐셜 특집’ 두 점을 선보인 엘리사 작가는 “현대 사회는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고 즐기는 측면이 있다”면서 “더욱이 이러한 현상은 SNS 등 소셜미디어 매체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며 콘텐츠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품에 등장하는 ‘팝콘’은 타인의 고통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은유적 시각을 담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 비판적 주제를 다루되, 팝아트적 느낌의 강렬한 색감과 형상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Cute Cat’을 선보인 김현숙 작가는 “작품 속 고양이의 귀여운 눈망울을 보며 남녀노소 누구라도 즐겁게 AI Art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하며 “AI 예술계에 입문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추후 AI 예술이 하나의 장르로서 그 저변을 확장하는 데 마중물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들이 결국은 그러한 날을 앞당기리라 생각한다”면서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더 많은 AI 아티스트들이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웅조 홍익대 문화예술경영 전공 교수(가운데)와 음성원 국민대 스마트경험디자인학과 음성원 겸임교수(오른쪽).

작가들과의 토크쇼가 끝난 직후, 장웅조 홍익대 문화예술경영 전공 교수와 음성원 국민대 스마트경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이 시대 새로운 예술 장르로 부각되고 있는 AI 예술의 미래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장웅조 교수는 “최근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에 참여한 AI 아티스트들을 보며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의 협업’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오늘 토크쇼를 진행한 작가들은 ‘상상력’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였는데, 맥락이 없어 보이는 것에 의미와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행위야말로 인간의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지점이라 생각한다”며 “바로 이 지점이 인간지능의 본질로서, AI Artist들은 이러한 작업을 이미 수행하며 실천 중인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픈AI Advisor로 역할 했던 음성원 겸임교수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AI Artist들은 이미 해당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면서 “작가 자신이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적 관점에서 일반 대중들 혹은 관객들과 공감의 지점들을 지속 발굴해간다면 미래 AI 예술 분야는 더욱 널리, 깊게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전시의 총괄 예술 감독을 맡은 박은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AI문화경영연구소장 겸 교수는 “AI 예술로 인해 새로이 대두될 뉴 폼 아트(New Form Art)를 개척해나가는 것은 AI 아티스트들의 특권이자 숙명”이라고 강조하며 “기존에 엄격히 구분되었던 다양한 예술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장르가 횡단하는 데에는 생성형 AI의 발전이 지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래 예술 패러다임에는 전방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 전시가 그러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n-Gong이라는 예명의 AI Artist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도 In-Gong의 이름으로 여러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내년에 개최되는 ‘2025 AI 휴머니티 예술제’의 예술총감독으로서 AI 모던 오페라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창작 오페라의 세계관을 필두로 감각전송 기술, AI 등의 최첨단 테크 및 공연예술, 미디어아트, 전시 등의 복합적 장르와 융합되어 전에 없던 뉴 폼 아트, 퓨처 오페라로 구현되어 관객들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지 총괄 아트디렉터와 AI 아티스트들이 함께 하는 2차 전시는 12월 30일 동대문 DDP에서 개최, 한국은 물론 글로벌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 3500명이 서울로 집결해 새해를 맞이하는 대규모 연말 행사 서울콘(Seoul Con)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해당 전시는 박은지 교수가 선보이는 ‘공연 X 전시 X 렉처 갈라 콘서트’인 제2회 AI 전람회와 결을 함께 하며 진행될 예정이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